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서 미북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을 타개해야 하는 중대한 시험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만약 문 대통령이 성공한다면 2차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실패한다면 한반도 위기가 다시 고조될 것으로 예상했다.

AP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북은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와 남북 교류 협력 구상을 가속화하는 것”이라며 “핵과 관련한 김정은의 불투명한 의도와 신속하고 분명한 비핵화 진전을 바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증가하면서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AP는 “문 대통령의 ‘도박’은 비핵화, 평화협정 등과 같은 굵직한 사안과 함께 도로, 철도 등 남북 협력 사업을 끊임없이 모색해 왔다는 것”이라며 “이런 접근은 남북 관계 개선이 긴장을 완화하고 열악한 북한 기반시설 개선이 장기적으로 남북 모두에 이익이 되는 투자라는 믿음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정은도 핵 무력을 충분히 구축했고 이제는 경제 발전에 집중할 때라며 문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트럼프 대통령 등과 잇따라 회동하는 등 대외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한국이 남북관계에 너무 속도를 내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위기에 빠진 1차 미북 정상회담을 중재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길을 닦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상응 조치로 김정은에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도록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또한 WSJ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외교를 재개하도록 촉구하는 한편 남북 간 관여에 있어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자신에게 스스로 미북 간 ‘중재자(mediator)’의 역할을 부여하며 북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교착상태를 타개하고 한반도에 더 안정적인 평화를 수립하는 것을 추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WSJ은 “3일 간 진행되는 남북 정상회담의 구체적 의제는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CNN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간 종전선언의 추진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CNN은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해 17명에 이르는 경제인들을 북한에 데려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약속했다”며 “전문가들은 남북이 스스로 종전을 선언하고 양자 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CNN은 “비록 평양이 남한으로부터 투자받는 것을 좋아하겠지만 현재 진행 중인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 회담은 여전히 중요한 의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문제는 북한이 미국과 평화롭고 생산적인 관계를 갖지 않는 이상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워싱턴은 김정은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포기해야만 북한과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이 값싼 노동력과 유리한 지리적 입지, 풍부한 자원 등으로 해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있지만 현재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해 대북사업에는 큰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인들에게 이번 방북은 미래 대북 사업의 기회를 모색하는 차원이라기보다는 정부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는 경제 분석가의 분석을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수석 협상가’ 역할을 요청한 것을 언급하며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미북협상의 교착 상태를 타개한다면 2차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한반도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연내 종전선언을 채택하는 방안을 모색하겠지만 서둘러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집중하지 않은 채 종전선언을 유엔 연합사 해체와 한미동맹 훼손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한국의 전직 외교 고위 관리의 말을 전했다.

NYT는 또 다른 보도를 통해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평가받는 파키스탄을 모방해 ‘조용한 핵개발’로 전략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여전히 핵연료와 무기를 활발히 제조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나오고 있지만, 최근 들어 핵 전력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NY는 “북한의 이런 전략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고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의 전략에서 배운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미국의 손길이 식어가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극적인 외교적 진전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정부가 이산가족상봉, 문화·스포츠 교류, 남북연락사무소 개소 등 남북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 내 동요를 일으키고 최대 압박 전략에 혼선을 초래하곤 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김정은은 핵 제거를 위한 확실한 걸음을 내딛기 전에 미국과 평화선언을 하기를 원한다”며 “그러나 미국의 전략가들은 그러한 선언이 대북 제재를 완화할 것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은 높은 지지율을 누리는 가운데 진행됐던 4월 판문점 정상회담과 달리 부동산 가격과 실업률 상승으로 인해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이뤄진다”며 “평양에서의 상황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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