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 정상적인 방식으로 접속한 건 맞지만…" 시인하고도 고발戰 강행
靑 비정상시간대·술집 235건 등 예산남용 공개돼도 "비인가자료 취득·열람·공개" 입장만 강조

기획재정부가 국정감사 주체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안양시동안구을·5선)이 27일 청와대의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일부를 공개한 것을 계기로 추가 고발한다고 예고한 다음, 당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기재부는 앞서 심재철 의원실 보좌진을 기재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 재정정보분석시스템(dBrain·디브레인) 내 정부예산자료를 불법 열람·취득했다며 검찰에 고발했고, 나흘 만에 검찰에서 전례없는 '정기국회 회기 중 의원실 압수수색'에까지 나선 바 있다.

이날은 보좌진에 이어 청와대의 예산 일부 오·남용 사례를 보도자료 등으로 공개한 심 의원까지 고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기재부는 심 의원 보좌진에 대해 "정상적인 방식에 따라 접속한 건 맞다"고 시인하면서도, 비인가 자료를 불법 열람·취득하고 반환하지 않았다는 입장만 강조했다.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재정정보원의 비인가자료 유출 관련 입장' 공식 브리핑을 통해 심 의원 고발 방침을 밝혔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제2차관.(사진=연합뉴스)
김용진 기획재정부 제2차관.(사진=연합뉴스)

브리핑 당시 김용진 차관은 "심 의원실 보좌진들이 정상적인 방식에 따라 접속한 것은 맞지만 문제는 로그인 이후 비인가 영역에 비정상적인 방식을 사용해 접근하고 비인가 자료를 불법적으로 열람·취득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쟁점은 ▲비정상적 접근방식 습득 경위 ▲비인가 정보습득의 불법성 사전 인지 여부 ▲불법행위의 계획성·반복성 등이라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해당 시스템을 지난 10년 동안 1400명 이상이 사용했음에도 이런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고발 이유로 들었다.

그는 비정상 접근방식은 단순히 클릭 한두 번이 아니라 5단계 이상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이 방법을 최초로 습득한 황모 비서관은 디브레인을 6년 이상 사용해왔기 때문에 불법성을 인지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는 의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심 의원 측에 '자료를 유출하는 것이 아니라 즉각 재정정보원에 알려 개선토록 해야 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보가 제3자에게 유출되거나 공개되면 '국가 안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하지만 앞서 이날 심 의원은 디브레인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5월~올해 8월까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업무추진비를 사용해선 안 되는 시간대에 지출한 내역, 국정 업무와 무관한 주점(酒店) 235건 등 지출 내역, 누락되거나 과다지출 의혹을 받는 집행 내역 등을 공개하면서 "이 자료는 국가안보 및 기밀에 해당되는 자료가 아니며 국민세금인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자료 공개를 이유로 기재부는 이날 심 의원 '직접 고발'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김 차관은 기재부, 국세청 등 기재위 소속기관뿐만 아니라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국무총리실, 법무부, 헌재·대법원 등 헌법기관과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도 포함한 37개 기관의 작년 5월 이후 자료가 유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자료가 유출되면 통일·외교·치안 활동 관련 정보가 노출되고 국가안보전략이 유출될 우려가 있으며, 주요 고위직 인사의 일정·동선 등 신변 안전에도 위해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심 의원이 해당 자료를 반환하지 않고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해당 자료를 제3자에게 공개한 점을 심각하게 본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대통령비서실의 예산집행 내역 등 자료의 외부 유출과 공개가 계속 반복돼 심 의원을 사법기관에 추가 고발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21일 당시 국회 의원회관 소재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서울중앙지검이 압수수색할 당시 한국당 의원 및 보좌진·당직자들은 현장에서 검찰에 항의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21일 당시 국회 의원회관 소재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서울중앙지검이 압수수색할 당시 한국당 의원 및 보좌진·당직자들은 현장에서 검찰에 항의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기재부는 지난 17일 정부 부처의 예산 편성·집행·결산과 관련한 자료를 권한을 넘어 내려받고 돌려주지 않는다며 심 의원실 보좌진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불과 나흘 만(21일)에 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진수)는 심 의원의 국회 사무실과 보좌진 자택, 재정정보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의 강제수사에 앞서 심 의원은 디브레인 기술담당자와 12일 통화에서 '프로그램 오류' 발생에 관한 문의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으며 이틀 뒤(14일) 담당자가 의원실을 방문해 오류를 직접 확인하고 돌아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기재부의 보좌진 고발 다음날(18일)에도 의원 사무실에서 해당 자료 입수 과정을 시연하며 해킹과 같은 불법성은 없었다고 항변한 바 있다. 아울러 기재부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은 기재부의 고발과 압수수색을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21일 당 지도부 차원에서 의원실 압수수색 현장에서 검찰에 직접 항의했으며, 26일엔 기재위원단 차원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뒤이어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對)정부 투쟁 노선을 재확인하는 한편 정기국회 회기 중 압수수색을 '심 의원에게 묻지도 않고' 허가한 문희상 국회의장실에 항의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기재부는 심 의원을 공개 비난하거나 한국당의 '야당 탄압' 주장을 부인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