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해독하는 작업은 냉철한 이성에 명징한 논리적 사고가 소요되는 일이다. 필자가 삼십여 년 동안 일본에서 동아시아 근대사를 재독하는 작업을 벌이면서 늘 발견되는 것은 역사 사실 그 자체보다도 역사를 만드는 현대인의 작위성에 있는 심각한 위험성이다.일본과 엉클어져 형성된 근대사의 입론, 해석, 구성 가운데서도 해방 후 한국 국사학자들의 '근대 신화 만들기'에는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근대사 속의 일본은 언제나 반드시 악의 상징이었고, 죄다 조선, 조선인을 억압하고 철저하게 살육과 약탈을 감행한 장본인이라는 이미지.이런 정설
윤석열 정부는 건강하지 못한 한·중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여 왔다. 이에 대해, 그간 중국 정부는 한국에게 강경한 자세를 보여왔으나, 최근에는 한국에 대해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올해 8월에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관계를 발전시키길 희망한다는 한국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중시하고 있다”고 유화적으로 언급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은 9월 말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방문한 한덕수 총리를 만나
문재인 정권 시기에 소원해졌던 한미관계·한일관계 복원도 좋고 아무런 실질적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한 굴욕적 대화 일변도의 대북 관계 청산도 좋다. 자유 진영에 복귀해 미국의 중국 견제 방침에 일정 부분 동참한 것도 좋다. 윤석열 정부의 전반적인 대외 정책 기조에 대해 크게 반대할 국민은 많지 않으리라 본다.다만 조금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중 논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제78주년 광복절 축사에서 '우리의 독립운동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고 밝혔는데, 여
"과거는 현대인이 살아보지도 못하고 다만 상상의 환경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서양의 한 독설가 비평가이다. 우리는 흔히 살아보지도 못한 100여 년 전의 조선에 대해 일종의 환상, 공상으로 메우면서 "매우 깨끗하고 아름답고 멋있는 나라였는데 일제가 들어와서 엉망으로 짖이겨 놨다"고 생각하기 일쑤다.그러나 역사의 진실은 우리의 상상과는 어긋나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럼 당시 외국인의 조선에 대한 기록을 보기로 하자."못살겠네 못살겠네 오염물을 다 제하고 신선 공기 받는 것이 위생상에 필요인데 똥통 설시한 이후로 게딱지와 같은 집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다.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보다 16.6% 줄이자 여기에 대한 학계와 연구계의 반발이 거센 것이다. 1991년 이후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이 줄어든 것은 처음인데다 감소폭도 이례적으로 크다. 내년 예산안에서 연구개발 분야는 총 25조9천억원으로 올해(31조1천억원)보다 5조2천억원 가량 감소했다.연구개발 예산 삭감이 직접 타격을 미치는 영역은 인건비와 장비 운용 등이다. 그 가운데서도 대학원생과 박사후 연구원(포닥)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연구개발 활동을 해오
위대한 문자 한글이 577년 전 1446년에 반포되었다. 인류역사상 만들어낸 문자 중 가장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다. 누구나 서너 시간이면 터득할 수 있다. 한국은 해방 후 문맹률이 8할 정도였다. 이승만 대통령의 국민교육과 한글 보급으로 몇 년 안에 전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되었다.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Gered Diamond)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라고 높게 평가하였다.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 족이 한글을 그들의 문자로 차용하였고, 솔로몬 제도의 과달카날주도 표기문자로 도입했었다. 디지털 시대에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에는 아찔한 구절이 있다. ‘나라’ 대신 ‘시대와 풍토’로 피해 갔지만 노무현의 역사관이 그대로 묻어있다. 인용하면,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합니다.”이다. 좌파는 이에 근거해 ‘한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국가’로 매도·폄훼했다.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혐의는 그 자체가 충격적이다. 통계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모든 정책설계는 통계로부터 출발한다. 따라서 통계는 소중한 공공재이기도 하다.
#. ‘하늘이 열린 날’의 기원10월 3일은 개천절(開天節), 즉 ‘하늘이 열린 날’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날을 5대 국경일의 하나로 지정하여 거국적으로 기리고 있다. ‘하늘이 열린 날’이 왜 국경일인가? 따져보면 한민족 역사에서 첫 국가인 단군의 고조선 개국을 기념하기 위해서란다. 필자가 지난해 10월 7일 본지 칼럼(대한민국의 국경일, 국가기념일 이래도 되나?)에서 지적했듯이 개천절과 관련하여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첫째, 고조선 개국이 10월 3일이란 근거는 무엇인가, 둘째, 21세기 대한민국이 고조선 개국과 단군을 기념
백여년 전 한일중 근대사 궤적을 조감하면 3국의 근대화 성공여부의 선로가 선명히 부상한다. 중국과 한국은 늘 자부감을 느낄 정도로 '문'의 사회였고, 일본은 반대로 '무'의 사회였다는 점이 일목요연히 알린다. 전통적인 유교사상의 핵으로 구성된 '문인'에 의한 문치사회와 전통적 상무정신의 핵으로 이뤄진 일본의 무치사회는 지극히 대조적인 사회 및 문화 패턴이었으며 그 가치관, 행동양식은 역시 대조적으로 이질적 양상을 노정했다.그런데 필자가 불가사의하게 느낀 것이라면, 지금껏 한일중의 이 대조적인 문, 무 세계에 대해 중국과 한국에서는
핵세계에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우크라이나에서 고전 중인 러시아는 잊을만하면 ‘핵사용’을 위협한다. 북한은 2013년 ‘핵보유법’과 2022년 ‘핵무력정책법’ 그리고 최고 지도자의 연설이나 담화를 통해 ‘대남 핵사용’을 반복적으로 위협하고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1874호를 위배하면서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2017년 이후 안보리의 추가적인 대북제재 결의는 번번이 중·러의 거부권에 가로막히고 있다. 안보리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다.중동에서는 이란이 폭탄급 고농축 우라늄 생산 의지를 굽히지 않음에 따라 이스라엘이 긴장
문재인 정부가 대북전단 금지법을 통과시키려 할 때 한 음식점에서 옆 자리 손님들이 대북전단을 날려보내는 사람들을 맹비난하는 것을 듣게 됐다. 그들에게는 김정은이 아니라 대북전단을 날리는 사람들이 문제의 근원이자 나쁜 사람들이었다. 같은 지역 출신 모임으로 보이는 이들이 모두 소리 높여 분개하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정율성 공원’ 뉴스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도 이 모습이었다.(2023.8.31.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한 나라 두 국민’ 걱정케 하는 정율성 문제)위의 칼럼에서 말하는 ‘같은 지역’이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는
#. 문재인이 ‘국군의 날’을 변경하려 했던 진짜 이유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 와중에 흥미로운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 모든 소동의 출발점이 전직 대통령 문재인이며, 자유시참변 당시 한국 독립군 몰살과 관련하여 홍범도는 하수인 정도에 불과하고, 이동휘가 그 원인 제공자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언론 보도에 의하면 문재인은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17년 8월, 국방부 첫 업무보고에서 국방부장관에게 “광복군,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 전통을 육사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광복군을 군(軍) 역사에 편입시켜라”, “10월 1일인
20년 전 필자가 근대 사료를 찾다가 일정시기 1927년(소화 2년)에 조선총독부에서 편집 발간한 ,조선인의 사상과 성격.이란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일제시대 조선통치책을 원만히 실시하기 위해 발간된 책자로서 그당시 '일본인이 본 한국인론'으로서는 지극히 중대한 의미를 갖춘 문헌자료다. 지금껏 발굴된 일제 강점시기 '조선인의 민족성' 치고 이렇게 자세하고 광범위하게 집대성한 자료는 필자의 과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직 없는 듯하다.자료에 반영된 시간은 1910년대에서 20년대 당시 조선인의 성격 기질을 파악하는데 지대한 가치가 있다. 조
한국 유력 정치인이 북아일랜드를 방문했을 때다. 우리도 당신네들처럼 지역 갈등이 심각하다고 하자 역시 유력한 북아일랜드 정치인이 물었다. 종교가 다르냐. 아니라고 하자 민족이 다르냐고 물었다. 역시 아니라고 하자 그럼 언어가 다르냐고 물었다. 셋 다 아니라는 대답에 북아일랜드 정치인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왜 싸워?물론 인간은 평화보다 분쟁을 좋아하는 동물이다. 꼭 그런 거시적인 지표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어떤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싸운다. 그런데 우리처럼 극악으로 싸우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일본인들은 조선이 당쟁으로
최근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관련된 법원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KBS와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해임과 관련된 법원의 엇갈린 판결은 사람들을 도리어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도 더 커지는 분위기다. 이러한 일관성 없는 법원 판결이 나오는 이유는 방송이 절대적 가치로 판단하기 어려운 사회적 기구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 판단에 근거한 판단들은 공영방송의 존재가치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이론적으로 방송의 규제 근거에는 ‘한정된 주파수의 희소성’ ‘공공재(co
서: 민주화 이후 가장 극심한 남남갈등, 왜 그런가?1945년 해방 이후 대한민국에서의 정치적 갈등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3년 동안의 미군정 시기에도, 그리고 1948년 정부수립 이후에도 정치세력 간의 갈등이 매우 날카로웠고, 특히 좌우의 대립은 제주 4⋅3과 여순 사건 등 무력 충돌로까지 이어졌다.이후 3⋅15 부정선거와 4⋅1혁명, 5⋅16 쿠데타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현대사는 극심한 갈등과 대립의 연속이었고, 독재정권에 대한 민주화 투쟁 역시도 그러했다. 이러한 갈등과 대립의 역사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능케 했던 것이 1987년
지금 필자의 눈 앞에는 한 장의 오래된 고물 지도가 펼쳐져 있다. 1888년 무렵 일본이 제작한 의 지도(복사본)다. 이것은 일본 제국이 초창기에 제작한 외방도의 전형으로 지금도 '보물'로 칭해진 지도다.고바야시 시게루 교수의 논증에 따르면, 일본은 19세기 중엽 때부터 영국 등 서양 제국의 측량기술에 의존하여 지도를 작성하려 노력했다. 는 1875년 일본 육군이 제작한 지도로서 이는 초창기 외방도의 실례로 대표적 지도로 거론되고 있다.명칭 그대로 조선전도를 도시(圖示)하는 134cm*98cm의 장방형 거폭의
작년 10월에 3연임을 시작한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는 그해 12월에 극단적인 제로-코로나정책을 폐기하는 등 경제 회복에 집중하여 왔다. 따라서 중국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수년간 침체되어 왔던 중국 경제가 조속히 회복될 것으로 당초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고, 오히려 경제가 더 악화되고 있다.중국 경제는 성장의 양대 축인 수출과 소비 모두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금년 8월 수출은 전년 대비 8.8%나 줄었고, 소매 판매 증가 폭도 금년 6월 3.1%에서 7월 2.7%로 내려갔다. 미·중 갈등에 따라 외국인 직접
1990년대 후반 그러니까 21세기를 몇 년 앞둔 시점의 일이었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우리말로는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의 세계적인 공급업체가 인상적인 발표를 했다. 자신들이 그해 회계연도를 마무리하면서 단 하루만에 각종 회계 정산을 끝냈다는 것이었다. 자사 ERP 프로그램의 위력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당시 IT전문지 기자로 일하고 있던 나는 그 발표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이 회사 본사가 자사 ERP 프로그램을 사용해 회계 처리를 깔끔하게 끝낸 건 알겠는데, 이 제품을 사용하는
인류 역사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사상(事象) 중 전쟁을 통한 문명, 문화의 충돌이 이문화 교류, 이문화 접촉·전파의 가장 빠른 구실을 하게 된다.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이야말로 문화의 아버지다."20세기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러일전쟁을 계기로 일본은 대폭 세계에 알려지며, 조선 역시 19세기보다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일본이 러시아 제국을 격파한 계기로 일본인의 '무사도'가 그 국민성을 제시한 키워드로 인식되기도 한다.1899년 니이토 베이나로의 영문저작 '무사도'의 영향은 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