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제안으로 내일 백두산 등반" 공개한 靑대변인, 등산점퍼·삼다수 준비한 대통령 부인
靑 최종건 '서해수역 등거리 양보' 거짓 브리핑 논란…"NLL 팔아먹었다 나오면 안돼서인듯"
윤영찬 "경제인 방북 北요청 없었다" 30분만에 北인사 정반대 발언 나와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남북정상회담 대(對)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대(對)국민 거짓말'을 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다. 북한의 핵 위협에서 기인한 회담 추진의 진정성은 물론 정권 신뢰도까지 의심케 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문 대통령의 2박3일 방북 일정 마지막날인 20일 백두산 방문 배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즉석 제안'이 있었다는 취지의 청와대 설명이 '가짜 논란'에 휩싸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김정은)이 내일 백두산 방문을 함께한다"면서 "백두산 방문은 김 위원장의 제안을 문 대통령이 받아들여 이뤄졌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깜짝 제안을 문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고, 이런 취지의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그러나 21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 아시아프레스를 인용해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백두산 등정이 일주일 전부터 준비된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북한 양강도 삼지연군 측이 지난 13일부터 김정은의 지시로 현지 주민을 대거 동원해 도로보수와 미화작업을 진행했으며, 준비작업에 동원된 주민들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20일 백두산 등정 당시 눈에 띄지 않도록 격리당했다는 것이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사진=연합뉴스

청와대가 20일 공개한 백두산 등반 사진 역시 해당 일정이 '사전 준비'된 것임을 보여주는 요소 투성이였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리설주 부부는 검은색 겨울용 롱코트를 입었고, 김정숙 여사는 하얀 '등산 점퍼'에 목도리까지 두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백두산 일정을 미리 알고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코트와 점퍼를 챙겼을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김정숙 여사는 '삼다수' 500mL 생수병을 손에 들고 백두산에 와 "한라산 물을 갖고 왔다"며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 준비과정에서 백두산 일정을 미리 합의한 뒤, 제주도 한라산 인근을 수원지로 하고 있는 삼다수를 준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청와대와 국방부 해설자료 등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내용 중 서해 훈련중단구역 설정과 관련해 북측 초도-남측 덕적도 사이 총 80km 수역에서 절반(40km)씩 남북이 등거리로 양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두 섬 사이 거리는 135km이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최북단 기준 북측 50km, 남측 85km씩 훈련중단구역이 설정된 것으로 드러나자 정정했다.

청와대가 군사분야 합의에 개입, 서해 북방한계선(NLL) 기준선을 북한 의중대로 과잉 양보해놓고 이를 "등면적 원칙 하에 협상했다"는 식으로 거짓 브리핑했다는 의혹도 확산되고 있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은 19일 평양공동선언 및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발표 직후 평양 프레스센터에서 정부 대표로 브리핑에 나섰다. 

최종건 비서관은 군사분야 합의와 관련해 "정부는 상당히 오랜 기간 북한과 협상을 했다"며 "특히 (NLL과 관련) '등면적 원칙하에 협상한다'는 원칙을 갖고 (협상)했다"고 말했다.

서해 훈련중단구역의 남북간 길이에 대해 "정확하게는 그 길이가 (NLL 기준으로) 북측 40여km, 우리 40여km로 돼서 길이가 길이가 80km가 된다"고 했었다.

국방부가 당일 발표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해설자료'에서도 서해 적대행위 중단 구역의 길이는 "(북측 초도-남측 덕적도까지) 80km"라고 명시됐다. 그러나 '40km 대 40km 양보는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국방부는 급히 '남쪽 85km, 북측 50km'로 수정했다.

지난 2016년 8월4일 최종건 당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現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가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사드 대책위 정례회의에서 자문위원을 맡은 소감을 밝히고 있는 모습. 민주당 사드대책위는 주한미군의 경북 성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불신·반감 여론을 조장하는 데 역할을 했다.(사진=연합뉴스)  

최 비서관 발언에 의해 '정부의 거짓말' 논란이 불거지자 국방부 당국자는 20일 추가 브리핑에 나섰다. 

21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당국자는 최 비서관 발언에 대해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내일모레 추석인데 추석 밥상에 'NLL 팔아먹었다'고 (언론에) 나와버리면 안 돼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NLL 최남단에서 우리 덕적도를 잇는 직선거리가 32㎞, NLL 최북단에서 북쪽 초도를 잇는 거리가 50㎞"라며 "둘을 합하면 80㎞가 된다는 의미였다"고 수습에 나섰다.

국방부 당국자는 "덕적도에서 초도까지 거리가 135㎞라는 건 알고 있었다"며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설명을 19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관계자들이 정신없이 바빠서"라고 말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국가의 안보 태세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인데 국방부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며 "청와대 안보실이 협상과 발표를 주도하다 보니 국방부가 잘못을 알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것같다"고 말했다.

최 비서관은 미 로체스터대를 졸업, 연세대에서 정치학 석사, 미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8년부터 연세대 정외과 교수로 일해 왔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추진단장을 맡았고, 정권교체 직후 평화군비통제비서관으로 발탁됐다.

그는 특히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과 가깝다. 특보직을 유지한 채 친북·반미적 발언으로 줄곧 논란을 초래해 온 문정인 특보는 정부 초기 안보실 2차장을 맡았던 김기정 연세대 교수와 최 비서관 등 '연세대 정외과 라인(연정 라인)'의 좌장으로 알려졌다. 연정 라인으로는 외교부 강경화 장관, 조현 2차관 등도 거론된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PP)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하는 네이버 부사장 출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사진=연합뉴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PP)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하는 네이버 부사장 출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사진=연합뉴스)

방북 첫날(18일) '북측이 경제인 방북을 요청한 바 없다'던 청와대의 설명도 정작 북측 간부의 발언으로 거짓말 파문을 자초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앞서 18일 오후 DDP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방북과 관련해 북측의 요청이 있었다는 보도를 봤는데 사실이 전혀 아니다"며 "전적으로 저희 정부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일 30분 뒤, 평양에서 이뤄진 한국 기업인·경제단체인들과 리룡남 북한 내각부총리의 회동에서 황호영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를 나누며 "꼭 오시라고 말씀을 올렸습니다"라고 말했다. 누가 봐도 한국 재계 총수의 방북을 북측이 요청했다는 의미로 파악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윤영찬 수석은 19일 "황호영이라는 분이 그럴 만한 위치에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북한 측은 경제인 누구를 데려오라고 말한 적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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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 평양에서 북한 리룡남 내각부총리 등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야권에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이 19일 윤 수석을 지목해 "바로 들통날 거짓말을 했다", "본인의 거짓말에 사과해야한다", "대북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불신을 자초했다", "문 대통령 측근 참모인사들은 평양에 가서도 국민을 우습게 보고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고 직격했다.

그러나 윤 수석은 20일 DDP에서 실시한 브리핑에서 "북측에서 누구를 수행단에 포함시켜달라는 요청은 전혀 없었다"며 "다시 말하지만 북측에선 200명이란 숫자를 우리에게 제시했을 뿐"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한 야권 관계자는 21일 "이 정부가 국민들을 소위 '갖고 놀겠다'는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는 느낌"이라며 "김정은이 방북 전 백두산행을 제안했다고 해도 부족할 것이 없었을 것인데 결국 청와대는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모든 것이 감동과 환희와 파격의 연속이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듯 이 정부는 계속해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나쁘고 위험한 집권세력이다. 국민들을 무시하고 언론을 우롱한다"고 비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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