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경 기자
조준경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5시 27분께 토요일 당직 근무 중이던 기자는 제주지역 동성애자들의 오프라인 행사인 제주퀴어축제에서 반대측 시민이 행사차량에 치어서 깔렸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SNS를 통해 전송된 관련 영상 내용을 확인한 결과 남성 한 명이 트럭 아래에 끼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당시 유튜브로 생방송을 진행 중이던 KHTV채널에선 119 구조대가 출동해 차를 들어올려 남성을 빼내던 상황이었습니다. 

급박한 현장 상황을 감안해 신속하게 기사를 보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제주 동성애축제 차량에 반대시민 깔려 119 출동>이라는 제목으로 동성애 행사차량에 시민이 치었다는 1보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러나 2보 기사를 작성하면서 해당 시민이 차량에 치인 장면을 확보하려 했으나 해당 사실이 없었던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에 제보자에게 시민이 차에 치인 것을 직접 봤느냐고 문의했지만 제보자도 사고 소식을 전해듣고 제보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기자는 3보 기사부터 즉각 해당 시민이 차에 치인 것은 행사 반대측 주장이었다고 표현을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추가 취재결과 해당 시민이 직접 트럭 아래로 들어가다 몸이 끼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당시 도로상에는 동성애축제 반대측 시민들이 바닥에 누워 동성애축제 차량의 퍼레이드를 저지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해당 차량이 방향전환을 시도하며 앞으로 나아가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피해시민이 직접 '육탄저지'에 나섰던 것입니다. 몇 차례의 추가취재와 기사 보완을 거쳐 이날 저녁 최종적으로 펜앤드마이크(PenN)  홈페이지에 게재된 관련 기사의 제목은 현장 상황을 충실히 반영한 <제주 동성애축제 반대 남성, 행사차량 '육탄 저지'하다 다쳐 119 출동>이었습니다.

기자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먼저 반성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상황이 급박하다고는 하지만 제보를 전적으로 믿고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1보를 내보낸 것은 명백한 제 잘못이었습니다. 기사의 신속성과 정확성이 충돌할 때는 정확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도 거듭 느꼈습니다. 비록 나중에 추가취재를 거쳐 기사에서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기는 했지만 첫 보도에 대해서는 독자 여러분과 행사 주최측에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사 취재와 작성'의 무거움을 다시 한번 절감하면서 앞으로는 이번과 같은 잘못이 재발되지 않도록 취재기자로서 각별히 유념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기사와 관련해 정정보도 요청을 받은 것은 없지만 잘못된 점을 안 이상 담당기자로서 경과를 설명하고 자성과 다짐의 글을 쓰고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끝으로 우리 사회의 미풍양속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몸을 던지신 시민 한분 한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특히 트럭밑으로 들어가셨다가 다치신 이름모를 시민분의 빠른 쾌유를 빌겠습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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