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폭스뉴스 인터뷰·3개 싱크탱크 합동행사 연설서 노골적 北대변
北 미이행 조치들 열거하며 "불가역적"…韓美에 "종전선언 등 해줘도 손해 아냐"
"종전선언으로 유엔司·주한미군 지위 안 흔들려" 주장하면서도 구체적 논거 없어
"김정은 부정적 이미지, 핵·미사일 도발때문" 北주민 인권탄압은 일언반구 안해
'안보 무장해제' 논란 낳은 南北 군사합의에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 궤변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미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는 꺼내지 않았던 북한 정권과의 6.25 남침전쟁 종전선언에 대한 집착성을 미국 조야 상대로는 드러냈다. 25일 미 우파성향 유력매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미 싱크탱크 CFR·KS·AS 합동연설 등을 통해서였다.

우선 문 대통령은 북한의 현존 핵무기를 제외한 '곁가지 식' '조건부' 핵·미사일 실험장 폐지 등을 "불가역적 조치"라고 치켜세우면서, 종전선언에 대해선 "정치적 선언이기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 등 명분을 댔다. 대북제재에 대해서도 "북한이 속일 경우,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

'연내 종전선언 추진'을 이미 북한 김정은과의 4.27 판문점선언에 못박아 놓고, 스스로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종전선언 관철을 위해 '대미(對美) 구걸'에 가까운 행태를 보여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종전선언은 북한 정권과 구(舊) 통합진보당 등 친·종북 진영에서 이미 평화협정 체결과 함께 대미 요구사항으로 줄기차게 내세워 온 현안이기도 하다. 국내외에서 유엔군사령부 무력화 및 주한미군 철수의 포석이라는 강한 의심을 받고 있으며, 이를 반박할 뚜렷한 논거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은의 대대적인 북한주민 인권탄압 등 면모는 외면한 채 '이미지 악화' 요인을 핵실험·미사일 도발에만 한정하면서 "젊지만 아주 솔직 담백한 인물이고 비핵화에 대해선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커 호텔에서 폭스(FOX) 뉴스 채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터뷰는 이날 저녁 방영된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커 호텔에서 폭스(FOX) 뉴스 채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터뷰는 이날 저녁 방영된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폭스뉴스에서 '김정은을 신뢰하시나. 미국으로선 과거 김정은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적들을 보유하고 있는 걸 잘 안다. 미국 정부는 그래서 먼저 북한이 관련 조치를 완전히 취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은 단계별로 제재를 풀어가며 진행하는 것을 말씀하고 계시다'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남북 정권이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반드시 제재 완화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우선은 종전선언을 할 수도 있고"라면서 "또는 인도적인 지원을 생각해 볼 수도 있고, (미북간) 예술단의 교류와 같은 비정치적 교류를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앞으로 영변 핵기지를 폐기하게 되면 미국 측에 장기관의 참관이 필요할 텐데 그 참관을 위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면 이제는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미국의 의지도 보여주면서 참관단이 머물면서 활동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비핵화 조치가 완료되고 나면 북한의 밝은 미래를 미리 보여주기 위해 예를 들면 경제시찰단을 서로 교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북한 개혁·개방과는 거리를 뒀다.

그는 "한가지 분명한 건 이제 한국이나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함에 있어서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핵 위협을 도외시한 채 "북측이 취해야 하는 조치들은 핵실험장 폐기, 미사일 실험장 폐기, 영변의 핵기지 폐기, 또 다른 기지들 폐기, 만들어진 핵무기 폐기 등 전부 폐기하는 것"이라고 대부분 북측이 이행하지 않은 조치들을 열거한 뒤 "이른바 불가역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러나 그에 대해 한미 양국이 취하는 조치는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이고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 설령 제재를 완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이 속일 경우,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북측을 대변한 뒤 "상대측의 약속을 신뢰하는 토대 위에서 타임테이블을 전개시켜나가도 미국으로선 손해보는 일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폭스뉴스는 '주한미군이 곧 철수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도 던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면서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유엔사 지위가 흔들리게 되거나 주한미군이 철수 압박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일부 있다"고 치부했다.

그는 "한국이 65년 전 정전협정을 체결하고는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채 정전 상태로 65년이 흘러왔기 때문에 이제라도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전쟁을 종료하겠다는 하나의 정치적 선언을 하자는 것"이라며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는 정전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어서 유엔사 지위라든지 주한미군의 지위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종전선언을 이른바 평화협정의 포석으로 자인하면서도, 문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의중대로 종전선언에 나서야만 할 이유를 구체적으로는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다음 정상회담 때 종전선언을 서명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종전선언에 대해 어제(2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때 충분한 논의를 했다"면서도 "다음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예정된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도 논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 회담의 결과로 종전선언이 이뤄질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어쨌든 종전선언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 미국과 북한간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하나의 상징으로서 이뤄지는 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대체(로 형성)됐다고 생각한다"고 강변했다.

폭스뉴스는 또 '김정은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있는가. 정말로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니면 핵보유라는 것이 북한의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인가'라고 문 대통령에게 질의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고 싶다, 이런 희망을 여러 차례 표명을 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서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바라고 있는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은 그동안 거듭된 핵과 미사일 도발 때문에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김 위원장과 그동안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보다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고, 또 그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TV 생중계를 통해서 우리 일반 국민들이나 전세계의 사람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이제는 많은 세계인들이 저의 평가에 동의하리라고 저는 믿는다"며 "김 위원장은 젊지만 아주 솔직 담백한 그런 인물이고, 또 비핵화에 대해서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저는 확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은 이제는 핵을 버리고, 그 대신에 경제 발전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을 더 잘살게 하겠다는 그런 전략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자신의 사견(私見)을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께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2021년 내로 이룬다는 목표가 현실적이라고 보시나. 갈 길이 아주 먼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에는 "일단 김 위원장은 이번 평양 정상회담 기간 동안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참관을 말했고, 그 다음에 영구히 폐기하겠다는 뜻을 말했고, 또한 불가역적인 폐기를 말하기도 했다"면서 "그래서 일단 김 위원장이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은 미국이 요구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라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교협회(CFR)에서 열린 "위대한 동맹으로 평화를(Our Greater Alliance, Making Peace(부제: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 A Conversation with President Moon Jae-in)”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교협회(CFR)에서 열린 "위대한 동맹으로 평화를(Our Greater Alliance, Making Peace(부제: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 A Conversation with President Moon Jae-in)”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폭스뉴스 인터뷰가 공개되기에 앞서 문 대통령은 25일 뉴욕 외교협회(CFR)에서 CFR·코리아 소사이어티(KS)·아시아 소사이어티(AS)가 공동으로 주최한 <위대한 동맹으로 평화를(Our Greater Alliance, Making Peace(부제: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 A Conversation with President Moon Jae-in)> 행사에서 연설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에 처음 참석한 작년 이맘 때,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다.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유엔 안보리는 역대 최고수준의 대북 제재안을 결의했다. 전쟁의 먹구름이 한반도를 뒤덮었다"며 "나는 절박한 심정으로 북한과 국제사회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북측 대표단 참여 ▲4.27 판문점선언 채택 ▲사상 첫 미북정상회담 등을 치적으로 거론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 실험장을 폐기했으며, 미군 유해를 송환하고, 9.9절 열병식에서 중·장거리 미사일을 동원하지 않는 성의를 보여줬다"고 북측의 조치에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평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겠다고 직접 발표했고, 가능한 빠른 시기에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고 선전했다.

문 대통령은 풍계리 핵실험장이 '폐기'됐다고 거듭 단언하는 한편 평양공동선언에서 내놓은 동창리 엔진시험장 폐기,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한' 영변 핵시설 폐기안을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비핵화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는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군사분야 합의'"라면서 "남북은 한반도 전체에서 서로에 대한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전쟁의 위험을 상당부분 제거한 실질적 종전조치"라고 강변했다.

이미 국내에선 '거짓 브리핑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과 '지나친 안보 무장해제'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미 국방부도 비(非)전향적 시각을 드러낸 군사합의를 자신의 치적으로 발표한 셈이다. 

그러면서 "남북이 추구하는 종전선언은 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다. 북한 비핵화 조치를 촉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유엔사나 주한미군 지위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는 사실이 아니다"고 종전선언에 대한 집착을 거듭 드러냈다.

그는 "이런 종전선언의 개념에 대해선 김 위원장도 동의하고 있다"면서 "불과 1년 전만 해도 전쟁의 공포에 불안해하던 남과 북, 주변국들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라고 '전쟁공포'를 앞세운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이전의 '함께 살든, 따로 살든'이라는 언급과 달리 "남과 북의 국민은 서로 남이 아니다", "우리는 전쟁을 겪고 이념적으로 대립했지만 우리가 하나라는 생각을 잊지 않고 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한반도를 함께 소망하고 있다. 남북 8000만 겨레의 간절한 마음과 국제사회의 지지가 오늘 한반도 평화의 기적을 만들고 있다"면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 김 위원장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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