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대통령만큼 격무에 시달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를 것이다. 문재인 전(前)대통령(이하 문재인)은 퇴임 후 잊혀지고 싶다고 했다. 문재인은 임기가 2년이나 남은 2020년 1월 14일, 신년기자회견 자리를 빌어 "대통령 이후는 상상하지 않는다"며 "현실 정치에 연관된 일을 일체 하고 싶지 않으며,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은 식언(食言)하고 있다. 그는 툭하면 현실정치의 뒷다리를 잡는다. 인간적 신뢰감이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다. O 文, 올해 성장 일본보다 못한 것
'관성그룹'이란 용어가 있다. 쉽게 풀이하면 수구파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세력이다. 18세기 프랑스 혁명 당시 이러한 낡은 정치, 구식 수구파를 가리켜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이라 칭했다. 반동세력이라고도 했다.근대는 큰 변혁 가운데서 늘 이러한 수구세력, 반동세력의 저항을 겪으면서 이들의 저항을 제거하면서 완성해온 하나의 과정이었다. 일본에 의한 강제적 개국이었지만 근대화란 시점에서 평가하면 이는 '민족'을 넘어서 의미가 있는 시대의 변혁 그 자체였으며 시대의 흐름에 따른 시대의 발전이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살펴보는 데에는 두 개의 분석틀이 있다. 하나는 ‘닭과 계란’의 관계처럼 얽힌 양자 간 민족·종교·영토 갈등이라는 전통적인 분석틀이며, 다른 하나는 ‘글로벌 신냉전’이라는 새로운 분석틀이다. 과거에는 전통적 분석틀이 유용했지만, 지금은 두 번째 분석틀도 반드시 필요하다.세계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원하는 ‘전체주의 국가들(axis of tyrannies)’이 새로운 ‘악의 축(new axis of evil)’을 구축하여 서방 주도 세계 질서에 도전함으로써 야기된 ‘신냉전 대결’ 시대에 진입한지 오래인
인터넷에 ‘중국 분열 지도’라는 것이 가끔 올라온다. 티베트, 위구르, 내몽골, 만주, 홍콩, 마카오 등이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떨어져 나가고 대만은 완전한 독립을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대만 혹은 홍콩인들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분열 예상 지도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버전마다 차이가 있다.중국의 동북3성 지역(만주)은 간도 지역을 포함해 통일한국에 합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이 지도에 첨부되어 거론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공 정권에 대해 갖고 있는 거부감이 이런 지도에 투영되어 가시화된 것으로 보인다.이 지도에 반영된
'일제의 극악무도한 이미지 만들기'는 오래전부터 한국 근대사 기술, 인식의 일종의 '신화 만들기'로 정착되었다. 특히 역사기술에서 정확하고 치밀한 수치가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숫자를 불리거나 작위해내는 일은 이영훈 교수가 지적하다시피 '한국의 비선진국성'을 발현하고 있다.그런데 필자가 사료를 읽으면서 발견된 것은 이러한 '일제악'의 이미지, 신화 만들기에서 숫자 불리기는 현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1920년대에 상해에서 출간한 박은식의 명저 에도 숫자 불리기의 치명적인 결함이 존재하고 있다. 박은식(1859-
아마도 역대 KBS 사장 중에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은 홍두표, 박권상 두 사장인 것 같다. 홍두표 사장은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병과하면서 재정적 안정을 구축하였고, 사상 처음으로 MBC를 넘어 시청률 우위를 확보하는 기념비적 업적을 거두었다.또한 박권상 사장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2000년대 초반 KBS를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으로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두 사장 시절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KBS 구성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 이후 KBS 위상은 지속적으로 추락해왔고, 급기야 이제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
#. 15억 중국인은 어떻게 개인의 자유를 잃었을까?중국의 15억 인구는 어떻게 하늘이 한 개인에게 부여한 천부의 자유를 잃고 공산당과 그 수괴인 1인 독재에 침묵·순종하며 살아왔으며, 지금도 살아가고 있을까? 이런 근본적 의문에 대한 답을 제공하는 역작이 발간되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역사학과에 재직 중인 송재윤 교수의 3부작 『슬픈 중국』이 그것이다. 『슬픈 중국』 3부작은 충격과 경악 그 자체다. 지금까지 마오쩌둥이 저지른 광기의 학살극을 중국공산당은 ‘대약진운동(The Great Leap Forward)’이니 ‘문화대혁명’
지역구마다 내걸린 의과대학 유치 플랭카드2024년 총선을 앞두고 의대 정원 증원을 여야가 모두 환영하고 있다. 필수 의료 분야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여당 모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창원 의과대학 유치라는 프랭카드를 거리마다 내걸고 있다. 광주에 이미 전남대와 조선의대가 있는데도 전남 출신 야당 의원은 전남에 의과대학이 없다고 칭얼거리는 장면이 메스컴을 탔다. 아마도 자신의 지역구에 의과대학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지 모른다. 선동적 언어 뒤에 숨은 정치꾼들의 꿍꿍이 속내가 너무 훤히 보인다. 대
길 가던 나그네가 굴뚝 옆에 땔감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고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 다른 곳으로 옮기라 했다. 주인, 무시하고 그대로 방치했다가 결국 불이 났고 이웃의 도움으로 겨우 화마를 잡았다.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이웃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했지만 진즉에 땔감을 치웠더라면 이런 자리도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빈축을 샀다. ‘한서’에 나오는 사후약방문 고사의 기원이다.칼럼 쓰는 날짜가 정해져 있다 보니 결국 사후약방문 꼴이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 것은 나그네의 충고가 아직 일부 유효하기 때문이다.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참패 이
35년 만의 대법원장 공석 사태와 그 파장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하고, 이균용 후보자에 대한 국회 동의가 부결됨에 따라서 35년 만에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발생했다. 1988년 노태우 정부 당시 정기승 후보자의 부결 이후 최초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이다.여기서 이균용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이 합당한 것인지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법원장 공석 문제의 심각성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기초 위에서 대통령실에서는 후보자의 인선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고, 야당에서도 임명동의안 부결에 더욱
역사를 해독하는 작업은 냉철한 이성에 명징한 논리적 사고가 소요되는 일이다. 필자가 삼십여 년 동안 일본에서 동아시아 근대사를 재독하는 작업을 벌이면서 늘 발견되는 것은 역사 사실 그 자체보다도 역사를 만드는 현대인의 작위성에 있는 심각한 위험성이다.일본과 엉클어져 형성된 근대사의 입론, 해석, 구성 가운데서도 해방 후 한국 국사학자들의 '근대 신화 만들기'에는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근대사 속의 일본은 언제나 반드시 악의 상징이었고, 죄다 조선, 조선인을 억압하고 철저하게 살육과 약탈을 감행한 장본인이라는 이미지.이런 정설
윤석열 정부는 건강하지 못한 한·중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여 왔다. 이에 대해, 그간 중국 정부는 한국에게 강경한 자세를 보여왔으나, 최근에는 한국에 대해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올해 8월에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관계를 발전시키길 희망한다는 한국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중시하고 있다”고 유화적으로 언급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은 9월 말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방문한 한덕수 총리를 만나
문재인 정권 시기에 소원해졌던 한미관계·한일관계 복원도 좋고 아무런 실질적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한 굴욕적 대화 일변도의 대북 관계 청산도 좋다. 자유 진영에 복귀해 미국의 중국 견제 방침에 일정 부분 동참한 것도 좋다. 윤석열 정부의 전반적인 대외 정책 기조에 대해 크게 반대할 국민은 많지 않으리라 본다.다만 조금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중 논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제78주년 광복절 축사에서 '우리의 독립운동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고 밝혔는데, 여
"과거는 현대인이 살아보지도 못하고 다만 상상의 환경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서양의 한 독설가 비평가이다. 우리는 흔히 살아보지도 못한 100여 년 전의 조선에 대해 일종의 환상, 공상으로 메우면서 "매우 깨끗하고 아름답고 멋있는 나라였는데 일제가 들어와서 엉망으로 짖이겨 놨다"고 생각하기 일쑤다.그러나 역사의 진실은 우리의 상상과는 어긋나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럼 당시 외국인의 조선에 대한 기록을 보기로 하자."못살겠네 못살겠네 오염물을 다 제하고 신선 공기 받는 것이 위생상에 필요인데 똥통 설시한 이후로 게딱지와 같은 집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다.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보다 16.6% 줄이자 여기에 대한 학계와 연구계의 반발이 거센 것이다. 1991년 이후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이 줄어든 것은 처음인데다 감소폭도 이례적으로 크다. 내년 예산안에서 연구개발 분야는 총 25조9천억원으로 올해(31조1천억원)보다 5조2천억원 가량 감소했다.연구개발 예산 삭감이 직접 타격을 미치는 영역은 인건비와 장비 운용 등이다. 그 가운데서도 대학원생과 박사후 연구원(포닥)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연구개발 활동을 해오
위대한 문자 한글이 577년 전 1446년에 반포되었다. 인류역사상 만들어낸 문자 중 가장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다. 누구나 서너 시간이면 터득할 수 있다. 한국은 해방 후 문맹률이 8할 정도였다. 이승만 대통령의 국민교육과 한글 보급으로 몇 년 안에 전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되었다.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Gered Diamond)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라고 높게 평가하였다.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 족이 한글을 그들의 문자로 차용하였고, 솔로몬 제도의 과달카날주도 표기문자로 도입했었다. 디지털 시대에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에는 아찔한 구절이 있다. ‘나라’ 대신 ‘시대와 풍토’로 피해 갔지만 노무현의 역사관이 그대로 묻어있다. 인용하면,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합니다.”이다. 좌파는 이에 근거해 ‘한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국가’로 매도·폄훼했다.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혐의는 그 자체가 충격적이다. 통계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모든 정책설계는 통계로부터 출발한다. 따라서 통계는 소중한 공공재이기도 하다.
#. ‘하늘이 열린 날’의 기원10월 3일은 개천절(開天節), 즉 ‘하늘이 열린 날’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날을 5대 국경일의 하나로 지정하여 거국적으로 기리고 있다. ‘하늘이 열린 날’이 왜 국경일인가? 따져보면 한민족 역사에서 첫 국가인 단군의 고조선 개국을 기념하기 위해서란다. 필자가 지난해 10월 7일 본지 칼럼(대한민국의 국경일, 국가기념일 이래도 되나?)에서 지적했듯이 개천절과 관련하여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첫째, 고조선 개국이 10월 3일이란 근거는 무엇인가, 둘째, 21세기 대한민국이 고조선 개국과 단군을 기념
백여년 전 한일중 근대사 궤적을 조감하면 3국의 근대화 성공여부의 선로가 선명히 부상한다. 중국과 한국은 늘 자부감을 느낄 정도로 '문'의 사회였고, 일본은 반대로 '무'의 사회였다는 점이 일목요연히 알린다. 전통적인 유교사상의 핵으로 구성된 '문인'에 의한 문치사회와 전통적 상무정신의 핵으로 이뤄진 일본의 무치사회는 지극히 대조적인 사회 및 문화 패턴이었으며 그 가치관, 행동양식은 역시 대조적으로 이질적 양상을 노정했다.그런데 필자가 불가사의하게 느낀 것이라면, 지금껏 한일중의 이 대조적인 문, 무 세계에 대해 중국과 한국에서는
핵세계에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우크라이나에서 고전 중인 러시아는 잊을만하면 ‘핵사용’을 위협한다. 북한은 2013년 ‘핵보유법’과 2022년 ‘핵무력정책법’ 그리고 최고 지도자의 연설이나 담화를 통해 ‘대남 핵사용’을 반복적으로 위협하고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1874호를 위배하면서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2017년 이후 안보리의 추가적인 대북제재 결의는 번번이 중·러의 거부권에 가로막히고 있다. 안보리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다.중동에서는 이란이 폭탄급 고농축 우라늄 생산 의지를 굽히지 않음에 따라 이스라엘이 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