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조직 의무화하고 요구따라야 하는 '상장기업 관리규정' 적용
中 민영기업들, 공산당의 경영개입 우려 증폭

중국의 공산당이 본격적으로 상장기업들의 경영에 개입할 근거 조항을 신설해 적용한다. 이에 따라 중국 내 민영기업에 대한 공산당의 개입이 한 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와 국가경제무역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상장기업은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따라 당 조직 구성과 활동에 필요한 조건을 응당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을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증감위는 지난 6월 17일 '중국 내 모든 상장기업은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따라 사내에 반드시 당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상장기업 관리규정 수정 초안’을 최초 발표했다. 해당 수정안은 2002년 1월 7일부터 적용된 '상장기업 관리규정'을 16년만에 대체하는 것으로, 중국 공산당의 민영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시 증감위가 발표한 '상장기업 관리규정 수정 초안'에는 "중국내 상당기업은 공산당 당장에 따라 사내에 당 조직을 설치하고, 당 주도의 활동을 전개하며 당 조직 활동을 회사 설립의 필요 조건으로 한다"는 문구가 삽입되었다. 또 "상장한 국유기업인 경우, 당 건설 관련 사안을 사칙에 명기해야 하며 당의 지도(영도)와 회사 관리를 일치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증감위는 당시 이같은 수정 초안을 발표하면서 "상장기업에 대한 당 건설을 강화하는 것은 정부의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의 필연적인 요구사항이며, 당의 영도와 회사의 관리를 일치화하는 것은 중국 특색있는 기업 관리의 중요한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2015년부터 이미 기업 내 공산당 조직 설립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법률로서 규정해놓고 있었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이를 상징적인 지침으로 받아들여왔다. 국유기업은 대부분 이러한 지침을 따랐지만, 민간기업에선 당 조직 구성이 필요에 따라 이뤄지는 정도였다. 

공산당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말 기준 국유기업의 93%, 민간기업의 68%가 당위원회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 70%인 10만6000여 곳에 당 조직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이 집권하기 이전인 2012년(4만7000여 곳)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이에 미국에 거주하는 샤예량 전 베이징대 경제학 교수는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중국 당국의 조치에 우려를 표명하며 "시 주석은 중국의 경제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국유기업을 밀어주고, 이들 기업의 이익이 국가의 통제를 받게 하려 한다. 반면 민간기업은 경쟁에서 밀리게 되며, 결국 중국에서 가장 활력이 있는 요소인 민간 기업들은 고사되거나 해외로 도망하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의 개입이 본격화된다면 자국 민영기업들 뿐만 아니라 당장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불만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작년 11월 주중 독일상의는 중국 공산당이 당 조직을 설치를 강요해 경영에 간섭한다면 집단으로 철수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중 유럽상공회의소도 같은 달 "당위원회가 이사회 권한을 침해하고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당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외부 간섭을 받지 않는 경영이 혁신과 성장의 단단한 기초"라며 "공산당의 간섭이 계속된다면 독일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당위원회가 외국 기업의 지배구조나 의사결정에 관여한 사례가 없다"며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도 중국 현지 규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천펑잉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의 발언을 실어 반박했다.

중국 공산당은 기업 경영에 대한 개입을 본격화하는 '상장기업 관리규정'을 전면적으로 시행하면서 중국 내 해외기업 뿐만 아니라 민영기업들의 불만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불이익 두려워 암묵적으로 이를 용인하면서도, 몇몇 학계 인사와 언론들이 나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내에선 '사유제 소멸론', '사영경제 퇴장론', '민영기업 지배구조 민주화론' 등으로 민영기업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시 주석은 지난 27일 "한치의 흔들림없이 민영경제의 발전을 격려하고 지지하고 이끌고 보호할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았다. 인민일보는 최근 "중국의 민영경제 발전 지지는 명확하고 일관된다"며 "공유제와 비공유제(민영)경제가 상호배척과 대립이 아니고 상호보완하면서 유기적으로 통일돼야 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지난 19일 텐진에서 개막한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민영 경제 발전을 지지하는 정책을 진일보 실천해나갈 것"이고 언급했으며, 인민은행 이강(易綱)총재는 18일 좌담회를 열어 민영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을 공언했다. 

그러나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의 추샤오핑(邱小平) 부부장(차관급)은 지난 11일 '민영기업의 민주관리 심화, 내부동력의 혁신발전 증강 현장 회의'에서 민영기업의 '민주 관리'가 강화되어야 한다며 "직원들이 기업 관리에 공동 참여하고, 발전의 성과를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중국 내에선 공산당이 사유재산을 몰수하려 한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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