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일대일로 사업 전면 취소에 이어 파키스탄도 사업 축소
스리랑카, 미얀마에서도 中 일대일로 정책에 불만 표시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관련국들의 반발을 일으키면서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국으로 분류되는 파키스탄, 말레이시아에 이어 스리랑카, 미얀마 등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전면 취소하거나 축소 또는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셰이크 라쉬드 파키스탄 철도부 장관은 전날 일대일로 프로젝트 관련 철도 사업 규모를 82억달러에서 62억달러로 20억달러(약 2조2300억원) 줄였다고 밝혔다.

철도 사업은 파키스탄과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파키스탄 최대 도시인 남부 항구 카라치부터 북부 도시 페샤와르까지 1872㎞ 구간을 개조하는 메가 프로젝트다. 중국이 현재 파키스탄에 투자한 인프라 사업 총액은 460억달러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을 포함해 620억달러에 이른다.

중국은 자국의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로 인한 자원확보와 인도양으로의 진출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위해 CPEC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파키스탄은 최근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초대형 자금을 투자로 현재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파키스탄은 CPEC 사업을 통해 에너지 교역의 물류허브 국가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지만 부채를 감당할 수 없을 지경까지 내몰리자 사업을 대대적으로 축소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키스탄에 대한 IMF의 구제금융 지원은 불가하다고 천명한 바 있어, 최근 파키스탄에서는 중국과의 대형 인프라 사업을 두고 자국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쪽으로 사업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파키스탄 외에도 중국과 사업을 진행하는 국가들이 잇따라 사업을 축소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중국이 사업비 550억 링깃(약 15조원)의 85%를 융자하는 조건으로 추진돼 온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 사업과 94억 링깃(약 2조6천억원) 규모의 송유관·천연가스관 사업을 이미 중지했다. 친중(親中) 성향의 전 정권이 무너진 이후 공사중지 명령을 받은 ECRL 건설 사업은 미군기지가 있는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 중동 원유를 수송할 수 있는 통로여서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올해 5월 총선에서 친중 성향의 전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총리는 공개적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사업비는 부풀려지고, 수익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중국과의 일대일로 사업을 줄줄이 취소한 바 있다.

이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을 방문한 마하티르 총리를 극진히 우대하며 "말레이시아는 고대 실크로드에 있는 중요한 국가이자 일대일로에 가장 먼저 호응한 국가다. 양국은 일대일로 공동 건설을 큰 줄기로 삼아 새로운 시대의 양국 간 실무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마하티르 총리는 일대일로 구상을 지지한다는 입장과는 별개로 대형 인프라 사업들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결정을 번복하지는 않았다.

이외에도 스리랑카, 미얀마 등에서도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반면 몰디브의 경우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넘는 규모인 13억달러(약 1조4600억원) 가량을 중국에 빚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2013년 집권 후 친중국 노선을 걷는 압둘라 야민 대통령은 최근 몰디브국립대 강연에서 "국제사회는 몰디브가 빚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미국 싱크탱크인 글로벌개발센터(CGD)는 부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파키스탄 등처럼 몰디브가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 투자로 빚더미에 올라앉을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으며, 일각에선 몰디브가 추후 정치·경제적으로 중국에 사실상 종속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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