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상 한 말로도 크게 물릴 수 있어..."최대한 주목 받지 않는 것이 목표"

 

"괜히 말을 꺼냈다가 확대해석 되면, 그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 방북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함께 가는 총수의 평양행(行)을 걱정하며 이 같이 말했다.

문재인-김정은 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기업 총수들은 막바지 방북 준비를 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지난 몇일 간 사내(社內)에서 임직원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북한 관련 언론 보도와 경제연구소의 브리핑, 보고서를 바탕으로 '북한 과외'에 열중했다고 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첫 방북이고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 6월 총수가 된 이후 첫 대외 일정이라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번 방북에서 기업들이 가장 삼가하려는 것은 "검토해 보겠다"는 말이다. 지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도 기업들은 북한에 간 총수가 덜컥 "검토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할까 전전긍긍 했었다고 한다. 예의상 한말을 북한에서는 긍정적인 말로 공식화 해 물고 늘어질수 있다는 것이다.

한 그룹 관계자는 "북한과 협력할 수 있는 게 임가공(賃加工) 정도인데 현재 북한 전력이나 도로 사정을 감안하면 그나마도 여의치 않다"며 "무조건 말은 아끼고, 듣고 보고기만 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했다.

또 대기업 총수나 최고 경영자의 발언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발언 하나하나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 그룹 관계자는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을 제재하겠다는 미국의 뜻이 확고하다"며 국제정세를 거스르는 사태에 대해 우려했다. 

미국 국무부가 국내 대기업 총수들의 방북에 대해 "유엔 회원국은 대북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게다가 중국 2위 통신장비 업체 ZTE는 유엔 제재를 어기고 북한과 거래했다가 미 상무부로부터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당하며 파산 직전까지 몰린 전례도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미국과 청와대의 눈치를 동시에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의미 있는 자리에 함께하게 돼 뜻깊게 생각합니다" "회담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합니다"와 같은 무난한 발언을 하도록 총수들에게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그룹 관계자는 "이번 회담의 주인공은 남북 정부 인사들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한 주목받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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