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북한 철도, 도로 현대화 사업에 적어도 43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국토교통부 자료를 통해 확인한 철도·도로의 1km당 건설 단가에 근거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정양석 의원실은 1일 국회 예산정책처를 통해 입수한 한국철도시설공단 내부 자료를 근거로 이 같은 계산 결과를 제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1일 국무회의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의견하면서 2019년 한 해 동안 남북 철도, 도로 연결과 현대화에 필요한 비용을 2951억 원으로 추산했다.

통일부는 2008년 국회에 제출한 ‘10·4 선언 이행 비용’ 추계 자료에서 경의선 철도·도로 개·보수비용을 약 8조 원으로 추산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철도 1km당 건설 단가를 355억 원(토지 수용비 제외)으로 추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공사 인력을 무상 제공해 건설 단가의 10%인 인건비가 절약돼도 북한 경의선 철도 412km(개성~신의주)을 현대화하는 데 13조 1634억 원과 동해선 철도 781km(고성~두만강)에 24조 953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토교통부의 도로 건설 단가표를 근거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북한 경의선 161km(개성~평양)와 동해선 100km(고성~원산)를 현대화하는 데 토지비와 인건비를 빼고 각각 4조 347억 원과 1조 5050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철도 현대화에 28조 1164억 원, 도로 현대화에 5조 5397억 원 등 총 43조 6561억 원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내년 1년 치 예산 2951억 원의 약 150배다.

또한 험준한 북한의 산악 지형을 고려할 때 교량, 터널 건설비가 더 들 수 있다. 일반철도가 아닌 고속철도를 깔 경우엔 1km당 건설단가가 100억 원 이상 추가된다. 또 미연결 상태인 동해선 남측 구간(강릉~제진)의 공사비용은 빠져 있다.

정양석 의원은 “정부가 비용 산출을 위한 근거가 있음에도 이를 회피하는 것은 국회의 재정심의권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정부가 사전타당성 조사도 없이 주먹구구식 비용 추계로 국민에게 천문학적 재정 부담을 지우는 판문점 선언의 비준을 강요하고 있다”며 “국회의 비준 동의권을 무력화할 뿐 아니라 예산편성의 투명성 원칙도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북한 철도 현대화 비용은 정양석 의원실의 추산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건설단가에 포함되지 않은 차량 구매비, 전력 공급비 등을 더해야 하기 때문이다.

4년 전 금융위원회는 북한 철도 개발 비용을 약 83조원으로 추산했다.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한반도종단고속철도(54조원)를 포함해 북한 철도를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자금이 15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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