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 로스쿨의 존 마크 램자이어(램지어) 교수의 논문 〈태평양전쟁 당시 성(性)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에 대한 최근 비판은 램자이어 교수가 계약관계가 있었음을 입증할 물증인 계약서를 제시하지 못 했다는 데에 집중되고 있다. 법학 교과서의 설명을 인용하자면, '계약'의 본질은 '의사표시의 합치'이며, '계약서'는 그 '증거'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계약서의 존부(存否)에 집착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계약과 계약서
#. 내년 3월 9일은 국운이 걸린 대통선 선거일바야흐로 선거 시즌,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일이 4월 7일이요, 20대 대선이 내년 3월 9일입니다. 애국시민 여러분께서 이미 잘 알고 계신 대로 두 선거 모두 나라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선거입니다.칼 포퍼는 “어떻게 피를 흘리지 않고 타락한 권력을 제거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 철학자입니다. 자유민주주의가 최선의 정치제도라고 인정받는 이유는 피를 흘리지 않고 선거를 통해 정권을 바꿀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5년, 국회의원과 시장 군수 등은 4년
2020년 4월 총선, 反日운동2019년 여름 무렵 급부상한 ‘반일운동’이 한창일 때 필자는 지인들과 이 화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때 농담반 진담반으로 “반일운동 끝나면 반미운동 시작될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모인 사람들은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왜냐면 그런 패턴이 바로 좌파의 정치행동방식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당시 페이스북에 한일갈등과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우려하며 쓴 글로 인해 이른바 ‘토착왜구’로 몰려 곤욕을 치르던 중이었다.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우리에게 뿌리박힌 민족감정이라는 내재적 폐쇄성 이대로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이 다가오지만 우리 현실은 아직 지난 겨울에 머물러 있다.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어떠한 방법으로 이사진과 경영진을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 머물러 있고 공영방송의 공적인 역할 수행 및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은 없다. 이는 연초의 KBS 수신료 인상 논란이 수신료 인상의 정도나 결정 및 징수 방법에 대한 논의에만 그치고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와 경쟁력을 상실한 공영방송이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가 없는 것
방송 공정성, 무엇이 문제인가?공정성 원칙은 자유롭고 건강한 소통을 담보하는 방송 자유의 기본 원칙이다. 그리고 방송 종사자들이 방송의 자유를 갖기 위해 다양한 간섭으로부터 독립성을 갖게 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을 때 방송 종사자들은 최고의 콘텐츠를 생산해서 시청자 복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방송은 정확하고 균형을 갖추어야 한다’는 방송 공정성의 정의는 단순하다. 그런데 방송 공정성의 무엇이 문제이기에 이토록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 필자는 그 원인을 공정성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의 부족이라고 생
북한은 스스로 핵을 포기할 리 없다. 북한 입장에서 핵무기는 자신의 이익을 확보하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제1차 북핵위기’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북한은 핵을 일정한 패턴으로 사용해 왔다. 북한은 핵을 통한 위기 조성, 외교 협상, 외교·군사·경제적 양보, 그리고 다시 위기 조성을 반복했다.다소 거칠게 구분하자면 한국의 좌파는 일정한 양보를 통해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해 왔다. 반면 우파는 양보가 나쁜 선례를 누적시키기 때문에 강력한 제제를 수반해야한다고 주장한다.양보와 협상을 통한 ‘한
하버드대학 로스쿨의 램자이어(램지어) 교수는 최근 그의 논문에서 위안부와 위안소의 관계를 계약으로 파악했다. 한국과 미국 연구자들의 그에 대한 비판의 아직도 활활 타오르고 있다. 많은 경우 인신공격성 비난을 수반하고 있지만, 비판의 핵심은 그가 이러한 관계를 입증하는 계약서, 계약의 내용을 담은 '종이'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의 배경에는 합의의 내용을 반드시 문서로 남기는 구미(歐美)의 계약 문화와 구두 계약에 많이 의존하였던 조선·한국 사이의 차이에 대한 몰이해가 자리잡고 있다.계약서가 없다는 비판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관심은 필자가 부산을 고향으로 두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사회정책에 대한 평가는 Evaluation Research라는 사회학의 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 평가연구에 공항과 같은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건설도 포함되는 이유는 이 시설을 기획하고 설계하고 건설하고 활용하는 모든 것이 사람들이 밀접하게 협력하고 지속적으로 함께 만들어 가야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며, 여기에는 과학적인 자료들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상상력이나 의지나 만족도 같은 것들도 평가할 요소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지난 12월에 있었던
한 해의 끝자락에서 되돌아봐서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는 없다고 하지만,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유난히 탈이 많았던 한 해였다.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세계는 교역이 20%나 감소되는 때아닌 경제공황을 겪어야 했다. 동아프리카를 강타한 메뚜기떼, 미국과 호주의 대형 산불, 6천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중국의 홍수, 홍콩의 민주화 시위, 영국의 EU 탈퇴, 일본 아베 총리의 갑작스러운 퇴진, 중국-인도 간의 국경충돌 등도 세인의 주목을 받은 사건들이었다.군사·정치 쪽에서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미·중
전 세계가 혼돈으로 치달으면서 국제정세를 읽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미국 대선이 끝난 뒤 전 세계가 동시다발적인 격변을 치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들도 바뀌고 있다. 민주주의의 모범국으로만 여겨졌던 미국은, 자유·민주는 온데간데 없고, 사회전체가 파시즘으로 향하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 빅텍에서는 자유로운 개인의 의견 피력이 불가능해지기 시작했고 이들은 오히려 언로를 막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수용방침에다 기존의 PC(Political Correctness)에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달 1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19를 계기로 “고소득층 소득은 더 늘고 저소득층 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K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바” 코로나로 많은 이익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익공유제가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민주당 유관 연구소인 민주주의연구소는 이에 화답하듯 ‘협력-이익-공유’ 선(善)순환론을 주장했다. “협력해야 이익이 생기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익을 공유해야 협력을 지속할 수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우울한데 심각한 영화 보기 싫어 고른 영화가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이라는 영화였다. 줄거리부터 찾아봤다. 내용을 미리 알면 무슨 재미냐는 사람도 있지만 영화 보는 내내 딴 생각을 자주하느라 스토리를 놓치는 나는 그게 편하다. 검색해보니 이렇게 나온다.‘입사 8년차 동기인 말단 여직원들이 영어 토익반에 모인다. 토익 600점만 넘기면 대리가 될 수 있고 대리가 되면 커피 타기나 가짜 영수증 메꾸기 같은 게 아니라 진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푼다.’말단 여성 회사원들의 고군분투기라, 오! 마음에 들
전염병은 공포와 심리전으로 이겨낼 수 없다 유럽인구의 1/3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3차례의 페스트와 나폴레옹 대군을 몰살시킨 발진티푸스, 대규모 콜레라 등이 유행할 때 사람들이 느낀 공포감과 그로 인한 거짓소문의 영향은 엄청났다. 병에 걸려 죽은 사람도 많았지만 근거 없는 유언비어의 희생양이 되어 죽어간 사람들도 많았다. 인간의 존엄함과 인권이 유린된 흑역사들이다. 14세기 2차 흑사병이 돌 때 유대인들이 우물을 오염시켜서 발생된 것이라는 거짓소문 때문에 많은 유대인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 19세기에 콜레라가 유럽에 퍼졌을 때 여
작년 여름 한국관광공사가 해외홍보용으로 제작한 ‘한국의 리듬을 느끼세요(Feel the Rhythm of Korea)’ 영상은 그저 단지 한국 홍보 캠페인일 뿐인데 소셜미디어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이날치 밴드가 노래 부르고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춤을 춘 이 동영상은 전 세계에서 합산 조회 수 3억 회를 기록했다. “K팝 아이돌보다 신선하다”는 해외 팬들의 찬사가 줄을 잇고, ’21세기 도깨비'라는 별명도 붙었다. 덩달아 이날치밴드가 부른 ‘범내려온다’도 2월 10일자로 유튜브 조회수가 4,570만을 넘었다.늙은 세대
전후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1세대 만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2개의 기적을 이루어냈고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처해 왔다. 지금의 한국은 역사적으로 가장 평화롭고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과 미국 간의 동맹과 협력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부상함에 따라 미국과 중국 간의 세력전이가 일어나고 있고 미·중 신냉전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과의 거리를 멀리하고 조속히 중국에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의 논거는 대체로 네 가지로
미국 흑백영화 초창기의 명작으로 이라는 작품이 있다. 남북전쟁과 이후 연방 재건 시대에 미국 북부와 남부의 두 명문가 사람들이 겪는 드라마틱한 사건들을 박진감 넘치게 묘사한 작품이다.노예해방과 링컨 대통령의 암살 등 역사적인 사건을 묘사하면서 백인의 관점에서 흑인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등 논란이 많기는 하지만, 이 영화가 갖는 의미는 결코 만만치 않다. 영화의 배경이자 테마인 남북전쟁이 미국 역사에서 갖는 의미를 정확하게 짚어냈기 때문이다.미국의 남북전쟁은 어마어마한 유혈을 동반한 비극이기도 했지만
드디어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반란이 시작되는가. “재정운용은 다다익선보다는 적재적소가 매우 중요하고 기본이다”라고 이낙연대표가 국회교섭단체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보편적 지원과 선별적 지원을 함께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데 대해 홍 부총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지난 5일 국회본회의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는 “행정부와 국회는 두 수례바퀴다. 국회가 너무 크면 똑 바로 못간다”면서 “재정건전성을 살펴야 하는 재정당국의 시각을 존중해달라”라는 주문도 했다. 국회 주택정책관련 당정협의회에는 불참하기도 했다. 지난 2년 동안
#. 586 운동권 세력들의 나라 거덜내기가히 나라 거덜나는 곡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입법·사법·행정부 할 것 없이 총체적 초토화 현상이다. 한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데는 수많은 사람의 땀과 눈물, 노력, 그리고 오랜 세월이 요구되지만, 말아먹는 것은 순식간이다. 포플리즘과 사회주의 정책으로 나라를 거덜낸 아르헨티나의 페론, 그리스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찜쪄먹을 포퓰리즘와 사회주의의 극치가 이 땅에서 백주노상에서 중인환시리에 자행되고 있다.“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 “정직·신용·노력” 등은 개
내가 대학교 3학년이던 1981년 얘기다. 그해 봄 대학생 해외 연수가 처음 허용됐다. 젊은이들 듣는다면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냐 하겠지만 그땐 돈이 있어도 외국 여행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할 때였다. 외국으로 신혼여행을 갈 수 있게 된 것도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흐른 후였으니 말이다.암튼 난 그때 학보사 편집장이었다. 우린 1학기 내내 대학생 해외 연수가 시기상조임에 대해 수많은 기사를 썼다. 있는 집 자식들과 없는 집 자식들 사이에 위화감이 생길 것이니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논지였다. 우리 신문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대학 신
시계를 정확히 40년 전으로 돌려보자. 많은 국민들이 길었던 유신체제를 벗어나 민주화에 대한 큰 기대를 안고 1980년 새해를 맞이했다. 이른바 ‘서울의 봄’이 우리를 포근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넘쳐 있었다. 그렇지만 개나리·철쭉꽃이 만개하던 춘삼월은 연말에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신군부의 실체를 확인하는 잔인한 계절이 되고 말았다.그렇게 서슬 퍼렇던 제5공화국은 ‘사회정화’라는 요즘의 ‘개혁’이라는 말과 비슷한 전가의 보도같은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했다.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는 한국 사회 곳곳을 정화하기 시작했다.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