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등 현 與圈-좌파세력, 한미 FTA 체결-비준 때 온갖 궤변으로 국민 선동
당초 협정보다 훨씬 한국에 불리해진 개정안에는 입 다물어 또하나의 '내로남불'
민주당 "국회, 한미 FTA 개정안 비준 즉각 나서자"...과거 잘못 사과는 하지 않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미 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 서명식 당시 '미국이 얻어낸 것'을 구체적으로 역설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서 "우리는 이 협정을 보다 좋은 협정으로 개정했다"고 맞장구를 쳐 파문이 일고 있다.

내용적으로 대미(對美) 픽업트럭 수출과 철강 수출량에 추가 제한이 걸리고, 미국산 자동차 수입과 안전기준 적용의 문턱은 한층 낮아진 한편 미 재무부가 한국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경쟁적 통하 절하와 환율 조작을 금지'하는 양해각서(MOU) 체결이 동반돼 '미국에 내준 것만 많은' 상황이라는 게 한가지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현재 문재인 정권 고위공직을 두루 꿰찬 참여연대 등 재야 출신 인사들과 더불어민주당이 노무현·이명박 정부 시절 한미 FTA에 제도권 안팎에서 '제2 을사늑약' 프레임을 씌우고 종국엔 '광우병 괴담'에 편승하며 격렬하게 반대한 전력이 더욱 직접적인 이유로 거론된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맡았던 문 대통령 본인도 이명박 정부 시절 태도를 바꿔 한미FTA 반대 입장을 전개한 바 있고, 2012년 18대 대선후보 때는 한미FTA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1년 11월22일 한미FTA 국회 비준안을 통과시킬 때 김선동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후 舊 통합진보당 소속)이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며 폭력사태를 유발한 사례도 있었다. 

김선동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투척사건.(자료사진=연합뉴스)

비준안 통과에 앞서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정동영 최고위원(現 민주평화당 대표)은 "을사늑약과 한미FTA는 본질이 같다"고, 손학규 대표(現 바른미래당 대표)는 "안보 정국을 틈타 우리나라 이익을 팔아먹은 걸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격렬하게 집권당인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을 비난했다. 

'을사늑약'이라는 말까지 나오자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2011년 11월21일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체결한 조약에 대해 을사늑약이라고 한다면 이 조약을 체결한 분(노무현 전 대통령)에는 과연 무슨 비난을 하는지 되돌아 봐야한다"며 "국가 대사를 앞두고 괴담이나 유언비어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공박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2007년 4월 한미FTA 체결 당시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우리 이익을 지켜낸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당시 "세상에 무슨 이런 조약이 다 있나"라고 반대해 반미(反美)정서를 부추겼고,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전후 제기한 FTA 재협상론(論)에 '굳이 거부할 이유도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등 표변했다. 

2012년 2월 민주당은 한명숙 대표체제 하에서는 이미 국회 비준안이 통과된 한미FTA를 "날치기"라며 발효를 중단하라는 장외 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명숙 대표 시절의 민주통합당의 한미FTA 국회 비준안 발효절차 중단 촉구대회.(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정부의 한미FTA 국회 비준안 통과 이전에 노무현 정부가 한미FTA를 체결하기까지도 현 집권세력이 주축이 돼 전면 반발한 바 있다.

일례로 지난 2006년 7월6일 발표된 '경제학자 171명의 한미FTA 원점 재검토 촉구' 성명에는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양극화연구팀장(現 통계청장), 김상곤 한신대 교수(現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상조 한성대 교수(참여연대 출신 現 공정거래위원장), 홍장표 부경대 교수(직전 청와대 경제수석·現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물론 '좌파 경제학계 원로'로 꼽히는 변형윤 전 서울대 교수, 장하성 정책실장의 사촌인 장하준 미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의 이름이 올랐다.

김의겸 현 청와대 대변인을 배출한 언론사 한겨레가 발족시킨 '선진대안포럼' 참여자들도 2006년 4월 토론회에서 "미국은 자유무역협정 체결 과정에서 자신들의 경제질서와 국가이익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들은 또 "한미FTA를 반대하는 쪽을 끌어안지 못하고 배제한다면 참여정부(노무현 정부)와 진보개혁세력은 서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지도 모른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강신욱 현 통계청장, 박원순 현 서울시장, 문정인 현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연세대 정외과 명예교수), 조희연 현 서울시교육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황인성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등이 참여자로 눈에 띈다.

2006년 6월27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한미FTA 졸속체결 반대 시국선언에는 김태홍·권영길 의원 등 30여명의 의원들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50여명의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같은해 3월28일 발족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는 영화 스크린쿼터제에 반대한다는 영화감독 정지영씨와 영화배우 안성기씨, 조준호 당시 민노총 위원장,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이 참여한 것으로 보도됐다. 김기식 사무처장은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문재인 정권에서 금융감독원장으로 발탁된 지 보름여 만에 낙마한 인물이다.

이 범국민운동본부는 3달여 뒤인 7월10일 한미FTA 반대 시국선언 등 대국민 선전전(戰)에 나섰는데, 앞서의 '경제학자 171명'도 이에 합류했다. 본부 산하의 10개 종교·환경단체가 참여한 '종교환경회의'는 "한·미FTA는 농업을 파괴하고, 국부유출과 일자리 감소, 환경파괴를 초래, 빈곤과 양극화 고통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사진='프레시안' 인터넷 보도 일부 캡처
사진='프레시안' 인터넷 보도 일부 캡처

참여연대 소속이자 고려대 경영대학원장이던 장하성 현 정책실장은 같은해 8월1일 공개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는 한미 FTA 협상을 갑작스레 추진해 국민이 납득한 만한 손익계산서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한미 FTA는 또다른 국론분열의 단초만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장 실장은 노무현 정부를 겨냥해 "현 정권은 너무 폐쇄적이어서 외부의 비판이나 조언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자신들의 지지기반이었던 개혁·진보세력은 떨어져 나가고, 보수세력도 끌어안지 못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이런 가운데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26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에서 서명한 한미FTA 개정 협정의 국회 비준절차에 즉각 나서자고 야권에 제안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비준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여야는 조속한 합의를 통해 한미 무역마찰의 종지부를 찍고 한반도 경제도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야권에 종용했다. 

윤 총장은 2007년 한미FTA 체결 전후로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로서 FTA 체결에 기여했다가, 야당 의원으로 지위가 바뀐 2008년 5월 국회에서 열린 한미FTA 청문회 위원으로 참석해 미국산 소고기 재협상을 정부에 압박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미친 쇠고기 먹는 것이 전략적 동맹이냐"고 따지는 등 광우병 괴담을 매개로 한 한미FTA 반대 여론 확산에 일조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다음은 2006년 7월6일 당시 '한미 FTA 협상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 성명서 발표에 참여한 서명자 171명 명단(출처 : 프레시안).
  
1. 대학 및 연구소 소속 서명자
  
  강남훈(한신대), 강신성(한남대), 강신욱(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신준(동아대), 권광식(방송대), 김기원(방송대), 김기현(경북대), 김대래(신라대), 김도근(동명정보대), 김삼수(서울산업대), 김상곤(한신대), 김상조(한성대), 김성구(한신대), 김성희(한국비정규노동센터), 김수행(서울대), 김승석(울산대), 김안국(한국직업능력개발원), 김양화(부산대), 김애경(대구사회연구소), 김영용(경북대 새정치경제학연구회), 김영철(계명대), 김용원(대구대),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윤자(한신대), 김의동(경상대), 김재훈(대구대), 김정주(한신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김종한(경성대), 김준(상지대), 김진일(국민대), 김차두(경성대), 김창근(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김태억(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김태연(단국대), 김형기(경북대), 남기곤(한밭대), 노중기(한신대), 류동민(충남대), 류덕위(한밭대), 문종상(한국섬유개발연구원), 민경세(한밭대), 민완기(한남대), 박경(목원대), 박경로(경북대), 박관석(목포대), 박광서(전남대), 박만섭(고려대), 박명훈(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박상수(제주대), 박섭(인제대), 박순성(동국대), 박승호(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박정원(상지대), 박영호(한신대), 박종현(진주산업대), 박지웅(영남대), 박진도(충남대), 박태주(한국노동교육원), 박형달(순천대), 배영목(충북대), 배인철(한국도로공사), 백영현(참여사회연구소), 백일(울산과학대), 변형윤(서울사회경제연구소), 서석흥(부경대), 서익진(경남대), 서한석(경원대), 서환주(상지대), 성낙선(한신대), 손명환(충남대), 송원근(진주산업대), 송태복(한남대), 신상기(경원대), 신정완(성공회대), 신조영(대진대), 안진권(대구사회연구소), 안현효(대구대), 양준호(삼성경제연구소), 양희석(경상대), 우명동(성신여대), 우석훈(성공회대 강사), 유태환(목포대), 유철규(성공회대), 윤병선(건국대), 윤석원(중앙대), 윤영삼(부경대), 이강국(Ritsumeikan University), 이규금(목원대), 이기훈(충남대), 이병천(강원대), 이상준(국민대), 이상철(성공회대), 이상호(가톨릭대 강사), 이상호(진보정치연구소), 이세영(한신대), 이영기(동아대), 이영자(가톨릭대), 이용재(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이우진(University of Massachusetts), 이원복(대구대), 이일영(한신대), 이재성(계명대), 이재은(경기대), 이재희(경성대), 이정우(경북대), 이종래(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이종한(한국행정연구원), 이채언(전남대), 이해영(한신대), 임상오(상지대), 임수강(국회의원 보좌관), 장대익(경성대), 장주영(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장지상(경북대), 장상환(경상대), 장하준(University of Cambridge), 전창환(한신대), 전형수(대구대), 정건화(한신대), 정명기(한남대), 정성기(경남대), 정성진(경상대), 정세은(충남대), 정승일(국민대 겸임교수), 정원호(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정일용(한국외국어대), 정재호(목원대), 조복현(한밭대), 조석곤(상지대), 조영탁(한밭대), 조원희(국민대), 주무현(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주종환(동국대 명예교수), 채장수(경북대 강사), 채종화(부산경상대), 최배근(건국대), 최정규(경북대), 최정식(UNI 한국협의회), 최종민(전북대), 최진배(경성대), 표명주(대구사회연구소), 한기조(동의대), 한성안(영산대), 허민영(경성대), 현용석(한남대), 홍덕기(전남대), 홍장표(부경대), 홍태희(조선대), 홍훈(연세대), 황신준(상지대), 황한식(부산대), 황호선(부경대) 이상 152명.
  
2. 대학원생(박사과정) 서명자
  
  강영삼(서울대 대학원), 권은지(서울대 대학원), 김공회(University of London), 김선영(서울대 대학원), 손삼호(서울대 대학원), 심성희(서울대 대학원), 양정승(서울대 대학원), 오승연(University of Massachusetts), 오종석(서울대 대학원), 원도연(고려대 대학원), 이동한(서울대 대학원), 장시복(University of Massachusetts), 전희상(서울대 대학원), 정상준(서울대 대학원), 정재현(고려대 대학원), 정혁(서울대 대학원), 조태희(University of Missouri-Kansas City), 황성하(University of Massachusetts), 현영진(서울대 대학원) 이상 19명.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