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풍계리 완전폐기, 검증가능" "동창리 폐기시 미사일 못쏴" 주장 설득력 있나?
"군사합의는 중한 결실" "종전선언은 정치적선언, 김정은 생각도 똑같다" 주장
"北 평양선언에서 쓴 용어는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폐기와 같은 뜻" 대변도
"비핵화 세부방안은 북미간 논의할 내용"이라며 "김정은 2차 북미정상회담 원한다"
北 핵합의 파기 전례 재발방지 방안에 대해선 "북미정상간 크게 크게 교환해야" 되풀이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평양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관한 '대국민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평양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관한 '대국민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박3일간의 방북(訪北) 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20일 귀국한 직후 대(對)국민보고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거듭' 확약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문 대통령 입장에서 나온 부연설명이다.

그는 6.25 남침 종전(終戰)선언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북한이 사실상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결하게 됐다는 '핵동결론'을 펴면서 평양선언과 군사분야 부속합의의 '성과'가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기존 핵무기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만 내놓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보고를 열고 "지난 사흘간 저는 김 위원장(김정은)과 비핵화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첫날 회담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비핵화를 논의하는데 사용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자료사진=연합뉴스 유튜브 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오후 서울 DDP 평양 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실시한 '대국민보고'에서 전날(19일) 밤 북한 9.9절 계기 어린이·청소년 수만명을 동원한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후기의 일환으로 "저는 5.1 경기장에서 열린 대규모 집단체조와 공연에서 15만 평양시민들에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사상 최초로 연설을 하는 기회를 가졌다. 한반도를 영원히 핵무기 없는 터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 연설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줬다"고 언급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유튜브 화면 캡처)

문 대통령은 "(김정은은) 다만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개 합의사항이 함께 이행돼야 하므로 미국이 그 정신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준다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포함한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고 전제를 달았다. "북한이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 등) 사용한 용어는 결국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폐기라는 말과 같은 뜻"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그는 "김 위원장(김정은)은 비핵화 과정의 빠른 진행을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리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날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 표명 외에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미국과 협의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며 우리와 논의하는 걸 거부해 왔다"며 "그러나 북미 대화가 순탄치 않고 북미 관계 진전이 남북과 연계된다는 사실에 북한도 북미 대화 중재를 우리에게 요청하는 한편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저희에게 제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역지사지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조기에 재개할 것을 희망한다. 북미 간 대화를 재개할 여건이 조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부속합의서' 요약 내용.(자료사진=국방부 제공)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미 군(軍) 무장해제 논란을 낳고 있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부속합의서'를 "이번 회담에서 남북관계 중 가장 중한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합의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남과 북은 우리의 수도권을 겨냥하는 장사정포와 같은 상호간 위협적인 군사무기와 병력감축 논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합의서엔 6.25 남침전쟁 이후 방어능력 강화에 힘써온 한국측의 군사분계선(MDL) 일대 정찰·응징기능과 기동훈련을 대거 무력화하는 내용이 담겼으나, 수도권을 직접적으로 겨누는 북측의 장사정포 등 재래식 전력의 감축 내지 철수에 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문 대통령은 북측 군비 철수에 관한 부분을 '다음 단계의 논의대상'으로 미뤄둔 채 현재 합의 이행을 강조한 셈이다. 군사분야 합의 이행을 전제하고 "상호간 위협적인 군사무기와 병력감축 논의로 나아가면 남북간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종전하는 데에서 나아가 미래의 전쟁가능성까지 원천적으로 없애는 일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오늘 서울에 오기 전 백두산 천지에 올라 국민들이 굳이 중국이 아니라 북한을 통해 백두산 관광을 할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며 "평양공동선언을 빨리 시행하기 위해 범(汎)정부적 추진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 고위급회담을 가까운 시일 내 열고 우리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회의 초당적 협력도 잠시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합의서에 담지 못했지만 구두로 합의된 것이 있다"면서 남북간 ▲가까운 시일 내 국회 회담 ▲지방자치단체 교류 활성화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가동을 위한 몰수조치 해제 ▲고려 건국 1100년 기념 12월 대(大)고려전(展)에 북측 문화를 함께 개최할 것 등을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오전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고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오전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고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보고 직후 취재진과의 질의 응답에서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미국의 상응 조치'의 개념에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안 또는 그에 대한 상응조치는 기본적으로 북미(미북)간 논의될 내용"이라며 "공동선언에 담을 내용이 아니었다"고 선 긋기를 거듭했다.

다만 "논의한 내용 중 합의문에 담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선 앞으로 방미(訪美)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정상회담을 갖게 되면 미국 측에 상세한 내용을 전해줄 계획"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미국 CNN 소속 기자는 '요구하는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상세하게 말해달라. 트럼프 대통령이 북에 조치를 제공한다면 어떤 걸 줄 수 있는지 생각이 궁금하다'라고 거듭 물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합의에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것, 미국 측에선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북에 대한 안정을 보장하면서 북미(미북)관계를 새롭게 수립해나가는 걸 통해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라며 "북이 비핵화 위한 조치를 취해나가면 그에 맞게 미국도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며 새로운 북미(미북)관계를 만드는 조치를 취하면 북한도 더 비핵화 조치를 빠르게 취해갈 용의가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했다.

또 "가급적 종전선언은 조기에 이뤄지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는 한편 "북한은 유일한 핵실험장인 풍계리 핵실험장을 '완전히 폐기'해 더 이상 핵실험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언제든 검증받을 수 있다"고 북측을 대변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폐기한다면 이제 북한은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도 할 수 없게 되고 미사일을 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식의 일도 할 수 없게 된다"는 해석을 내놨다.

아울러 "더 나아가선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경우 북핵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영변의 핵시설도 영구히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천명했다"며 "그렇다면 미국 측에서도 또는 우리로서도 북에 대한 적대관계를 종식시켜나가는 조치들을 취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종전선언 개념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정치적 선언"에 국한시키면서 "평화협정처럼 유엔군연합사령부를 해체한다거나 주한미군을 철수 압박 받게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견해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북을 통해 김 위원장(김정은)도 제가 얘기한 것과 똑같은 개념의 종전선언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핵 합의를 북측에서 기만한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을 방안'을 묻는 취지의 질문에는 "과거 9.19 6.13 합의같은, 6자 회담 통해 비핵화 합의했는데 이뤄지지 못했지 않느냐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라고 전제한 뒤 "과거의 비핵화 합의는 실무적인 협상을 통한 합의였고 핵폐기의 매 단계마다 검증하고 다음 단계 동시이행을 함께 논의하도록 설계돼있기에 언제든 검증, 사찰의 견해 차이로 삐긋할 수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기에 다시 (미북간) 2차 정상회담이 필요한 것이고 2차 회담을 통해 교착된 국면을 크게 타개해 나간다면 이번 비핵화 합의는 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또한 "싱가포르 선언은 그야말로 원론적 합의"였다면서 "쌍방간 교환할 것을 크게 크게 합의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비핵화 진전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해, 북핵 위협 해결 문제를 단순 '미북간 교환 문제'로 치부하는 태도를 반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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