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市 관계자 "최종 사살명령은 NSC 지휘" 마취총 맞고도 포획 실패한 뒤 관여한 듯
"北핵폭탄 레드라인 안 넘어 괜찮다던 자들이 숨어있던 퓨마는 위기라고 사살" 비판도

지난 18일 오후 늦게 대전 시립 동물원 우리를 탈출한 8살 암컷 퓨마 '뽀롱이'를 결국 산탄총으로 사살한 것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지휘에 따른 것으로 19일 밝혀졌다.

이날 문화일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NSC가 경찰청·소방방재청·대전시 간 화상회의를 주재하며 현장 대응을 지휘한 것으로 대전시 측은 전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맹수류 탈출 사고의 경우 119 구조구급 인력이 아닌 총기를 발포할 수 있는 경찰관이 나서야 한다는 관련 법에 따라 현장에 경찰청 특공대 병력 등이 나서 수색과 포위에 나섰다"며 "최종 사살 명령은 NSC 지휘로 내려졌다"고 말했다.

NSC가 퓨마 탈출 사건을 '위기 상황'으로 파악하고 직접 대처에 나선 것이다. 

자료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NSC는 18일 오후 6시45분쯤 동물원 천연기념물 시범사육장 인근에서 마취총을 맞고 생포될 것으로 전망됐던 퓨마가 쓰러지지 않고 도주하자, 현장 지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는 이날 시내 전역 휴대전화 이용자들에게 퓨마 탈출에 따른 안전 안내 문자를 3차례 발송했다. 

대전 현지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안이 고조됐고, 네이버 등 각종 포털 사이트에선 당일 오후 늦게까지 '대전 퓨마'가 남북정상회담 등의 이슈를 밀어내고 실시간 검색어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앞서 18일 오후 대전 중구 사정동 동물원 '대전 오월드' 사육장의 열린 문을 통해 탈출했던 퓨마는 탈출 신고가 접수된 지 4시간30분 만인 오후 9시44분쯤 동물원 건초보관소 뒤 야산에서 야생생물보호관리협회 소속 엽사에 의해 끝내 사살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전 퓨마는 사살됐다"며 "생포하기 바랐지만 현장 판단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고 송구스럽다. 빨리 알려드리려는 욕심에 혼선이 빚어진 데 대해 거듭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사살 결정을 내린 것은 결국 청와대였던 셈이다.

사살된 퓨마는 2010년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태어난 암컷으로 몸무게 60kg 정도였다. 몇해 전 새끼 3마리를 낳은 어미이기도 하며, 이름은 '뽀롱이'로 전해졌다.

대전시와 동물원을 운영하는 대전도시공사는 감사에 착수했다. 대전시는 퓨마 사육장 잠금장치가 하나는 걸쇠로, 다른 하나는 자물통으로 잠그는 이중구조로 돼 있었지만 둘 다 열려 있었음을 확인하고 담당자 과실 여부 확인에 나섰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청와대 NSC가 퓨마 사살을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북한의 핵폭탄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아서 괜찮다'는 자들이 하수구에 숨어 웅크리고 있는 퓨마는 국가 위기라며 꼭 죽이라고 명령까지 했다"고 꼬집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f@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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