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공직자들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과 재래식 위협이 여전히 남아있는 한 평화선언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북한의 핵 신고가 비핵화의 핵심이라 강조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前)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2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선 남북한 국경에 배치된 약 1만 문의 북한 장사정포의 철수를 주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한미 정상회담은 남북 정상회담 직후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북한의 재래식 무기의 위협이 실질적으로 줄어들어야만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무장지대가 무기로 가득한 데 이런 선언을 체결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VOA에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기와 같이 중요하지 않은 조치만 하려고 한다”며 “미북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이미 미사일 역량 개발을 완성했다고 밝힌 상황에서 미사일 실험장이나 발사대 폐기는 의미없는 조치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김정은은 일부 핵무기를 포기해야만 한다”며 “북한은 약속과 달리 비핵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핵무력을 증강시키고 있다”고 했다. 또한 2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제기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실패할 가능성 때문에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는 김정은을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은 미국이 ‘영원한 적’이라고 주민들을 교육하고 있고 북한군 병력은 한국군의 두 배에 달하는 등 여전히 평화를 위한 여건이 마려되지 않았다”며 “어떻게 평화선언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도 VOA에 평화 선언을 위해서는 북한군의 재래식 군사력의 대규모 삭감이 있어야하며 앞으로 주한미군의 규모와 한미동맹의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모둔 핵무기와 관련시설, 그리고 핵무질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한 후 사찰을 받아야 비로소 비핵화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또한 과거 미국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을 인정한 것과 달리 북한의 핵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파키스탄과 인도는 미국을 타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핵무기를 만든 적이 없으며 따라서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과시했다”며 “북한이 미국과 일본과 같은 나라를 핵무기로 공격할 역량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이상 한반도의 평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베넷 연구원도 “북한은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 핵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일각의 주장처럼 미국의 공격을 막기 위한 ‘억제용’으로 핵을 개발했다면 10~20개 정도만 갖고 있어도 충분하지만 현재 북한은 이보다 2~3배에 달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실제로 핵을 사용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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