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환 칼럼] 역사를 잊은 국가에게 미래는 없다
[차기환 칼럼] 역사를 잊은 국가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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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북한 기만행위 대해서는 기억상실증 증세 보여
일본은 지나간 과거의 문제지만 북한은 현재와 미래의 문제
차기환 객원 칼럼니스트
차기환 객원 칼럼니스트

흔히 인구에 회자되는 문구 중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2013년 7월 28일 한일전 축구 경기가 열렸을 때 관중석에 대형 플랜카드로 걸린 바 있고, 지상파 방송에서 단재 신채호 선생의 발언으로 소개된 적도 있다.

혹자는 단재 신채호 선생이 한 말이라고 하나 조선상고사 등 신채호 선생의 저서에 그런 기록은 없고 대다수 사람들은 윈스턴 처칠의 발언으로 이해하고 있다. 영문으로 하면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인데 영국은 단일 민족이 아니므로 nation은 국가로 번역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위 표현이 단재 신채호 선생의 발언으로 잘못 알려져 있고, 일본 식민지배 기간 발생한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일본의 ‘만행’을 비판하고 끈질기게 책임을 추궁할 때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 대한 식민지배 책임을 추궁할 때에는 그렇게도 역사를 기억하자고 외치는 한국 사회가 북한의 과거 침략행위나 계속되는 기만행위에 대하여는 기억상실증 증세를 보인다. 한국 사회의 그런 증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공동선언문의 내용 및 언론기관이나 국민의 반응을 보면 그 증세가 더 심각해지는 것 같다.

우선, 평양공동선언문을 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을 방문하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 후 공동성명문을 발표하였다. 그 성명문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핵문제에 관하여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처를 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용의가 있음을 피력하였다”(제5항), 군사적 긴장 완화와 관련하여,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 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 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하고, ‘판문점 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를 평양공동 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하고,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군사 분야 합의서의 이행 실태를 점검하기로 하였다”(제1항). 경제 문제와 관련하여, “남과 북은 상호 호혜와 공리 공영의 바탕 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기로 하고, 금년 내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고,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고동 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하기로 하였다”(제2항). 그 이외 문화 교류(제3항), 이산가족 문제(제4항)에 관한 내용도 합의하였다. 

이번 평양공동선언문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의 중요 원인인 ‘핵문제’에 대하여는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합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미 6차에 걸친 핵실험을 했고, 특히 북한은 2016. 1. 6., 2016. 9. 9.자 및 2017. 9. 3.자 핵실험은 수소폭탄 실험으로 발표했고, 그 위력도 리히터 지진 규모 4.8, 5.0 및 5.7을 기록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 단계에서 이미 더 이상의 핵폭탄 폭발 실험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이다. 

또, 북한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수차례 마쳤고, 2017. 11. 29. 미국 전역을 타격 범위로 할 수 있는 ICBM 화성 15호 발사 실험까지 성공하였다. 이미 핵무기와 ICBM 개발에 성공한 후 그동안 사용한 동창리 핵실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마도 북한은 이미 효용을 다한 위 시설을 철거하면서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거액의 철거사례금을 뜯어내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위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채택하여 대한민국의 안보를 심각하게 약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위 군사 분야 합의서는 ① 군사분계선 기준 남북 각 5km 이내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훈련 중지, ② 해상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 중지, ③ 공중 적대 행위 중지 및 비행금지구역 설정, ④ 한강하구 공동 이용 수역 설정 및 해당 수역 내 교류협력 군사적 보장, ⑤ 비무장 지역 내 GP 철수, ⑥ 서해상 우발적 충돌 방지 및 평화수역 설정 등을 담고 있다. 특히 ⑥항과 관련하여, 남북은 서해에서 남측 덕적도의 이북과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을 완충 수역으로 했는데 이 구역에는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 5도가 포함된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은 서해 지역 완충지대는 그 길이가 북측 40km, 남측 40km로 총 80km라고 하였으나 실제로는 초도에서 덕적도까지 135km로서 NLL의 최북단인 백령도를 기준으로 하면 북한 초도까지 약 50km이고, 덕적도까지는 85km 정도 된다. 문재인 정부가 서해 지역의 완충 지역을 설정함에 있어 NLL을 기준으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고, 서해 5도는 북한의 심각한 위협에 노출되었으며 서해 5도를 이용한 북한의 군사 도발 억제력은 명백히 약화되었다. 

문재인 정권과 김정은 체제가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으로 북한의 핵위협이 사라진 것도 없고, 서해 5도를 비롯한 서울, 경기 지역의 안보는 취약해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마치 평화가 찾아온 것인 양 착각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50% 초반에서 60%를 넘어 급등했다. 과연 한반도에서 핵 또는 재래식 무기에 의한 전쟁 위협은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 과거 정권들의 실패 사례를 보고서도 한국민, 언론 및 한국 사회는 교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김대중 정부 및 노무현 정부 시절을 되돌아보자.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6.15 선언,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10.4 공동선언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무려 6차에 걸친 핵실험과 수많은 중거리 미사일 및 ICBM 미사일 실험을 해 왔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개발할 의사나 능력도 없다고 하고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 책임지겠다는 발언을 했으나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핵개발에 매진했고,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경제교류를 통한 이득을 보아 왔음에도 북한은 오히려 핵 개발을 강행했고, 오히려 미국은 한국이 지원한 물자 또는 현금이 핵개발에 전용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국가나 개인이 상대국이나 거래 상대방을 경솔히 신뢰하여 1번은 속을 수 있으나 같은 이슈에 대하여 2번 속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고, 3번 연달아 속는 것은 징벌을 당해 마땅한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한 평양공동선언문을 북한이 위반하는 경우 한국은 3번째 속는 것이 되고 그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될 위험이 있다. 

왜 이렇게 한국민들은 일본의 과거 침략행위나 위법행위에 대하여는 역사를 기억하자고 하면서 북한 문제만 나오면 침략당한 것 또는 기만당한 것을 잊어버리고 또 속는 것일까? 우선 일본의 식민지배로 인한 피해가 실질적으로 발생한 것이 일차적 원인이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일본과 북한의 침략행위나 기만행위에 대응하는 차이점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북한이 일으킨 6.25 전쟁으로 더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고 1·21사태, 서해교전, 천안함 포격, 연평도 포격 등 최근까지 도발 행위가 끊이지 않았다. 북한의 침략행위나 기만행위를 더 잘 기억하고 대응해야 하는 것이 순리다. 일본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가해자지만 북한은 현재 가해를 가할 위험이 충분하다.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로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을 깼다. 주한미군이 없다면 한국군의 재래식 무기의 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 이미 벌어졌다. 설사 북한과의 평화 교섭이 잘된다고 하여도 북한 체제가 개인의 생명, 신체의 자유 및 재산권을 철저히 보장하는 자유시장 경제 체제로 전환되지 않는 한 한국 경제에 짐이 될 수밖에 없고(김정은 전체주의 체제의 속성상 그러한 경제 개방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고령화로 치닫는 상황에서 그러한 상태의 북한과의 교류는 더욱더 경제에 짐이 될 것이 명백하다. 그것도 북한과의 경제교류에 대하여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없다는 것을 전제한 상황이고 만약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제재가 가해지면 한국 경제는 추락을 피할 수 없다. 

필자는 최근 상황 전개를 보면서 한국민들이 국가를 지키고 한국 사회를 보존, 발전시키는 것에 무엇이 이롭고 해로운 것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원인은 뭘까? 이와 관련하여 떠오른 것은 1980년대 소련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소련 KGB 스파이였던 유리 베즈메노프(Yuri Bezmenov)가 설명한 ‘이념적 전복(ideological subversion)’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3qkf3bajd4

궁금한 독자분들은 위 유튜브 영상을 보시기 바란다. 유튜브 영상 화면에 자막(caption) 단추를 클릭하면 영문 자막이 나오므로 자막과 설명을 같이 이용하면 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소련 KGB는 인력과 예산의 85% 이상을 심리전쟁(psychological warfare)에 투입하여 미국인들의 현실 인식 틀을 변경시키는 장기 프로젝트에 투입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객관적 정보가 많이 제공되어도 미국인들이 무엇이 미국과 미국 사회에 이롭고 해로운 것인지를 판단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20년 이상 진행된 위 프로젝트는 소련이 생각한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북한의 대남 공작인들 달랐을까? 북한 역시 수십 년간 대남 공작 사업에 막대한 자금과 인원을 투입했을 것이다. 1992년 김낙중 간첩 사건이 있었다. 당시 김낙중 체포 시 미국 달러 100만 달러 이상의 현금(약 8억 원 상당)이 압수되었다(1992년 압구정동 30평형 아파트 1채 가격이 2억 5천만 원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 금액이 어느 정도 거액인지 알 수 있다). 김낙중 간첩 사건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고 북한이 대남공작금을 수십 년간 살포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내재적 접근법”은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는 가급적 선해(善解)하여 문제점에 눈을 감거나 두둔하고 한국의 권위주의 정권에 대하여는 선진 서구국가의 엄격한 기준을 들어 가혹한 비판을 하는데 이 역시 대한민국에게 이로운 사고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같은 민족”이라는 민족 감정까지 가세하니 소련이 미국을 상대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념적 전복” 활동은 쉬웠을 것이다. 

이제 이러한 왜곡된 인식틀을 버려야 한다. 북한 전체주의 체제의 실상은 탈북민들에 의하여 그 실상이 많이 알려져 있고, 유엔 인권위원회 보고서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졌다. 북한의 현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역사이다. 그 참혹한 인권 유린과 경제 실패의 역사를 한국민들이 잊어버리고 “우리 민족끼리”를 외친다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특히, 한국민들은 미국이 한반도에 대하여 장래에도 과거와 같은 정책을 펴리라고 만연히 생각하고 있으나, 미국이 셰일가스(shale gas) 개발로 에너지 자급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수출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결과 향후 어떤 방향으로 세계 전략 및 한반도 정책이 전개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하여 피터 자이한이 쓰고 홍지수 작가가 번역한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The Accidental Superpower)를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21세기에 펼쳐질 세계사의 흐름과 “우리 민족끼리” 노선이 얼마나 충돌되는 것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런 전환기에 한국 정부와 한국민들이 “우리 민족끼리” 구호를 내세운 폐쇄적인 역사관을 버리고 세계 속의 한국을 추구하는 시각을 갖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는 없다. 좌익이 외치는 구호를 이렇게 바꾸자. “20세기 세계 역사와 대한민국 건국과 발전의 역사를 모른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차기환 객원 칼럼니스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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