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공영노조 “이젠 앵커 멘트까지 왜곡하나...KBS가 유튜브 가짜뉴스 비난할 자격있나”

KBS 메인뉴스 ‘뉴스9’를 진행하는 김철민 앵커가 기자 리포트의 정부 비판 의도와 달리 앵커멘트를 임의로 정부 옹호 멘트로 고쳐 진행했다는 폭로가 제기되며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을 오히려 정부를 두둔하는 식으로 고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반발을 사는 등 앵커멘트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현재 'KBS다시보기'에는 실제로 앵커가 말한 영상부분은 삭제된 채 기자가 기존에 작성한 멘트가 기사에 반영돼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KBS뉴스9' 화면 갈무리

KBS공영노동조합은 KBS뉴스9에서 18일 방송한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개편...‘통계불신’ 해소되나>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기자가 당초 통계 조사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려던 것을 오히려 정부 입장을 두둔하는 식으로 앵커 멘트를 고쳐서 방송했다고 19일 폭로했다.
 

앵커멘트 수정 전
통계청이, 국민들의 소득 분배지표가 최악으로 나타나 '소득주도성장정책 실패' 논란을 부른 '가계동향조사'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는데, 잦은 통계조사 방식 변경에 따른 논란은 피해가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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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수정 후
얼마 전 통계청장이 갑작스럽게 경질되면서 논란이 됐었던 '가계동향 소득조사' 라는 통계가 있었죠. 이 통계에 소득 분배수치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면서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졌었는데요. 
통계청이 잘못된 표본을 바로잡아 이 통계를 전면개편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국민들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공영노조는 앵커 멘트가 변경된 것과 관련해 “위의 두 멘트는 그 성질상 내용이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철민 앵커가 기자 리포트 내용 중에는 어디에도 없는 ‘잘못된 표본’이라는 표현을 쓰며 오히려 정부를 두둔했다는 것이다.

공영노조는 KBS 김철민 앵커가 ‘이렇게 해서라도 국민들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아니, 통계방식을 바꾸면 살림살이가 나아진다는 것이 무슨 말이냐”며 황당함을 표출했다.

이어 “앵커는 뉴스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방송했거나, 아니면 고의적으로 통계를 조작해서라도 국민 살림살이가 좋게 보이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희망을 얘기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그 어떤 것도 부적절한 것으로 사실의 왜곡 내지 조작의 의혹이 강하게 든다”고 질타했다.

공영노조는 또한 “논란이 불거지자 KBS의 ‘인터넷 다시보기’에는 ‘실제로 방송한 멘트’를 내리고 당초 기자가 적어준 멘트를 올려놓았다”며 “방송하지도 않았던 내용을 버젓이 올려놓은 것은 시청자를 속이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현재 KBS사이트에 있는 ‘다시보기’를 통해서는 공영노조의 지적대로 실제 방송 내용과는 달리 ‘기존의 기자 멘트’가 소개돼 있으며, 앵커 멘트 부분은 삭제돼있다.

기자의 의도와 달리 멘트를 임의로 조작하여 정부를 두둔하며 기자의 내부 반발을 샀다는 폭로가 사실이라면, 공영방송 KBS가 지나치게 정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영노조는 이와 관련해 “KBS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 상황에 대한 심층적이고 사실적(事實的)인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집값 폭등이나 실업자, 자영업자 문제 등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거나 축소하고 있다는 비난이 그것”이라며 “정권에 불리한 뉴스는 이렇게 소극적으로 하면서 9월 19일 에서 ‘평양회담’ 관련소식은 전체 32개 뉴스 아이템 가운데 25개 정도를 차지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것도 김정은을 마치 영웅이나 착한 천사가 된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며 “아무리 정권에 의해 장악된 방송이라고 해도 이 지경일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공영노조는 “이제는 앵커 멘트까지 정권에 유리하게 고쳐서 방송하는 상황이라면, 누가 KBS뉴스를 신뢰할 것이며, 또한 KBS가 유튜브에 가짜 뉴스가 많다고 비난하는 보도를 할 자격이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KBS는 문재인 정권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방송임을 알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철민 앵커는 KBS기자협회장을 지냈으며, 언론노조 KBS본부의 파업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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