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주택공급 위해서 3등급 이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개발 필요해"
서울시 "도심 내 유휴부지를 택지로 개발해 6만2천호 공급할 수 있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부분적으로 해제하자는 정부와 서울시의 '그린벨트 사수(死守)' 입장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도심 내(內) 6만호 이상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시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시유지나 역세권 저이용지 등을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충분한 주택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택지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9일 서울시와 국토부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도심 내 유휴부지를 택지로 개발해 6만2천호를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마련해 국토부와 조율하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 등 시유지·유휴부지·사유지가 포함된 20여개 부지가 택지 후보지다.

서울시는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주택단지를 조성하게 되면 새로운 주택단지에 필요한 대중교통망 등 도시 인프라 작업에 비용과 시간이 추가적으로 소모되지만, 도심 내 유휴부지를 택지로 조성하면 대규모 단지가 나오지는 않더라도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안대로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한다고해도 지방의 박탈감을 해소하지도 못하고 실효성은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실제로 앞선 정부에서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한 강남권(세곡동, 수서동, 우면동, 내곡동 등) 아파트의 가격이 5~7년 만에 2~3배 이상 올랐다. 2013년 분양된 세곡2 보금자리지구 1단지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4억3천만∼4억4천만원대였는데, 최근 실거래가는 14억원으로 대폭 올랐다.

서울시는 상업지역 내 주거비율을 80%에서 90%로 상향하고,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400%에서 500%로 올려 공공임대주택 등 주택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정부가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공급하려는 주택 물량 5만호보다 1만2천호 더 많은 공급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정부는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택지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서울에서 서초 내곡, 강남 세곡 등 개발 우선순위로 꼽히는 지역에서 택지를 조성하려면 그린벨트 해제가 필수적이다. 서울시 판단대로 도심 내 유휴부지를 개발하더라도 이는 교통요건이나 주위 환경 등 입지가 좋지 못하며, 공급량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올 3월 기준으로 서울 전체 면적의 25% 가량(149.13㎢)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구별로는 서초구 23.88㎢, 강서구 18.91㎢, 노원구 15.90㎢, 은평구 15.21㎢ 등 순이다. 서울시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택지는 서초 우면·내곡, 강남 세곡, 송파 오금동 등지가 거론된다. 서울시가 주장한 그린벨트 지역을 제외한 도심 내 유휴지로는 양천구와 강서구 일대 빗물펌프장 부지, 은평구 기자촌과 강남구 개포동 재건마을,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자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법적으로 국토부가 직접 서울시내 그린벨트를 푸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현재 30만㎡ 이하의 소형 그린벨트 해제 권한이 시도지사에 위임된 상태인데, 공공주택 공급 등 국가계획과 관련해 국토부 장관이 직접 입안하는 경우에는 국토부가 해제할 수 있게 하는 예외규정이 있다. 30만㎡가 넘는 그린벨트의 경우 국토부는 해제 권한을 지자체로 위임하지 않고 직접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박원순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를 상대로 정부가 그린벨트를 직권 해제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자체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가 공공주택 건설 등의 이유로 그린벨트를 직접 푼 전례가 있긴 하지만, 주로 지자체장과 정권의 소속 정당이 달라 정치적인 부담이 크지 않은 경우였다.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은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으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공식 수행원으로 지난 18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 중이다. 그린벨트 문제 등을 포함한 최종적인 주택공급대책은 두 사람이 서울에 돌아오는 20일 늦은 밤까지 막판 조율을 거친 뒤 21일 발표될 예정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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