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단일팀 논의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여자아이스하키와 봅슬레이, 피겨스케이팅 종목 등에서 남북단일팀 구성을 고려 중이라는 내용이 연일 보도됐다. 특히 여자아이스하키 종목과 같은 경우는 정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 국제아이스하키연맹에도 '남북단일팀' 협조를 요청하며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만큼 구성이 유력시된다. 그러나 남북단일팀 구성 시, 오히려 올림픽을 위해 열심히 준비했던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은 직접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황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

 

남북 평창 동계올림픽, 북측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 제의 (연합뉴스=일러스트 제작 조혜인, 이태호)
남북 평창 동계올림픽, 북측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 제의 (연합뉴스=일러스트 제작 조혜인, 이태호)

 

이에 대해 '왜 정치놀음에 아이스하키 대표선수들이 희생당해야하는건지 묻고싶다' '얼마나 억울할까' 등의 의견은 네이버에서 수천 명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개인의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기회에 대해 ‘남북의 평화적 연출’을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또한 한 달여 남은 촉박한 시간 동안 단합보다 균열을 일으키는 단일팀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도 ‘단일팀 반대’ 청원이 올라오며 “세상에, 팀 스포츠이니 사람 수가 많으니 1~2명 바뀌어도 괜찮을 거란 생각은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오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제발 올림픽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아달라. 이건 평화란 쇼를 위한 폭력이다”는 날선 비판을 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아이스하키 관련 우리나라 선수 23명을 모두 보장하고 북한 선수를 추가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규정상 실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가 22명뿐인 상황에서 허울뿐인 엔트리 확대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원 여부는 20일 스위스 로잔 IOC 본부에서 진행되는 평창회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당황하는 기색이 나타났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소속된 한 선수는 “선수들의 의견과 저희 들의 노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들에 대해서 조금 많이 실망스럽다”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하키팀 주장은 “사기가 떨어지게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열심히 하고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고 평창 올림픽에서 좋은 모습 보여 드리도록 노력할 테니까….”라며 격려와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남북 정부는 ‘평화올림픽’의 상징적 역할을 기대한다는 명분 아래 호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남북단일팀합의에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2일 “피겨 종목이 남북 단일팀을 꾸리기에 제격”이라며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남북 고위급회담에 참석했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지난 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에 공동입장과 함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고 밝혔으며, 정부와 체육계 고위 관계자도 13일 "북한의 올림픽 출전을 전제로 IOC와 평창조직위가 그동안 계속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문제를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장웅 북한 IOC위원 또한 13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단일팀 구성을 이미 상정된 제안이기 때문에 IOC에서 고려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피겨단일팀 단일팀 구성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문체부는 “피겨 단일팀은 IOC와 논의한 적도 없고, 자체적으로 검토하지도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11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공동응원 추진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6.15 공동실천 남측위 각 단체 대표들이 대형 한반도기에 메시지를 적은 뒤 파이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공동응원 추진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6.15 공동실천 남측위 각 단체 대표들이 대형 한반도기에 메시지를 적은 뒤 파이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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