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서울 한복판에 부적절한 사진” 비판 목소리
‘남북 정상회담 성공개최’ 홍보 이후 여전히 ‘남북회담’ 홍보에 열 올리는 서울시
27일 오전부터 게재, 언제까지 걸어둘지는 정해지지 않아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북한 김정은과 리설주의 사진이 실린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에는 지난 20일 백두산 천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과 손을 맞잡고 만세를 하고 있는 장면을 배경으로 ‘한반도의 운명을 바꾼 남북정상회담, 서울시도 함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서울시는 27일 오전부터 이 사진을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 외벽에 내걸었다. 바로 전까지 걸려 있던 현수막엔 지난 4월27일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날 교체된 리설주‧김정은‧문재인 대통령‧영부인 김정숙의 사진은 아직 언제까지 게재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시가 지난 18~20일 열린 ‘3차 남북 회담’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회담 성공 기원’ 홍보를 한 데 이어, 회담 이후에도 남북회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수막을 본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서울 한복판’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나가다 현수막을 본 서울시민 홍모씨는 “저런 사진을 보면 (남북 회담의) 성과에 대한 판단을 강제당하는 것 같아 매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장모씨도 “아직까지 북한은 엄연한 한국의 적국인데, 적국의 수장이 ‘만세’를 하고 있는 사진을 수도 한복판에 거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보는 순간 불쾌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담당 주무관은 “자체 카피라이터와 디자이너가 내부 회의와 논의를 통해서 문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정 홍보물에 가까운 현수막 제작에 시 예산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6월 서울시 조례를 개정해 남북교류 전담조직을 설치하는 등 남북 교류 관련 사업에 주력해왔다.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는 남북교류협력담당관을 신설하고, 기획조정실 산하에 있는 5명 규모의 남북협력팀을 3개팀, 12명 규모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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