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경 기자
조준경 기자

미국의 법조인 부부가 세상을 떠나면서 4,300만 달러(약 477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유산을 미국의 대표적 자유우파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 최근 기부한 사실이 1일 국내에 전해졌다. 

기부자인 남편 앨리슨 라우즈는 연방대법원 판사로, 아내 도로시 라우스는 지역 변호사로 평생을 살았다. 살아서는 법치국가 미국의 건설에 이바지했으며 죽어서는 강대국 미국을 만들어낸 전통적인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자신들의 재산을 바쳤다.

헤리티지재단은 ▲자유기업체제 ▲제한된 정부 ▲전통적 가치 ▲강한 국가안보를 위한 정책을 개발한다. 재단은 50만 명 이상의 일반 미국 국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각지에서 모금된 재정은 자유와 시장을 중시하는 우파 전문가를 키워내고 정책을 개발하는데 쓰인다.

이 재단은 꼭 수십억의 거액만 헌납 받는 게 아니다. 대다수 후원자가 적게는 25달러(약 2만 8000원)에 불과한 소액을 정기적으로 후원한다. 십시일반 모인 군자금이 미국내 좌파와의 결투를 벌이는데 요긴하게 쓰인다. 이렇듯 ‘비빌 언덕’이 있는 미국 우파들은 좌파의 포퓰리즘 공세나 시대윤리에 영합하는 탈(脱)도덕적 시류에도 흔들리지 않고 '미국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는 애국시민들의 마음 속에서 공익(公益)이 사익(私益)을 억눌렀을 때 실현된 것이다.

국민들의 자발적 헌신으로 국가가 부흥을 맞이한 예는 역사를 뒤져봐도 수두룩하다. 특히 로마공화국은 멸망 직전에서 위기를 반전시킨 기록이 있다.

기원전 216년, 카르타고 한니발과의 전투에서 전 병력인 8만 대군을 궤멸 당한 로마는 원로원 의원 전원이 부동산을 제외한 전 재산을 국가에 즉각 헌납하며 ‘국민총력전’체제를 가동했다. 위로는 귀족부터 아래로는 평민과 노예들까지 일치단결해 몰락의 위기를 극복했다.

카르타고는 결국 패망해 지도에서 사라졌고 절체절명의 순간 시민들이 사익을 버리고 공익을 결단한 로마는 지중해를 ‘우리 바다’라고 부르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의 시대를 맞는다.

세계를 지배한 강대국의 국민들은 자신들을 풍요와 부강함으로 이끈 가치를 더욱 보강하고 유지하기 위해 자발적 헌신을 해왔다. 때로는 멸망하면 몰살이고, 살아남아도 노예로 전락한다는 급박함에 귀족 전원이 모든 재산을 헌납하는 ‘국민총력전’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좌파 독재로부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공격받는 것도 모자라, 북한 김씨 왕조로부터 안보위협까지 받는 대한민국의 힘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온갖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자유의 목소리를 힘있게 전달하는 지식인과 일반 시민, 극소수의 자유독립언론에 있다고 기자는 믿는다.

좌파들과 일부 '사이비 우파'들은 태극기 집회를 폄훼한다. 하지만 2016년 겨울 이후 엄동설한에도 거짓과 선동에 맞서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던 이 분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언론의 숫자 부풀리기와 '과잉 아부'가 두드러졌던 '촛불집회'가 한국인의 모든 민심을 대변하는 것으로 왜곡돼 정설로 굳어졌을 것이다. 거짓에 굴종하기를 거부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학계 시민사회단체 법조계 언론계 등의 많지않은 '깨어있는 양심들'의 분투도 눈여겨볼만 한다.

그러나 상당수 한국인들은 나라가 뭔가 잘못돼간다는 데는 생각을 같이 하면서도 '행동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데는 인색하다.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발로 행동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무임승차 의식'이 강한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풍요와 부귀를 누리지만 지키는 것은 자신의 몫이 아닌 것이다. 1년에 한번은 해외여행을 가고 고기반찬을 먹고 비단옷을 차려 입을 줄은 알지만, 그러한 삶을 가능케한 대한민국을 지키는데 필요한 1만 원은 아깝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대한민국 체제'의 대표적인 수혜자인 대기업과 기업인, 법조인과 언론인 중에도 이런 사람이 수두룩하다.

이래서는 안된다. 자유우파 시민단체와 언론사는 지금보다 더 큰 규모를 갖춰야 한다.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려 해도 자금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또 그들이 나라를 위해 헌신했을 때 애국시민들이 자신들을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나라를 지키고 싶다면 실제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행동이 없는 말은 공중에 흩어질 뿐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몰락 직전의 상황에 처해 있다. 여기서 '대한민국 체제'를 존중하는 한국인이 지리멸렬하느냐, 아니면 서로 간의 신뢰로 굳게 뭉치느냐는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결단에 달렸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싸움도 할 수 있을 때나 하는 것이다. 싸울 수단을 모두 상실한 뒤엔 죽음을 맞이하거나 노예가 되는 길 밖에 없다. 이 길을 선택한 기자는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 국민 여러분께선 노예로 살아가실 것인가?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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