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돌발행동-수행단 '굴욕'-공군1호기서도 사라진 태극기 게양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차 방북(訪北)한 뒤 문 대통령과 방북수행단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한국 국민들을 당혹케 하는 장면들이 잇달아 포착됐다. 문 대통령은 돌발행동을 보였고 함께 평양에 간 우리측 수행원들은 '굴욕' 논란에 휩싸였다. 문 대통령을 환영하는 북한 주민의 손에 인공기와 한반도기만 들려있을 뿐 태극기는 찾아볼 수도 없었던 가운데 대통령 일행이 탄 '공군 1호기'에도 태극기가 사라졌다.

●文대통령의 돌발행동→주변에서 수습 장면 잇따라

문 대통령은 방북 첫날 공항 영접 행사의 초기 순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북한 인민군을 '공동사열'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내외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리자 마자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영접을 나온 김정은·리설주 내외와 인사하고, 정부측과 북측 수행원들을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뒤이어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 나란히 순안공항 내 깔린 레드카펫을 따라 걸으며 1차로 인민군을 공동사열한 뒤, 2차 인민군 의장대 사열을 위한 단상으로 걸어서 이동했다.

사진=SBS 보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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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단상에 오른 직후 문 대통령의 '돌발행동'이 포착됐다. 단상에서 자신이 걸어나온 대통령 전용기 방향을 바라봤어야 하지만, 갑자기 역(逆)방향인 순안공항 청사 쪽으로 몸을 돌리며 김정은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사진=SBS 보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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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전용기 쪽에서 단상을 바라보며 걸어나올 인민군 의장대를 '등지는' 상황이 되자,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급히 단상으로 뛰어 올라와 문 대통령이 뒤돌도록 안내했다.

사진=SBS 보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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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김정은도 뒤를 바라봐달라는 투로 손짓했지만, 김여정이 수습에 나선 뒤에야 문 대통령은 상황파악이 된 듯 "아 이쪽입니까"라고 말하는 듯한 입모양과 함께 인민군 의장대 쪽을 바라봤다. 인민군 사열 중 김정은은 무언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진=SBS 보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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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바라보려던 순안공항 청사 쪽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정부 측 수행단, 북측 수행단, 환영행사에 동원된 북한 주민 등이 있었다.

문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행동은 북측 주민들에게 남북 정상이 인사하며 레드카펫을 따라 걷는 환영행사에서도 포착됐다.

남북 정상 내외가 평양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하기 위한 차량 앞까지 걸어 나온 가운데, 일제히 인공기·한반도기·꽃다발을 흔들며 환호를 보내는 북한 주민들에게 문 대통령은 홀로 '90도 인사'를 했다. 

문 대통령의 행동을 예상하지 못한 듯 김정숙 여사가 뒤이어 주민들을 향해 90도 인사를 했고, 문 대통령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김정은과 리설주는 똑바로 선 채 주민들을 보며 박수를 치는 행동으로 일관했다.

사진=SBS 보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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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90도 인사 장면을 보고 국내 친(親)정부 언론들은 "대통령의 겸손", "자유민주주의 상징성", "전단 100억장 효과"라고 호평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 탈북 인사는 "정 반대"라며 "언론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그 겸손과 상징성을 결코 이해할 수 있는 북한 주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정도 의식 수준이라면 이미 노예가 아니다"라고 개탄했다.

이 탈북민은 "상대의 호의를 호의로 해석하고 감동까지 받으려면 대인관계를 중시하는 평등사회 안에서 부단히 교육받고 훈련돼야 하는데, 북한은 전체주의"라며 "한 사람을 정점으로 그 아래 주민은 모두 똑같은 충신이 돼야하는 철저한 수직구조이다. 더구나 북한 주민이 세뇌받은 남조선 대통령은 '적국의 괴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업적으로 부풀릴 '평양 구걸회담'에 온 남조선 대통령이 90도로 인사했다면 그것은 사죄이고 반성의 의미일 뿐"이라며 "통일 이후 가장 큰 문제가 남북 주민의 의식차이인데, 아직도 그걸 모르는 문 대통령과 우리 언론의 자화자찬이 탈북민인 내 눈엔 더 궁색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北김영남과 악수하려고 韓 장관급들이 '일렬종대'

한편으론 대한민국의 장관들이 북한의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악수 한번 나누기 위해 '일렬종대'로 선 모습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1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평양 남북정상회담 메인 프레스센터 대형모니터에는 문 대통령의 방북 특별수행단 소속 인사들이 김영남 앞에 한줄로 서서 악수와 짧은 대화를 각각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18일 오후 평양 중구역 만수대 의사당에서 열린 특별수행단-김영남 면담 행사 현장을 영상으로 송출한 것이었다. 

지난 9월1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 대형모니터에 문재인 대통령 방북 특별수행단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인사하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1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 대형모니터에 문재인 대통령 방북 특별수행단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인사하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행사에 참석한 장관급 인사는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으로서 겸직 중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이었다.

●韓 정상 참여 행사인데 태극기 찾아보기 힘들어

18일 오전 9시49분쯤 문 대통령과 수행단 후발대 100여명이 함께 탄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KFA001)가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 안착했다.

전용기의 동체 옆면에는 태극마크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푸른색 줄무늬가 그려져 있고, 출입문 상단과 꼬리 날개에는 태극기 '그림'이 새겨져 있다.

다만 이날 대통령 전용기는 "평소와 달랐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중앙일보 인터넷판 보도 캡처
사진=중앙일보 인터넷판 보도 캡처
사진=SBS 보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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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18일 보도에서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순방 때마다 전용기 기수(機首)에 태극기와 방문국의 국기를 나란히 걸었는데 (이번 방북에는) 언제나 게양했던 태극기와 방문국의 국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등 단일국가를 방문할 때는 물론 다자회담을 위한 순방 때도 거의 예외없이 해당국의 국기를 걸었으나, 이번에는 태극기는 물론 북한의 인공기를 걸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평양 공항에서 보인 태극기는 공군 1호기 기체에 양쪽과 꼬리 날개에 새겨진 것이 유일했다. 

인공기와 한반도기만이 넘실거렸다. 공항에서는 환영행사에 '동원된' 평양 주민들이 인공기와 한반도기, 꽃다발 등을 들고 문 대통령이 영접 행사장을 떠날 때까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또 이번 방북 수행단은 국무위원, 경제인, 예능인을 불문하고 태극기 배지와 한반도기 배지를 함께 달았지만 문 대통령 홀로 가슴에 아무것도 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내외 공식 행사에서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을 제외하면 태극기 배지를 단 사례를 찾기가 어려운데, 이번 방북 때에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앞서 1·2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가슴에 태극기를 달지 않고 북한 땅을 밟았었다.

북측 인사들은 '최고존엄'으로 대우받고 있는 김정은을 제외하면 모든 요인(要人)들이 김일성·김정일주의(主義)의 상징인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고 있었다.

이밖에 장상 세계교회협의회 공동의장,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前 중앙일보·JTBC 회장),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특별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영남은 "일찍이 김일성 주석께서는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제시하셨고, 김정일 장군님께서는 7.4성명을 통해 대단결을 제시하셨다"며 "북남 수뇌부의 역사적인 평양 상봉을 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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