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6.2% 신재생에너지 확대 찬성' 신재생학회 설문조사 허점 드러나
발전단가 비싸 경제성 없는 신재생에너지 단점 설문지에 포함시키지 않아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를 폐쇄하고 이를 신(新)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악화되면서 궁지에 몰린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이하 신재생학회)가 엉터리 설문조사로 여론 호도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신재생학회 산하 조직인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지난 17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86.2%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찬성하고 국민들이 가장 기피하는 발전소는 원전(47.1%)이었다.

하지만 신재생학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지난달 16일 한국원자력학회·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과학기술포럼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원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국민 중 71.6%가 전기생산 수단으로 원전 이용을 찬성한다는 결과와 큰 차이를 보였다.

펜앤드마이크(PenN)가 신재생학회가 진행한 설문조사 질문지를 확인한 결과,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으로 알려진 높은 발전단가, 즉 경제성에 대해서는 질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를 담당한 윤성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원은 PenN과의 통화에서 "질문이 너무 많으면 응답률이 떨어져 경제성에 대한 질문은 제외했다"며 "본 조사의 한계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장점만을 부각했다는 것 외에도 '가장 기피하는 발전소' 문항을 넣은 것도 문제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신재생학회가 지난 17일 발표한 국민인식조사.

실제 신재생학회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조사한다고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질문지에 두 번째로 등장하는 질문이 '국내에 발전소가 추가된다면 가장 기피하는 발전소는 무엇입니까'였다. 오지선다형인 질문에 등장한 보기에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태양광발전소가 유일했고 나머지는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해 석탄발전소, 천연가스발전소, 중유 또는 오일발전소로 채웠다. 

원자력학회 학술위원장인 문주현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면서 기피 발전소를 묻는 것 자체가 다른 발전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만들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설문조사 질문지 중에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장점을 장황하게 설명한 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찬성하는지를 묻는 문항도 잘못된 조사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가 무한정 얻을 수 있다고 정의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신재생학회가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가장 강조했던 '국민 86.2%가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에 찬성한다'는 결과는 질문인 5번 문항에서 도출됐기에 신뢰도가 크게 흔들린다"고 말했다.

신재생학회 설문조사 질문지 5번 문항은 '신재생에너지는 햇빛 바람 물 등 자연에서 무한정 얻을 수 있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태양, 풍력, 해양, 바이오 에너지 등이 있습니다. 귀하는 우리나라에서 전력 생산 수단으로 신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하는 것에 찬성하십니까? 혹은 반대하십니까?'라는 내용이었다. 이 질문에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의 외에도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되지 않는 바이오 에너지가 포함된 것도 오류 중 하나였다.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원전을 애써 외면하면서 발전단가가 지나치게 비싸고 기술적 결함으로 경제성이 없는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고 나섰던 문재인 정부는 최근 태양광 전문가로 알려진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경질했다. 백 전 장관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악화된 것에 대한 책임을 안고 물러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신재생학회 역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오해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대(對)국민 소통을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일면서 신재생에너지의 비효율성에 대한 비판이 같이 제기되는 상황을 신재생학회는 '잘못된 정보와 오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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