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속의 비틀린 신자유주의, 오해를 부르는 용어 사용으로 자유주의 반감만 조장
정부의 역할만 강조하는 교과서, 자유주의의 강점과 역할엔 침묵
‘자유주의’로 일자리 만들고 빈곤을 넘어서 ‘평평해진 세계’를 바로 보아야

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

단원명이 ‘시장경제와 금융’이다. 첫 번째 중단원의 ‘자본주의의 전개 과정과 합리적 선택’에서 자본주의의 역사를 설명하고 합리적 선택을 설명한다.

자유방임주의로 시작되는 ‘고전적 자본주의’에 이어 애덤스미스가 나오고, 수정자본주의를 거쳐 신자유주의에 이른다. 수정자본주의 부분에선 ‘대공황’이 언급되고, 수정자본주의의 출현이 ‘시장의 자율에만 맡겨 두면 모든 경제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에 의문’을 갖게 된 탓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후 바로 시장 경제의 전면적 붕괴를 막는 유일한 수단이 ‘정부 기능의 확대’라 하면서 정부의 역할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어 정부 비대화라는 비효율이 다시 나타났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신자유주가 등장했다고 기술한다. 여기까지는 큰 흐름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교과서에 소개된 ‘신자유주의’는 학생들의 반감을 사기에 충분한 요소들이 들어있다.

● '큰' 정부'는 언제나 정답인가 

자유방임주의로 설명하는 자유주의는 늘 그렇듯 한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 계기가 된 사건을 ‘대공항’으로 설명하고, 대규모 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큰 정부’의 등장이 당연하고도 불가피하다고 기술한다.

그림 . V-1.자본주의의 전개과정과 합리적 선택 중 130 쪽

(다행히 이 교과서에선 그 사건을 ‘시장의 실패’란 용어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애초 교과서를 선정할 때 잘못된 용어인 ‘시장의 실패’가 들어있는 교과서인가의 여부와 ‘기업가 정신’을 다루고 있는가의 여부 등으로 교과서를 선정했기 때문에 당연히 ‘시장의 실패’라는 용어는 들어 있지 않았다.)

독점기업의 등장과 대량실업의 발생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큰 정부가 필요함을 강조하며, 그로 인한 자본주의의 수정이 불가피 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림 2. V-1.자본주의의 전개과정과 합리적 선택 중 131 쪽

이러한 흐름은 신자유주의의 등장 이후에도 정부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의 개입이 초래한 시장 경제의 왜곡과 비효율로 신자유주의가 등장하고, 정부규제완화 및 철폐·복지 축소·공기업 민영화 등을 주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기술하는 부분이 그렇다. 이는 신자유주의 출현이 몰고 온 불편함을 정부의 역할로 정당화하려는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시장경제의 왜곡으로 인한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등판한 신자유주의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어떻게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지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 신자유주의는 ‘공공의 적’?!

‘자본주의 역사’를 통해 접근하는 신자유주의는 학생들에게 결코 자비롭지도 공정하지도 않게 다가간다. 앞서 지적했듯 신자유주의 출현이 몰고 온 불편함을 정부가 개입해야만 해소될 수 있는 것으로 제안하고 싶어하며, 신자유주의가 가져올 문제점을 드러내기에 급급하다. 그런 속내는 하단의 <생각을 키우는 활동>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림 V-1.자본주의의 전개과정과 합리적 선택 중 131 쪽 하단 <생각을 키우는 활동>

2000년대 중반 미국 발 경제위기들이 신자유주의의 결과로 빚어진 일들이며, 그러한 사건들은 다 정부의 개입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한 탓으로 돌리려한다. 예시답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림 4. V-1.자본주의의 전개과정과 합리적 선택 중 131 쪽 하단 <생각을 키우는 활동>의 예시 답안

교과서의 예시 답안은 정부가 금융시장에 개입하지 않아 미국 발 세계금융위기가 발발한 것이며 세계 금융위기가 자본가들의 탐욕 때문이었기 때문에, 월가에서 일어난 시위는 시민들이 신자유주의에 제동을 걸어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고 기술한다. 신자유주의는 자본가의 탐욕을 키워준 터전일 뿐이고 복지를 축소시켰을 뿐이라고 인식하게 만들도록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경제위기를 정부의 개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으며, 어떻게 시장의 힘으로 극복하게 할 수 있었고, 어떠한 경쟁력을 통해 세계경제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었는지는 언급하지 않는다. 소위 신자유주의로 인해 자유가 확장되고 자본과 재화와 서비스가 자유롭게 이동하여 인류가 풍요롭게 되고 시장이 확장되었으며, 정말 가난하던 나라들에서 조차도 일자리가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진실을 이야기해야 함에도 그런 이야기는 침묵하고 있다. 어떻게 세계화와 자유로 인해 빈곤으로부터 탈출하게 되었고 지금 세계는 평평해지고 있는지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건만 그런 이야기는 전혀 다루지 않는다.

● 억울한 ‘신자유주의’, 자유주의에 대한 오해를 넘어서

“선생님, 아담스미스가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이 등장한 그 자유주의는 그럼 구자유주의인가요?”
“구자유주의는 착한데, 신자유주의는 나빠요, 선생님.”

아이들의 시선은 때로 정확하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볼 때 ‘신(新)’의 등장은 ‘구(舊)’를 전제하는 것이라 보였을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복지를 축소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해 소비자들을 위협할 것이라는 ‘괴담’을 모르지 않는 아이들에게 당연히 신자유주의는 악당이었다. 얼마 전 악화일로에 놓인 우리 경제 역시 온통 신자유주의에게 원죄가 있는 듯 보도된 기사를 기억하는 학생들에게는 교과서의 이런 기술이 확신을 심어주는 쐐기 같은 것이 되고 말 터였다.

“자유주의에 신, 구는 없어요. 아담스미스 당시의 자유를 굳이 지금의 자유주의와 비교하기 위해 고전적 자유주의라 부르는 것뿐. 자유주의는 늘 그냥 자유주의입니다. 그리고 다시 자유주의가 등장하게 된 것은 정부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 주려했던 수정자본주의 하의 ‘큰 정부’가 가진 비효율 때문이었고, 다시 등장한 자유주의가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지요. 그 과정에 또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나름으로 해결책을 찾아가면 됩니다. 완벽한 정책은 없어요.”

이어서 우리 사회에 오해로 점철된 ‘신자유주의’의 오해를 풀기위해 신문에 소개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신자유주의가 무턱대고 악당은 아니라는 오해를 풀어줄.

‘2018년 경제적 자유도가 가장 높은 최상위 4개국은 홍콩, 싱가포르, 뉴질랜드, 스위스이다. 가장 ‘지독한’ 신자유주의 국가들이다. 해고도 거의 자유롭고 노동은 그저 당사자들 사이의 문제로 취급되며, 홍콩, 싱가포르, 스위스에는 최저임금이 없다. 세금도 낮다. 가장 ‘지독한’ 신자유주의 국가들이 가장 못살아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 반대다. 세계에서 가장 소득수준이 높다. 신자유주의 국가라는 홍콩은 4.6만 달러고 싱가포르는 5.8만 달러로 아시아 최고이며 유럽 최고의 신자유주의 국가인 스위스는 국민소득이 8만 달러, 뉴질랜드도 4만 달러를 넘었다. 신자유주의는 국민을 부유하게 만들어줬다.(참조. 펜앤마이크 김정호 칼럼, 2018.07.27.)’

학생들은 다소 혼란스러워 하는 듯 했지만 정확한 팩트로 들려주는 이야기에 다시 생각하는 듯 했다.

마무리를 할 시간이 다가왔다. 교과서의 마지막 부분 <통합적 사고력이 쑥쑥> 코너에 소개된 영화 이야기. 영화로 느끼고 생각해보라는 코너에 소개된 영화, 「빌리 엘리엇」. 이 영화에 대한 교과서의 소개는 다음과 같았다.

그림 5. V-1.자본주의의 전개과정과 합리적 선택 중 135 쪽
<통합적 사고력이 쑥쑥>코너

“(문제) 1. 이 영화에서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 관련된 내용은 무엇인가? (예시 답안)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에버링턴은 가상의 마을이지만 빌리 아버지와 형의 파업은 실제로 있었던 영국 광부 파업(1984~1985년)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이는 당시 영국의 대처 총리가 도입한 신자유주의 정책에 저항했던 광산 노동자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1979년 집권한 보수당의 마가렛 대처 총리는 영국의 노동당 정부가 20년간 지속해 왔던 사회 복지 국가 정책이 만성적인 저성장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며 영국병의 해소를 표방하고, 저비용·고효율로의 경제 구조 전환을 통해 시장 경제 원리를 중시하는 경제 전 부문에 걸친 경제 개혁에 착수하였다. 이러한 정책이나 신념을 ‘대처리즘’이라고도 한다. 영화 「빌리 엘리엇」은 아들의 자아실현을 위한 가족의 애틋한 사랑을 그려낸 영화이기도 하지만, 당시 영국 사회가 겪은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영화이다.”

교과서는 대처가 사회 복지 국가 정책으로 인해 누적된 만성적 저성장을 해결하려했던 경제개혁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심어줄만한 영화이야기로 끝을 맺고 있었다.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루어가는 탄광촌 아이의 성장담 보다 시장 경제 원리를 중시하는 대처리즘으로 인해 꿈이 무너질 뻔한 ‘신자유주의 정책에 저항했던 광산 노동자들’의 시대상에 주목하게 하는 영화소개. 이 교과서의 영화소개는 필자만 불편했는지도 모른다.

자유주의는 그저 자유주의 일 뿐이며 빈곤과 허기를 벗어나 세계를 평평하게 해주는데 기여한 성장의 견인차였음 역시 같이 소개되어있기를 바랬다면 지나친 욕심이었을까. 신자유주의의 오해를 풀기위해 정성을 들인 사회시간은 그렇게 계획보다 길게 이어지고 말았다.

조윤희(부산 금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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