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9절 70년 자축·체제선전용 매스게임 참관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 지켜" 300만 아사한 고난의행군 시사한듯
"민족자주" "자주통일 미래 앞당기자" "평양발전상 놀라워" 15만 동원군중에 연설
대규모 주민동원 집단체조에 "많은 시민, 청년, 학생, 어린이들 뜨거운 환영 감사" 감상평
방북 첫날(18일)엔 평양 시내에서 백화원 이동 40분간 동선따라 수십만 北주민 도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19일 저녁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북한 주민 수만명을 동원한 대(大)집단체조를 관람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19일 저녁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북한 주민 수만명을 동원한 대(大)집단체조를 관람했다.(사진=연합뉴스)

평양 남북정상회담차 방북(訪北)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문 첫날(18일) 주민 수십만명이 '동원'된 환영행사, 둘째날(19일) 대(大) 집단체조 관람 일정을 '기분좋게' 소화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심각한 인권유린이라고 지적해 온 사실상 '노예들의 군무'를 목도한 뒤 "민족"과 "평화" 찬사에 나섰다.

한편으로 문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적화(赤化)통일 목적 고립노선과 이에 따른 '고난의 행군' 등 주민 희생을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켰다"고 평가했다. 대통령 스스로 "민족자주" "자주통일"을 입에 올려 북한발(發) '우리민족끼리' 노선이 한층 공고해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의 6.25 침략, 분단 중 대남(對南)도발 범죄를 묵인하고 북측에 "지난 70년 적대를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자"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은 방북 이틀차인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 채택 이후 일정으로, 밤 늦게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어린이, 학생을 비롯한 주민 수만명이 동원되는 대규모 매스게임인 대집단체조를 관람했다. 주제는 북측이 이른바 '건국 70년 자축'을 목적으로 정한 <빛나는 조국>이다.

자료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자료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자료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이번 대집단체조는 북한이 '건국절'을 자칭하는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을 계기로 외화벌이 및 체제선전을 위해 전개하고 있다. 이달 9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던 것을 조선노동당 창건일인 내달 10일까지로 한차례 연장했다.

주민 수만명이 동원된 카드섹션과 집단체조를 통해 북한 체제의 우월성과 정당성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내용으로, <빛나는 조국>이라는 제목 북측이 '국가'를 자임하고 자찬하는 취지다. 이번 문 대통령 평양 방문에 맞춰 반미 구호나 체제 선전을 평소보다 축소한 공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1948년 8월15일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를 세우고 북한을 헌법상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대통령이 관람하기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당초 같은 차원에서 9월 평양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기 전 문 대통령의 9.9절 계기 방북 우려가 제기됐었다. 9.9절 방북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결국 문 대통령이 이번 대집단체조 관람으로 북한 체제 정당성을 인정하는 제스처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방북 수행단 등에 따르면 대집단체조가 진행된 5.1경기장에는 관중으로 15만명의 평양 주민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대집단체조,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등장, 문 대통령의 연설 전후 등 주요 순간마다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자료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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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줄곧 '민족'이란 단어를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과)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 남북관계를 전면적이고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기자고 굳게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함께 이 담대한 여정을 결단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 여러분의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봤다. 김 위원장(김정은)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봤다. 얼마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확인했다"고 '평양·김정은 찬사'를 늘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이틀째인 19일 밤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를 보기 위해 방문한 문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 실시간 중계 모니터 캡처.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이틀째인 9월19일 저녁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를 보기 위해 방문한 문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 실시간 중계 모니터 캡처.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특히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봤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 북한에서 300만명 가까운 아사자를 낸 '고난의 행군'을 비롯한 국제적 북핵제재·고립 국면을 버틴 데 대해 "민족의 자존심을 지켰다"고 평가했다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동포 여러분, 우리 민족은 우수하다. 우리 민족은 강인하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한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고 '민족주의'를 앞세운 통일론을 폈다. 6.25 남침과 분단 70년의 원인인 자유주의-공산주의 체제분쟁을 애써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그림을 내딛자고 제안한다"며 "김 위원장(김정은)과 나는 '북과 남 8000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집단체조 관람평으로는 "오늘 많은 평양 시민, 청년, 학생, 어린이들이 대집단체조로 나와 우리 대표단을 뜨겁게 환영해주신 것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자료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문 대통령은 앞서 방북 첫날인 18일에는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하면서 북한 주민 수십만명이 동원된 가운데 김정은과 함께 40분간 카 퍼레이드를 가졌다.

백화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카 퍼레이드를 했다. 과거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카 퍼레이드를 하지 않았지만,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양 방문 때 평양 주요 도로에서 북한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카 퍼레이드를 한 바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북측에서 동원한 환영 인파 규모는 노 전 대통령 카 퍼레이드 때에 비해 크게 늘었다. 2007년 20분 간 진행된 환영행사에 나온 평양 시민이 30만~60만 명으로 추정된 것으로 볼 때 이번 환영행사에는 그 이상이 동원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잠시 차에서 내린 문 대통령을 향해 도로를 가득 메운 평양 시민들은 줄줄이 꽃다발을 안겼고, 40분 간 이어진 행사 내내 일제히 "조국통일"을 외치며 환호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0일 이른 아침부터 김정은과 함께 백두산 방문 일정에 나섰다. 오전 6시39분쯤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출발, 평양 순안공항에 당도한 뒤 백두산 인근 삼지연공항에 오전 8시20분쯤 도착한 다음 차를 이용해 백두산으로 출발했다. 오전 10시20분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백두산 천지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백두산 일정이 끝난 뒤에는 삼지연 공항에서 출발해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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