심재철 의원 폭로...정부 '회의참석수당 및 각종 연설문사례금 지급현황' 분석
방송작가 박모씨, 연설문 관련회의 12회 참석해 980여만원 챙겨…18·19대 대선 文 지지활동
"박씨 外 2명도 비슷한 활동하다가 최근 소통메시지(연설)비서관실 임기제 채용"
沈 "자격없는 민간인 연설문 작성 참여 국민에 사과하고 경위 밝혀야"
한국당 "민간 작가들에 기밀 공유 불가피…총리실 불법 기밀유출 행태 철저 조사해야"
총리실 "작년 12월부터 박씨에 연설문 초안 등 의뢰, 규정상 자문위원 둘 수 있다"
"월평균 원고 14회 중 2~3회 참여시켰고 국가안보·기밀과 무관한 연설문" 해명
沈, "박근혜 前대통령에 민간인 최순실 연설문 개입으로 탄핵 이르렀다" 지적도
李, 전남지사땐 JTBC '최순실 태블릿PC 단정 보도' 이후 12일 만에 "대통령 하야" 압박

이낙연 국무총리.(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연설문 작성 과정에 '민간인 방송 작가'를 참여시키고 정부 예산으로 1000만원에 가까운 사례금까지 준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총리 비서실 소통메시지비서관(연설비서관) 및 산하 직원들을 제쳐두고 민간인에게 연설문 작성 주도권을 내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2016년 '탄핵정변' 과정에서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이후 현 집권세력인 당시 야권(野圈)과 대부분의 언론이 "국정농단" "국기(國基) 문란" "대통령 뒤에서 수렴청정" "비밀리에 국정을 주무르는 '비선 실세'" "사인(私人)이 국가 안위를 뒤흔들 수도 있는 남북문제 결정" 등으로 의혹을 대거 부풀려, 현직 대통령을 재임 도중 쫓아낸 점을 감안할 때 대통령에 이어 '정부 2인자'인 이 총리를 둘러싼 '민간인의 국정 연설문 개입' 논란은 파문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안양시동안구을·5선)이 4일 재정정보시스템(OLAP)을 통해 확보한 총리실의 '회의참석수당 및 각종 연설문사례금 지급현황'을 분석한 결과, 민간인 작가 박모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12차례에 걸쳐 이 총리의 연설문 작성 사례금 및 관련 회의에 참석해 총 980여만원에 달하는 수당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방송사에서 각종 시사 고발, 교양 프로그램 등의 대본을 썼던 여성 작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멘토단에 합류했고 2017년 19대 대선에서도 문 후보 공개 지지 선언 예술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심재철 의원실은 이같은 정보를 "다중의 채널"을 통해 접했고, 실제 박씨가 연설문 작성에 관여한 것을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총리실에는 총리의 연설과 메시지 업무를 담당하는 소통메시지 비서관이 있고, 팀장·행정관·사무관·주무관 등 직원이 배속돼 있다.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비서실 산하 소통메시지비서관(연설비서관)실에는 행정관, 주무관, 사무관, 팀장 등 직급을 가진 직원들도 배속돼 있다.(사진=국무총리실 홈페이지 캡처)

이에 따라 총리실이 외부 민간인 작가에게 추가로 1000만원 가까운 예산을 지급해 가며 연설문을 작성해온 건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 의원실은 또 "박씨와는 별도로, 최근까지 박씨와 같은 신분으로 총리실을 드나들며 연설문 작성에 참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모씨와 또 다른 이모씨가 각각 2~6개월간 민간인 박씨와 함께 연설문 작성에 참여했다"며 "그러다가 최근 소통메시지비서관실에 임기제로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폭로했다.

총리 연설문 작성 과정에서 국가 경제·안보·에너지 정책 등과 관련한 기밀이나 보안 사항이 담긴 1차 자료들이 민간인 작가들에게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직 총리실 고위 인사는 한 언론에 "연설문 작성은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며 내부에서 했다"며 "국가 운영과 관련해 중요한 정보를 많이 다루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심 의원은 "민간인 작가가 드나들며 총리 연설문에 개입한 것과 여기에 예산을 지출한 것은 상식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총리실은 자격없는 민간인을 연설문 작성에 참여시킨 것에 대해 국민에게 우선 사과하고 그 경위를 사실대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은 4일 오전 이양수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심 의원실 발표를 토대로 "이 총리의 연설문 작성에 자격 없는 민간인이 주도적으로 작성에 참여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리 연설문 작성회의에서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정보가 민간인 방송작가와 공유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총리를 포함한 총리실의 국가기밀 외부유출 혐의 등 불법적 행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특히 "총리가 그동안 국정 연설문이 아니라 드라마 대본을 읽은 셈이다. 역시 쇼를 하려면 각본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쇼를 하기엔 나라 경제상황이 너무 어렵다. 총리라도 이제 쇼를 그만하고 드라마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어서 돌아와 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총리실은 이날 기자단 등에 자료를 보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작가 A씨(박씨)에게 총리 연설문 초안 작성과 관련한 자문을 의뢰하고 981만원을 사례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연설문이 월 평균 14건 정도인데 비해 연설문을 실제로 작성하는 직원은 소통메시지비서관을 포함한 직원 3명으로 부족했다"며 "지난해 12월 직원 1명이 사임해 업무 부담이 가중됐고, 외부 민간 작가 A씨의 도움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소통메시지 비서관이 사임했다"며 "같은달 하순 직원 1명을 채용했지만 비서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업무 부담이 큰 점을 고려해 지난달까지 A씨의 자문의 받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총리실은 '세금낭비'라는 지적엔 "필요할 경우 자문위원을 둘 수 있다는 내부규정에 따라 자문료를 지급한 것으로 규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자문료와 교통비를 포함한 금액은 월평균 100만원으로 통상 외부 전문작가 원고료 수준과 비교해 과다한 금액이 아니다"고 했다.

국가기밀 유출 의혹에 대해선 "연설문 작성 과정에서 다루는 참고자료와 통계 등은 이미 외부에 공개된 내용으로 국가기밀 유출 주장은 맞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A씨가 작성에 참여한 원고는 월 평균 14건 중 2~3건으로 많은 횟수가 아니었고, 국가 안보나 기밀과 관련 없는 연설문"이라며 사회적경제 박람회 기념식, 광주세계수영대회 기념식, 잡콘서트 개막식 축사 등에 대해 자문을 의뢰했다고 예시했다. 

심 의원이 자격 없는 민간인에게 국정연설문을 맡겼다는 '비선' 의혹에 관해선 "공식적인 자문료를 지급한 점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사진=네이버 기사 검색화면 일부 캡처
사진=네이버 기사 검색화면 일부 캡처

한편 심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자격 없는 민간인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 작성에 참여한 것이 발단이 돼 결국 박 전 대통령이 탄핵에까지 이르게 된 점을 볼 때, 이 총리의 연설문 작성에 민간인이 참여한 것은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이 총리는 전남도지사 시절인 지난 2016년,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단정 보도'(10월24일)가 나오자 박 전 대통령이 '연설문 작성에 최씨가 관여했다'는 의혹 등으로 대국민사과를 두차례(10월25일과 11월4일) 한 뒤인 11월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야 일정을 밝히면서 과도기 운영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합의를 구하는 길이 가장 좋다"고 대통령 하야론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하야 이후 정치일정 합의를) 계속 거부한다면 국가적으로나 본인에게나 더 큰 불행이 닥칠지도 모르는 만큼 재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박 전 대통령을 공개 압박했다.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과 함께 '박근혜 하야론'을 적극 주장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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