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비판의식과 문제의식 실종됐다'는 지적나와
성창경 KBS공영노조위원장 "이미지만 양산한 보도가 문제"
황승연 교수, "언론 불신 커지며 냉소주의 확산시킬 수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 국내 상당수 언론은 평양에서의 카퍼레이드, 냉면 오찬, 능라도 집단체조 공연, 백두산 동반등정 등 실시간 행사 중계에 열을 올렸다. 남북 간 평화에 대한 설렘과 민족애 등, 감정만 고취시키는 모습이었다. 

이색적이고 보여줄게 많았던 행사들이 진행됐고, 그 사이에서 화기애애한 모습을 계속 보면 뉴스가 아니라 한 편의 드라마나 예능같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핵화라는 본질이나 평양 공동선언의 실질적 의미, 국제정세에서 미칠 영향, 실효성, 문제점 등 이면을 파헤치는 노력은 후순위였다.

지상파 방송 3사는 19일 저녁 뉴스를 시작할 때 “전쟁 없는 시대를 약속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핵심으로 한 짧은 영상을 특별히 만들어 대대적으로 의미부여를 했다. 
 

KBS·MBC·SBS (9월 19일 보도 화면 갈무리)

대다수 방송사와 언론사는 '북한의 호칭이 달라졌다', '파격적인 예우를 해줬다', '냉면이 화제였다', '평양 공연 중계' 등 친숙한 이미지를 양산해내는데 집중했다. 사실상 종전선언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많이 본 기사 순위에도 이와같은 내용들이 상위권으로 노출됐다.

국가 예산의 지원을 받고 뉴스를 제공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는 19일 오전 ‘평양대극장에서 울려퍼진 하모니’와 ‘외신이 주목한 남북정상회담 장면들은 포옹-퍼레이드-기립박수’, ‘미국의 긍정적인 반응’ 등에 주목했다.

MBC 온라인뉴스를 전하는 <엠빅뉴스>에서는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 대해 대담하며 미친 존재감을 지닌 신스틸러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묵과해온 북 인권 실태 등을 고려했을 때 표면적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에 대해 애교있게 표현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외신 보도는 국내 언론 보도와 상당히 달랐다.
 

'엠빅뉴스' 화면 캡처

미국 뉴스통신사인 AP통신은 "이번 정상회담은 김정은이 북한 주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는 ‘대극장’일 수도 있다"면서 김여정에 대해서는 김정은의 핵심 프로파간다니스트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미국의소리(VOA)는 ‘비핵화’에 초점을 맞췄다. 비핵화 진전에 대해 워싱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실렸다. 미국의소리는 다음날에도 국제사회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 비핵화 조치의 구체성, 미국의 반응에 중점을 두었다.
 

19일 오전, 연합뉴스와 미국의소리(VOA) 메인화면 캡처

이와같은 차이는 판문점 선언 당시 보도실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해 언론의 비판의식과 문제의식이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화협정은 선언적 성격일 뿐이며 실질적인 평화와는 거리가 있는만큼, 본질은 비핵화이며 이에 대한 실질적 검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도 수많은 평화협정 보도들이 의미있게 쏟아졌지만, 전세계적으로 허울좋은 협정들이 파기되는 모습을 봐온만큼 비판적 검증에 비중을 두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창경 KBS공영노조위원장은 “북핵폐기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실증적인 검토를 해야하지만, 행사위주로 보도하며 양국 대통령이 친밀하다는 이미지만 양산한 보도가 문제”라며 언론의 남북회담 보도행태와 관련해 표피적인 내용만 있을 뿐 구체성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KBS의 경우 19일 시청률이 11.4%였다며, 이는 특집 편성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평일 시청률이 적게 나온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이벤트에 집중한 뉴스에 대한 국민 관심이 줄어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승연 경희대 교수 또한 “본질을 놓치고, 비판이나 검증이 실종된 언론 보도가 국민여론을 호도하는 모습”이라며 “(이러한 보도행태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국민들로 하여금 언론에 대한 냉소주의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에 북한에서 일방적으로 발표된 사항들에 대해서 언론이 보다 철저하게 검증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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