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방송’ 조항의 허실 캐물은 방문진 야권 이사...공정방송이란 용어의 기준은?
‘언론노조-지상파 산별협약’에 “언론노조원 가치관만 과잉대표할지 우려”

언론노조 MBC본부의 위원장 출신인 최승호 MBC사장이 취임한 이후 MBC가 언론노조를 주축으로 경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언론노조-지상파 산별협약’으로 인해 MBC 내에서 언론노조원들의 가치관만 과잉 대표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는 28일 ‘MBC이사회 결의내용’과 ‘MBC 노사 단체협약 체결’ 등 두 안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제16차 정기이사회를 열었다. 이날 '언론노조-지상파 산별협약' 결과 보고자로는 2008년 PD수첩 '광우병' 편의 책임프로듀서이자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을 지내며 언론노조의 핵심 인물이기도 했던 조능희 MBC 기획편성본부장이 참석했다.
 

공정방송을 방송사 구성원의 핵심 노동조건으로 규정한 ‘언론노조-지상파 산별협약’ 보고내용과 관련해 김도인 방문진 이사(전 MBC편성제작본부장)와 최기화 이사(전 MBC기획본부장) 등 야권 성향이사들은 산별협약에서 명시된 ‘공정방송’이라는 ‘용어의 기준’에 대해 의구심을 강하게 드러냈다.

앞서 지난 9월 3일 전국언론노조와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사는 처음으로 산별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언론노조와의 산별협약에는 ‘공정방송’을 핵심 노동조건으로 규정하고, 편성‧보도‧제작 분야 책임자 임명 시 임명동의제나 중간평가제 등을 통해서 제작 종사자들의 의견이 반영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한 ‘공정방송’을 위해 노사 동수로 구성된 공정방송기구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 공정방송기구는 프로그램의 제작과 방송 과정에서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방송강령과 프로그램 준칙 등을 위반한 일이 있는지를 심사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정방송을 저해한 구성원에 대한 징계 심의를 요구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이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MBC 경영진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MBC본부)는 오는 11월 이내 단체협약 체결을 목표로 교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도인 이사는 언론노조와의 단체협약에 담긴 '공정방송기구'의 징계심의 요구 항목 등을 지적하며 “언론노조원들의 가치관이 '과잉대표'되는 것이 아니냐”며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 이사는 공정방송기구가 ‘공정방송’을 명목으로 비(非)언론노조원에 대해 관련 징계를 몰아붙이는 역할을 하지는 않을지 우려했다. 그는 “공정방송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비(非)언론노조 인원들로서는 언론노조의 ‘공정방송’ 기준과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약에 따르면) 공정방송기구는 구성원 징계심의를 요구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수행해야 하는데,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의 징계요구권과 오버랩이 된다”며 “(공정방송기구가) 상시적인 진실미래위 또는 정상화위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KBS진실과미래위원회와 MBC정상화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사장 체제 하에서 이른바 '적폐청산' 성격으로 신설된 조직으로 비(非)언론노조원들을 겨냥한 '보복청산' 활동을 하고 있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조능희 본부장은 “공정방송이 근로조건이라는 개념은 어느 방송이 공정방송이라는 의견이 아니며 어떤 방송을 하든 공정방송을 위한 절차적인 내부 규정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쪽 저쪽 몇 대 몇으로 의견을 들어서 하는 방송이 공정방송이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언론노조가 근로자 대표이기 때문에 근로자 대표와 경영자 대표가 합의한 게 전부”라며 “방송 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공정하게 할 것인가는 내부적으로 토론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노조의 의견이 과잉대표될 수 있다는 협약의 한계점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김도인 이사는 “정치세력화를 위해 사업을 추진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는 언론노조가 주축인데 불편부당한 공정방송을 할 수 있겠냐”며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규정한 방송법과 언론노조의 규정 사이에 상충하는 모순점을 지적했다. 소위 민주단체 및 진보정치세력과 연대를 명시하며 특정 가치관으로 뭉친 언론노조가 ‘공정방송’을 대표하는 것이 적합하냐는 것이다.

야권 성향의 강재원 이사 또한 “사측과 노측 간 공정성 개념 정의 다르면 노조가 공정방송 요건 갖추지 않았다고 하면 파업이 가능해진다”며 “사측에서 공정성 개념 갖고 이견이 상충될 경우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경우가 오고 영업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송법 제6조9항에는 '방송 관련 정책 공표에 있어서 의견이 다른 집단에도 균등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방송프로그램 편성에 균형성을 유지하도록 해야한다‘고 명시돼있다. 반면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는 ’조합의 강령과 규약, 정치방침에 따라 조합의 정치 활동 역량을 강화하고 민주노총과 제 민주단체 및 진보정치세력과 연대하여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추진‘하는 목적을 지닌 정치위원회를 두고 있다.

김도인 이사는 ‘공정방송’을 위해서는 ‘언론노조-지상파 산별협약’에 따른 공정방송기구를 설치하기보다는 방송법을 근거로 한 편성위원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법 제6조9항과 언론노조 정치위원회 규정의 모순, 비언론노조의 대표성 보장방안 부재, 노사 의견 불일치시 파업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편성위원회를 통해 방송의 공정성에 관한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법에서는 공정방송을 추구하는 제도적 장치로 편성규약을 제정, 공표하고, 노사동수의 편성위원회를 통해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라고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권장하고 있는데, MBC의 경우 2018년 6월 편성규약을 개정한 이후 편성위원회 회의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아직은 회의를 개최한 적은 물론 편성위원 구성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김 이사는 ‘편성위원회’를 무력화시키고, 언론노조와의 협약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편성위원회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본부별 편성위원회 규정, 편성위원 선출 방법 등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김 이사는 “편성위원회를 통해 공정방송 문제를 다뤄야 MBC의 고질병인 파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노사동수 편성위원회는 노사 의견이 대립될 때에는 시청자위원회의 자문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대안이 있다. 방송법적 사항을 노동법적 수단으로 달성하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도, 제작, 라디오 등 본부별 편성위원회를 두고, 제작종사자들이 총회 등을 통해 편성위원을 선출하도록 되어 있는 KBS나 SBS에 비해 MBC는 오로지 근로자대표가 편성위원 5명을 선정한다고만 되어 있는데, 이는 노조의 하부기관으로 전락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며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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