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정권 죽이기' 가짜뉴스 수혜자 文정권, 집권하니 생각 바뀌었나
이낙연 "檢警 정부 유관기관과 공동대응체계 구축해 신속 수사, 엄정 처벌하라"
방통위 등에 "가짜뉴스 단속만으론 한계…통로 매체에도 가능한 조치 취하라"
김의겸 靑대변인부터 없는 '최순실 마사지사' 프레임 조장, '퇴폐 정부' 이미지 씌운 주역
대통령이 외신에 '표현자유 탄압 의혹' 추궁받기도…정권發 가짜뉴스는 누가 규제하나
박대출 "우파 유튜브 탄압법 발의시 과방委서 막겠다…방통위·과기부 경거망동 말길"

이낙연 국무총리가 2일 "악의적 의도로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 계획적·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사람은 의법처리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또 "가짜뉴스를 기존의 태세로는 통제하기에 부족하다"면서 "검찰과 경찰은 유관기관 공동 대응태세를 구축해 가짜뉴스를 신속히 수사하고 불법은 엄정히 처벌하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낙연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인의 사생활이나 민감한 정책현안은 물론 남북관계를 포함한 국가안보나 국가원수와 관련한 턱없는 가짜뉴스까지 나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총리는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사회의 공적(公敵)이다. 가짜뉴스는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고 사회의 불신과 혼란을 야기하는 공동체 파괴범"이라며 "개인의 의사와 사회여론의 형성을 왜곡하고, 나와 다른 계층이나 집단에 대한 증오를 야기해 사회통합을 흔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민주주의 교란범"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동안 정부와 민간이 가짜뉴스를 없애려고 노력해왔으나 노력은 미흡했고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며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운데)가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운데)가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이 총리는 "기존의 태세로는 통제하기에 부족하다"면서 "검찰과 경찰은 유관기관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해서 가짜뉴스를 신속히 수사하고 불법은 엄정히 처벌하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아울러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부처는 가짜뉴스의 통로로 작용하는 매체에 대해 필요하고도 가능한 조치를 취해야 옳다"고 했다. 개별 가짜뉴스뿐만 아니라 유통 경로가 되는 매체까지 정부가 통제할 방안을 강구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 각 부처에도 "소관업무에 관한 가짜뉴스가 발견되는 즉시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혼란을 막고 위법한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수사를 요청하길 바란다"고 공지했다.

이 총리는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에 "온라인 정보의 생산, 유통, 소비 등의 단계별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법적 기술적 규제 움직임을 참고해 '입법조치'가 조속히 완료되도록 국회와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총리는 국민들을 향해서도 "성숙한 시민의식과 냉철한 판단으로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말고 배척해 가짜뉴스가 발붙이지 못하는 사회를 만들도록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짜뉴스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은 당연하지만 이날 이 총리의 발언을 둘러싸고는 논란이 거세다. '가짜뉴스' 단속을 빌미로 정권에 비판적인 움직임에 재갈을 물리는 식으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 정권이 '가짜뉴스 단죄'를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선 현 집권세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각종 미확인 보도·가짜뉴스를 매개로 한 여론몰이의 '최대 수혜자 격'이다. 전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세월호 7시간' 인신공양 굿판설·밀회설·미용시술설·투약설 등 무분별한 '가짜뉴스'가 소위 제도권 언론, 정치권 안팎 인사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될 현 여권(與圈)인 당시 야권은 이런 잘못된 움직임을 제어하기는커녕 반(反)정부 여론 조장의 소재로 적극 이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10월부터 마치 '사인(私人) 최순실'이 사이비종교 지도자로서 박 전 대통령을 '정신지배'했다거나, 태블릿PC를 들고 대미(對美) 무기거래 등 국정 전체를 좌우했다는 식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된 '가짜뉴스'들에도 당시 야권은 정부에 전부 규명하라는 추궁만 했을 뿐, 최씨의 청와대 출입이나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관여 외 허위로 드러난 대부분 의혹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한겨레 2016년 9월20일 1면 톱 보도 일부 캡처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은 최순실 일가 재산이 300조원에 달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나 무기거래설 등을 거론했고, 현재 청와대 대변인인 김의겸 씨는 한겨레 선임기자 시절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스포츠의학 전문가' 이력을 다수 보유한 정동춘씨를 "최순실의 단골 마사지센터장"으로 왜곡한 보도의 주역이었다.

정동춘씨는 '운동기능회복센터'를 운영하던 중 치료·상담을 받은 손님으로서 최씨를 알고 있었던 가운데 재단 이사장으로 발탁됐다. 이런 정황에 '마사지'라는 어휘가 추가되자, 제도권 언론과 정치권은 '최순실 마사지사' '마사지숍' 등 프레임을 정씨에게 씌워 희생양으로 삼았다. 최씨와 '마사지'를 매개로 한 퇴폐적 이미지가 박근혜 정부에 덧씌워져 반정부 여론을 한층 키웠다. 이런 '가짜뉴스'의 주역이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으로 버젓이 있는 현실에서 '가짜뉴스 단죄'를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현 정부·여당은 집권 이후 비판적인 포털 댓글과 유튜브·소셜미디어 영향력이 커지자 사실상 이들을 겨냥한 '가짜뉴스 단죄' 여론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자충수의 연속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올해 초 민주당 지도부 차원에서 '문재앙 댓글 고소' 엄포를 놓았다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산 바 있다.

또한 지도부가 매크로 의혹으로 직접 고발한 댓글이 '드루킹(실명 김동원·구속 기소)' 등 민주당 권리당원을 비롯한 친문(親문재인) 사조직의 '대선 전후 약 1억회 댓글조작' 범죄 중 극히 일부 일탈이었던 것으로 사후 드러났다. '드루킹 일당 체포'를 최초로 알린 한겨레 보도를 실마리로 야권은 특검 수사까지 관철시켰고, 드루킹 일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청와대 핵심부 연루 의혹 규명을 위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박광온 최고위원.(사진=더불어민주당)

한편에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올해 초부터 중국 등을 예로 들며 '포털 댓글 폐지'를 논하는 위원회 활동과 세미나를 벌였고, 이들 중 한명인 박광온 현 최고위원은 '유튜브 제재 입법 추진'까지 공언해 내로남불 식 표현의 자유 탄압, 실현 가능성 논란 등을 초래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訪美)한 가운데 미 우파성향 유력매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각에서 대통령께서 언론을 탄압하고 있고, 또 탈북민들을 탄압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 탄압 의혹이 있다'는 취지의 질문을 받자 "아마도 한국의 역사상 지금처럼 언론의 자유가 구가되는 그런 시기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부인해놓고 "심지어 가짜뉴스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그런 왜곡된 비난조차도 아무런 제재 없이 언론이나 또는 SNS상으로 넘쳐나고 있다"고 불만을 표한 바 있다.

자료사진=국방부의 9월 평양공동선언 부속 남북 군사분야 합의 해설자료 일부
국방부는 9월 평양공동선언 부속 남북 군사분야 합의 해설자료 중 서해 훈련중단(완충)구역이 총 80km 폭이며 남측 40km-북측 40km 동등하게  분할됐다고 적시했다가, 실제 완충구역 폭이 135km이며 남측 85km-북측 50km로 북측에 훨씬 유리하게 나뉘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즉각 수정한 바 있다.

이런 기조 아래 이 총리가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가짜뉴스 단죄를 명분 삼아 수사기관과 정부 각 부처에 실무적인 대응 강화 지시까지 내린 셈이다. 그러나 그동안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드루킹 일당과 여권 핵심인사 연락 정황 은폐·축소 브리핑 ▲소득주도성장 실패 논란 속에서 청와대의 '통계 샘플 변경'을 통해 나온 "최저임금 긍정효과 90%" 주장 ▲청와대의 경제성과 홍보용 통계 그래프 왜곡과 일자리상황판 그래프 '취업자 증가수 5000명→1만명 사사오입(四捨五入)' 논란 ▲청와대·국방부가 9월 평양공동선언 부속 남북 군사합의에 관해 "서해 완충구역의 남북 길이가 북측 40km, 남측 40km로 '동등'하게 설정됐다"고 발표했다가 'NLL 최북단 기준으로 북측 약 50km, 남측 약 85km'라는 반박 보도가 나오자 마자 수정한 사례 등 '정권발(發) 가짜뉴스'에 대한 자정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편 이날 이 총리 발언에 대해 국회 과방위 소속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성명을 내 "청와대에서 가짜뉴스 성토가 일더니 오늘은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 규제론'이 제기됐다"면서 "민주당 측도 1인 방송을 규제 영역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유튜브 1인 방송' 탄압의 전주곡인가. 청와대, 정부, 여당 등 3자가 '우파방송 탄압'을 위해 손발을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박대출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는 현행법으로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제도개선 운운하는 것은 우파 방송을 손보려는 꼼수가 아닌가 의심된다. 정권이 듣기 싫은 목소리는 아예 차단하겠다는 것인가. 유튜브 1인 방송을 탄압하려는 꼼수는 꿈도 꾸지마라"고 지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연합뉴스)

그는 특히 "탄핵 때 얼마나 많은 가짜뉴스가 난무했나. 그 숱한 가짜뉴스들이 왜곡 선동한 기억을 잊었나. 그 가짜뉴스들은 민주주의의 교란범이 아닌가. 처벌 운운하려면 탄핵 때 난무했던 가짜뉴스부터 처벌하라. 아직도 인터넷 공간에 수도 없이 떠돌아 다니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박 의원은 이어 "경고한다. 방통위와 과기부는 경거망동하지 말라"며 "정부·여당은 '2008년 미네르바 사건'이 기억나지 않는가. 2008년과 2018년은 정권이 바뀐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야당일 때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마음껏 권력을 비판해놓고, 권력을 잡으니 그 비판이 싫어진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방송장악도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해 언제까지 '내로남불'을 계속할 것인가"라며 "유튜브 방송 탄압 시도는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국회 통과가 안될 터이니 일찌감치 접어라. 헛심 쓰지 마라. 유튜브 등 1인방송 규제법안을 발의한다면 제가 앞장서서 법안소위에서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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