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급적 근무시간내 사용" 내규 인정하면서도 "어긋난다고는 못 봐" 강변
총무비서관실 "불가피한 일부사례" "유흥업소 사용 안해" "국익을 위해" "예외규정 있다" "직불카드 오류" 반박도
한국당 김성태 "술집 말고 24시간 영업 음식점 많아, 靑만 치외법권이란 잘못된 인식"

청와대는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가 원칙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해선 안 되는 밤 11시 이후 심야 시간대, 토·일요일과 공휴일 등에 공공연히 지출됐다고 폭로한 데 대해 "청와대는 24시간 365일 일하는 조직"이라고 반응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한 뒤 "(오후) 11시 이후 사용, 주말 사용 부분은 가급적 근무시간 내 또는 너무 심야가 아닌 저녁시간까지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내부 규정과 어긋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심재철 의원은 이날 오전 배포한 보도자료, 한국당 긴급 의원총회 발언 등을 통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15개월간 청와대가 심야 및 주말시간대에 2억4594만원 상당을 쓰는 등 업무추진비의 부적절한 사용이 있었다고 문제제기했다.

심 의원은 "(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 등으로) 업무추진비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오후 11시 이후 심야시간대와 법정 공휴일, 토·일요일 등에 와인바나 이자카야 등에서 업무추진비가 사용된 내역이 수두룩하게 나왔다"고 강조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가 오후 11시 이후 심야 시간대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건수는 총 231건이고 액수로는 4132만여원이다. 법정공휴일과 토·일요일 등에는 1611건, 2억461만여원을 사용했다. 

시간대를 떠나 업무와 연관성이 부족한 주점(酒店) 등에서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건수도 236건(3132만5900원)에 달한다고 심 의원은 폭로했다. 

당초 '기타 일반 음식점업'으로 기록된 지출 내역을 의원실 차원에서 규명해 맥주, 주막, 이자카야, 와인바, 포차, 바(BAR) 등이 포함된 상호명에서 235건 지출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총무비서관실 보도자료를 통해 상호에 '주점' 성격이 명시된 점포에서 업무추진비가 사용된 것에 대해 "불가피한 사유로 늦은 시간 간담회 개최시 상호가 주점으로 된 곳에서 사용된 사례가 일부 있으나, 이는 해당 시간·장소에 대부분의 일반식당이 영업을 종료해 실제로는 다수의 음식류를 판매하는 기타 일반음식점에서 부득이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유흥주점,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에서의 업무추진비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전수조사 결과 실제 결제된 사례도 없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또 "국정운영 업무추진은 학생·청소년·소상공인 등 일반인부터 외국의 정상·고위급 관료 등에 이르기까지 업무 관계자가 다양해 업무에 따라서는 일반 대중식당 등을 이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면서 대중음식점 통상가격보다 높은 예산집행 사례에 대해서는 "국익을 위해 관련국 관계자 등에 대한 예우와 의견청취 등 간담회 목적에 부합한 장소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천만원 대의 백화점 이용 건에 대해서는 "각종 대내외 외빈행사에 필요한 식자재 구입과 백화점내 식당 등을 이용한 것으로 부적절한 집행은 전혀 없다"고 했고, 오락 관련 산업 사용 건에 대해서는 "6월 민주항쟁 관련 영화 '1987'을 해당 사건 관계자 등과 관람시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사용내역 중 다수에서 '업종' 부분이 누락된 것에 대해선 "대통령비서실은 지난 7월 자영업·중소상공인 카드수수료 부담 경감을 위해 신용카드보다 자영업·중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이 약 0.3% 낮은 직불카드로 전면 교체했다"며 "직불카드사의 결제정보가 재정정보시스템에 자동 등록되는 과정의 단순 오류"라고 주장했다.

이어 "'디브레인(dBrain,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상에 나타나는 '업종'은 카드사에서 자동 부여되는 것인데, 신용카드 사용에 적합화된 디브레인에서 직불카드 사용은 업종이 표기되지 않고 있어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심야시간·주말 사용에 대해서는 "대통령비서실은 국정운영 업무의 특성상 365일 24시간 다수의 직원들이 긴급 현안 및 재난상황 관리 등을 위해 관련 업무를 긴박하게 추진하며, 외교 안보 통상 등의 업무는 심야 긴급상황과 국제시차 등으로 통상의 근무시간대를 벗어난 업무추진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심야시간대 사용은 야간국회 및 국가 주요 행사가 저녁 늦게 종료되거나 세종시 등 지방소재 관계자가 서울에 늦게 도착해 간담회가 늦게 시작됨에 따른 것이고, 주말∙휴일의 경우 위기관리센터 365일 가동, 국가 주요 행사 지원, 주말 춘추관 가동, 당정협의, 노동계∙남북문제 등 긴급 현안관련 업무추진에 따른 것"이라며 "불가피한 경우에도 기재부의 예산집행지침에 따라 사유서 등 증빙자료를 제출받고 있으며, 총무비서관실에서 일일 점검 체계를 운영하면서 부적절한 사용을 방지하는 등 집행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청와대는 "출장명령서, 휴일근무명령서 등 증빙 자료를 제출하여 클린카드 사용의 불가피성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업무추진비 사용이 가능하다는 기재부 예산집행지침의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야당의 비판은) 비인가 행정정보를 최소한의 확인도 거치지 아니한 추측성 주장으로 사실과 다르다"며 "대통령비서실은 업무추진비 등 정부 예산은 규정을 준수하여 정당하게 지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청와대의 '24시간 일한다' 등 해명에 대해 "그만큼 청와대가 얼토당토하지도 않은 반박을 한 것"이라며 "청와대 업무추진비에 면죄부를 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늦은 시간에 주점에서 회동을 가질 수 없냐는 건 24시간 영업이 이뤄지는 대중음식점 많기 때문에 맞지 않는 해명"이라며 "청와대는 치외법권적인 권한 누리고, 잘못 저질렀어도 자기들은 해방구가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앞서 검찰은 심 의원 보좌진이 한국재정정보원의 재정정보시스템을 통해 부당하게 자료를 확보했다는 기재위 피감기관 기획재정부의 고발 나흘 만인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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