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美 요구한 핵리스트 신고 약속 다 빠지고 北 살라미전술 다 받아들여"
바른미래 "비핵화 실무협상이었어야 할 정상회담이 요란한 잔치로 변질"
민주·민평·정의 "北 6.12회담 약속 완결한 것…김정은 서울 답방 매우 뜻깊다"

자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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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서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9월 평양공동선언과 군사합의 도출에 대해 즉각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정은이 육성과 문서로 비핵화를 약속한 점은 일단 변화된 부분"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는 부분을 보면 오히려 1차, 2차 선언보다도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핵에 대해선 아무런 진전이 없는데 군사부분에 있어서 곳곳에 심각한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다"며 "대표적으로 비행금지구역을 정해 정찰행위를 못하게 해 상당히 위험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인정찰만 하더라도 우리가 아마 수천억원을 투자해 구입하고 마련한 정찰기구일 것인데, 그걸 못하게 하면 북한의 도발 징후를 전혀 감지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대응할 수 없다"며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고 국가의 예산을, 엄청난 예산을 들인 것을 이렇게 한순간에 무력화시키는 이런 행위들을 하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전쟁이라는 게 아주 계획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일어나지 않는데, 북한체제 내에서 뭐가 일어날지 모르는데 김정은 말 한마디에 우리 국방을 전부 해체하는 수준으로 가도 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남북 경협사업과 문화예술 등 교류 합의가 북핵 폐기를 통한 제재 완화 단계를 건너뛰었음을 지적하며 "문 대통령은 오늘 평양에서 점심을 뭘 드셨는지 모르겠지만 심각한 오류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비핵화 시늉" 입장을 재확인했을 뿐이라며 "미국이 종전선언의 조건으로 요구해온 핵물질, 핵탄두, 핵시설 리스트 신고 약속은 다 빠지고, 북한의 핵 신고 과정을 단계적으로 쪼개놓고 보상체계를 명시하라는 살라미 협상전술을 그대로 받아들인 공동선언에 불과하다"고 합의 결과를 혹평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손학규 대표는 이날 정부 측으로부터 평양공동선언 보고를 받은 뒤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진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손학규 대표는 군사합의 취지와 경제·문화예술교류 합의는 호평하면서도 "결국 비핵화 교착과 무관하게 남북관계 속도를 내겠다는 건 향후 한미공조에 어려움을 주고 국내적으로도 초당적 협력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이번 회담에서 국내외 최대 관심사는 북한의 핵리스트 제출 여부였다. 엔진시험장 및 미사일발사대 시설 폐지는 5년 전에나 해야 했다"며 "더욱이 걱정스러운 건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경협 방안을 발표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핵화를 위한 철저한 실무협상이 돼야 할 남북정상회담이 요란한 행사밖에 보이지 않는 잔치로 변질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문 대통령의 이번 방북에 각당 대표가 동행한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이날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진전을 이뤘다"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무엇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확고한 상호 의지를 확인한 것에 더 나아가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진전을 이루어낸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라며 "특히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동창리 미사일 시설을 영구 폐기하기로 한 부분은 지난 북미(미북)정상회담의 약속을 완결한 것으로 이후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한 각 주체별 필요한 추가조치의 연쇄적 실행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한껏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남북 간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문화·사회·환경·역사 전반의 교류 협력 강화,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여러 분야에 걸친 다각적 계획을 구체화했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 공식화는 분단 이래 첫 북측 최고지도자의 방문이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고 주장했다.

박주현 민평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남북경협과 군사합의를 호평한 뒤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영구 폐기계획을 밝히는 등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노력의 의지를 표명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면서 "연내 예정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방문에서는 더 구체적이고 진전된 성과가 보여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만남과 협력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두 정상이 오늘 평양에 함께 서서 지난 65년간 민족이 함께 듣고, 함께 외치고 싶었던 바로 전쟁 없는 한반도를 선언했다"면서 "영원할 것만 같았던 대결과 대립을 끝내고 전쟁 종식의 문이 열렸다"고 호평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보냈지만 북한은 성실하게 비핵화를 진행해왔고 추가 비핵화 방안을 발표했다"며 "이제 미국은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북측의 입장에서 대미(對美) 압박에 나섰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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