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발사대 폐기 계획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는 비핵화의 첫 단계로 간주될 수 있지만 여전히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미국의 전문가들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용도 폐기된 시설로 간주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동창리 발사장의 존재 목적은 고정된 장소에서 위성을 발사하고 ICBM 등 미사일 추진체 기능을 실험하며 우주발사의 선례를 만들기 위한 시설이라고 지적했다.

베넷 연구원은 “김정은의 말처럼 북한의 ICBM 개발은 이미 완성됐고 제재가 부과되는 현재 상황에서 북한은 상업용 우주 발사체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며 “따라서 동창리 발사장이 더 이상 유지돼야 할 이유는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 시설이 없어도 김정은은 핵무기와 ICBM 미사일을 만들어낼 수 있고 핵 관련 병력도 여전히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군사전문가이자 위성사진 분석가인 닉 한센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동창리 발사장에선 미사일 발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한센 연구원은 “과거 동창리 발사장에서 2~3차례 위성발사 혹은 시도가 있었다”며 “동창리 발사장에 마련된 위성 발사대를 ‘미사일 발사대’로 간주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장거리 미사일인 화성 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 14형, 15형 등 미사일 시험발사는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의해 불특정 장소에서 이뤄졌다”고 했다. 또한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1형과 이동식발사차량에서 발사된 북극성-2형, 그 외 무수단 미사일까지 모두 동창리 발사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시험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동창리에서 몇 km 떨어진 곳에서 스커드 미사일이 발사될 때에는 이동식발사차량이 이용됐다고 했다.

한센 연구원은 “결국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는 줄곧 이동식발사차량이나 잠수함을 이용해 불시에 이뤄졌다”며 “해당 시설을 폐쇄한다는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 관련 활동을 중단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출신인 브루스 벡톨 텍사스 앤젤로 주립대학 교수도 북한이 핵무기나 ICBM 폐기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기에 이번 조치는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벡톨 교수는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제거하는 데 진지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면 ICBM급 탄도미사일인 화성 14형이나 화성 15형을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창리 발사장의 주요 목적은 노동미사일의 엔진을 개량한 화성 14형 엔진 실험 등 ICBM용 기술 개발에 있으며 북한은 이런 실험용 시설을 5~6개월 안에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실상 동해 인근에 이와 같은 기능을 하는 시설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VOA는 벡톨 교수가 지목한 동해 부근의 미사일 발사장은 함경북도 무수단리에 위치한 동해 위성발사장이라며 앞서 민간위성 사진의 분석 결과 이 발사장에선 해체 작업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벡톨 교수는 “동해 위성발사장이 동창리와 동일한 기능을 한다”며 “북한도 이곳을 통해 같은 실험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영변 핵실험장 폐기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비핵화 단계를 위한 첫 번째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도 북한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최소 1개 더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북한이 시설들을 신고하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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