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했던 '한미FTA' 사라졌다…"실익, 미국이 챙겼다"
미국산 자동차 수입 완화…우리측 수출 더 좁아졌다
美 제약업계 요구 들어주며 국내 업체엔 불리한 개정

사진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제공) 

2003년 8월부터 추진돼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정협상이 완료됐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FTA 개정안에 서명하면서 그동안 우리에게 유리했던 '한미 FTA'는 사라졌다. 

전세계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가 대미(對美) 무역적자를 야기하는 요소로 판단하고 폐기를 주장하며 우리를 협상 테이블에 앉혔고 결국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진행됐던 세 차례의 한미 FTA 개정협상을 통해서 원하는 바를 모두 달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개정을 마무리한 이날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고 미국 제품의 한국 수출을 늘릴 수 있게 됐다"며 "양질의 미국산 자동차나 혁신적인 의약품, 농산물이 한국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농부들이 아주 기뻐할 것이며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출도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취임 첫날부터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 협정을 협상할 것이라고 약속해왔고 다른 정치인들은 수십 년간 잘못된 무역 협정을 고치겠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실현되지 않았고 우리는 약속을 실천하는 첫 행정부"라며 "한미 FTA 개정으로 미국의 기업들과 노동자는 과거와 엄청난 차이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완성차업체가 국내에 수출할 수 있었던 자동차가 두 배로 늘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지금까지 2만5000대로 제한됐던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수입 대수가 5만대로 늘어난다. 빠르면 내년부터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미국산 자동차가 국내에 더 많이 수입될 예정이다.

AS서비스에 불리했던 미국산 자동차의 약점도 이번 개정안을 통해서 해소된다. 자동차 부품 수입 제한 역시 완화되는 것이다. 이는 미국산 자동차와 부품의 국내 수입을 제한했던 안전 기준이 대폭 개정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길은 좁아진다. 미국이 자국 화물자동차(픽업트럭) 시장을 보호할 목적으로 유지했던 관세(25%)를 오는 2021년까지 철폐할 에정이었지만 이번 한미 FTA 개정안에서 20년 연장하는 안건이 채택되면서 2041년까지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픽업트럭 수출은 제한된다. 

그동안 미국 제약회사에 불리했던 한미 FTA 규정 역시 개정된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정 중인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 우대제도'가 한미 FTA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올해 말까지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제약협회(PhRMA)는 지난 2009년부터 한국 식약당국의 수입 신약 가격 책정 제도를 문제 삼아 왔다. 국내 제약업계는 정부의 한미 FTA 개정 협상 결과가 미국 제약업계 요구만 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이 한국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하게 될 것이고 특히 농부들이 아주 기뻐할 것"이라고 말하며 한미 FTA 개정안에 한국이 제한하던 미국산 농산물 규정에 변화가 있을 밝혔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자료에는 농산물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자동차, 의약품, 농산물 등에서 그동안 우리 측에 유리했던 한미 FTA였지만 이번 개정협상을 통해 미국이 실익을 차지하는 구조가 됐다. 우리 측에서 미국에게 요구한 것은 ▲ISDS(투자자 국가 분쟁 해결) 남소 제한 ▲미국발 무역규제 투명성 ▲섬유 원산지 기준 개정 등이었다. 

ISDS 남소 제한은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피해를 본 기업들이 정부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최근 정부의 시장개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 투자한 미국 기업들이 세계은행이나 유엔 등 국제사회에 ISDS 제소를 하고 있는 것을 줄이라는 요구다.

미국발 무역규제 투명성은 최근 트럼프 정부가 관세 등을 활용해 국내 기업들의 수출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압박의 명분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는 요구다. 섬유 원산지 기준 개정은 원사를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국내 섬유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원산지를 따질 때  원사를 기준으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요구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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