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까지 마치고 여유가 생긴 수업시간. 날씨는 더워지고 긴장감은 느슨해지고. 학기말이야말로 교사들이 수업하기에 가장 힘든 시간이다.한 학생이 신문을 가지고 발표하다 ‘6・29선언’과 민주화를 들먹였다. 어떻게 그런 걸 다 아느냐고 물었더니 부모님께 들었다고 했다. 시민들이 쟁취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 아니었느냐고 되려 필자에게 반문했다.광장에 쏟아져 나와 자신들의 생각을 집단으로 표출하고, 그렇게 얻어낸 것이야 말로 값진 민주주의라 믿는 신념은 다시 ‘촛불’로 대를 이을 것이 뻔해 보였다. 그런 생각은 ‘광장에 쏟아져 나온
대학 입시에 대한 뜨거운 논의가 오가더니 결국은 결론도 내지 못한 채 판단유예로 끝나고 말았다. 교육 전문가들도 아닌 시민평가단에 복잡한 선택지를 맡겨 놓더니 예정된 수순으로 가는 모양새다. 네 가지 안이나 만들어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는 듯한 레토릭을 펼치더니 결국은 ‘아몰랑’ 하며 뻗어 버린 것이다. 속내를 모르지 않는다. ‘답정너’겠지!‘답은 정했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는 것일테다. 그럴 바에 국민들의 눈과 귀는 무엇하러 모았는지 모르겠다. 언론 마다 나오는 입시제도 이야기들을 거듭 읽어봐도 시민들이 모였다는 ‘참여단’의 중지
전국이 달아오르고 있다. 길지 않은 장마 탓에 일찍 시작된 폭염. 무더위에 지칠세라 학교도 온종일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풍족하게 쓰고 있는 에너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교과서 단원에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권리’가 등장했다. 그렇지 않아도 가끔 ‘탈원전’에 대한 스피치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있었기에 이참에 설명을 해보자 싶었다.사회실 에어컨을 끄고 학생들을 기다렸다. 교실에서 사회실까지 이동하기만 해도 찜통같은 복도를 지나와야 하는 아이들은 사회실 에어컨을 왜 틀지 않느냐고 원성이 자자했다.“오늘 에어컨 선풍기 없이
태풍이 지나갔다. 남부지방엔 물폭탄이 쏟아졌다. 태풍이 빠져나간 하늘은 청랑하기 이를 데 없고, 오늘 아이들이 신문을 이용해 발표 자료로 가지고 온 내용에는 장마철에 관련된 태풍과 홍수, 가뭄 관련 기사가 들려 있었다.집중호우로 물이 쏟아지는 시기에도,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시기에도 사실 보와 댐은 필요한 것이건만 아이들은 ‘녹조 이야기’를 가져와 교사의 코멘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곧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면, 그래서 갈수기에 증발량이 많고 강수량이 적어지면 하천마다 녹조가 늘어갈 테니 환경단체들의 말처럼 보를 개방하고
선거가 열리는 해는 민주정치의 원리와 법치 그리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 등을 가르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산교육의 장이다. 작년부터 법치가 진통을 겪고 숱한 사람들이 애통해 하던 시간들이 이어지면서도 ‘민주’는 이 사회를 관통하고 있었다."국민이 주인이다!" 이 보다 가슴 뛰게 하는 선언이 있겠는가.민주주의란 ‘국민이 주인인 정치’라고 말하는 아이들. 눈만 뜨면 광장에 쏟아져 나온 국민들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광장정치가 민주주의의 전부라고 인지하기에 이르렀고, 촛불을 치켜든 광장의 ‘혁명’이 시민이 쟁취한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말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세월은 이상하게 바뀌어가고 있다. 시샘 많은 노인네의 용심이 늘어나 듯 못마땅하고 괘씸한 것이 늘어만 가지만 ‘이유 있는 용심’이다. ‘호국보훈’의 달에 현충일의 의미는 희석되고 윤색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북괴의 침입에 희생된 용사들을 기리는 ‘호국’에 ‘독립(반일)’과 ‘민주화’가 시나브로 추가되었다. 그러고도 현충일의 호국보훈은 추모조차 하지 않는다.늘상 이맘 때 쯤이면 호국보훈의 달이니 그 의미를 가르치라는 계기교육의 안내공문도 어찌된 판인지 생략이다.해마다 6
언제부턴가 사물이 착해지고, 개념이 착해지고, 몸매가 착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가격도 착해지길 강요받는 세상이다. 그런 ‘착한’ 시리즈가 커피도 착하게 만들려고 한다. “커피회사들이 수백만 달러를 벌 동안, 농민들은 1Kg당 90원을 법니다.”대기업인 커피회사를 향한 분노에 불을 지르고 원가를 따지도록 충동질하는 문구. 여기에서 착한 무역, 공정무역이 등장한다. 이른바 공정무역이 바로 ‘착한 커피’의 출발점이다.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자기들 가게는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온 커피를 판매하는 착한 가게임을 강조하는 팻말을 종종 보게 된다
작년 1년. 학급의 급훈을 “Freedom is not free.”로 정하고 아이들에게 공짜 없이 사는 방법을 열심히 가르쳤다. 물론 학년이 바뀌었으니 그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져 각자 제 갈 길로 간 것은 물론이다. 1학년의 앳된 테를 벗고 벌써 수학여행도 다녀오고 키가 쑥 자란 아이들을 안교 안 이곳저곳에서 만난다. 교실에서 혹은 복도에서 마주치면 꾸벅 인사도 잘하고 반갑게 맞는 아이들을 보며 유독 작년 한해를 걸쭉하게 보냈던 아이들을 떠올리게 된다.작년 3월에 만나 꼬박 1년 하고 2개월을 보낸 지금, 그 추후가 유독 궁금한 친
학교현장에는 ‘계기교육’이라는 것이 있다. 교육부의 고시에 따르면 ‘계기(契機)교육이란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았던 특정 주제에 대하여 교육할 필요가 있을 때 이루어지는 교육을 총칭하여 사용하는 명칭’이라 되어 있다. 즉 6.25 기념일엔 6.25에 대해, 제헌절엔 법제정에 대한 의미에 대해, 그리고 총선이나 대선 즈음엔 대의정치와 민주정치에 대해 교육하는 것 등을 말한다. 그러한 계기 교육의 지침 덕에 시의적절한 시사적 현안을 적절히 교육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계기교육실시 시 꼭 유념해야할 ‘교육의 중립성’2016년
입시제도는 출렁이고, 표를 의식한 사탕발림은 춤을 춘다. 누가 좌파는 분열로, 우파는 부패로 망한다 했던가. 좌파는 지금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우파는 분열로 처절하게 무너져 내리는 중이다. 지도자를 세우는 일로 세상이 시끄러운 지금. 다른 영역은 알지도 못하고 솔직히 관심도 없으니 눈길은 자꾸 교육 수장을 세우는 일에만 쏠리게 된다. 다들 주워 담기도 힘들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으나 보고 있자하니 가슴이 터질듯하고 답답하여 참고 있을 수가 없다. 특정인을 말하고 싶지도 또 그럴 수도 없는 처지이지만 뱉을 수 없다고 생각조차 없을
교육청이 교사들에게 하달한 '문제투성이' 추천도서목록 중에도 눈길을 끄는 책이 한권 있었다. 「하류지향」이라는 제목의 책은 우치다 타츠로라는 일본 작가의 책. 발간 된지 몇 해 만에 별반 호평을 받지 못하고 절판됐다. 이후 재발간됐고, 저자는 지난해 11월6일 광주시교육청 초청으로 특강을 하기도 했다.● 21세기판 종속이론, ‘하류지향’에 이분법적 사고를 가르쳐라?이 책의 저자는 사회화 과정에서 학생들이 노동주체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배우는 것부터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서 먼저 ‘소비주체’로서 사회화 과정을 익히는 것에
교육청이 교사들의 ‘공동체’를 권장하며 참고도서 목록을 첨부해왔다. 교육청이 말하는 공동체란 일종의 ‘자율 동아리’로, 교사들에게 자기연찬을 위해 스스로 학교 안에서 공동체를 꾸려 연구‧연수를 하라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첨부된 도서목록 내용은 수정도 보완도 없이 그대로 였으며 그 내용을 보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공동체‧행복만 일방적으로 강조한 교육청의 추천도서교육청이 추천한 도서는 교육일반 분야와 교육과정-수업-평가-혁신, 생활교육, 혁신학교 4개의 영역에 총 214권이다.도서 목록은 온통 혁신, 공동체
“남잔 야동보다 뭐다?”“축동!”프로야구시즌일 땐 프로야구가 주관심사인 아이들이지만. ‘축생축사’인 남자아이들에게 교과서에 실린 축구이야기는 금방 공감대를 운동장크기로 확장시킨다. ‘축구’로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절호의 찬스를 얻자 ‘때는 이때다!’로 시작했다.● FC 바르셀로나 vs 레알 마드리드, 교과서 속 축구이야기통합사회교과서 2쪽. 인간, 사회, 환경을 보는 관점으로 시간적, 공간적, 사회적, 윤리적 관점으로 보라는 내용에 ‘축구’ 이야기가 나왔다. 프리 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전쟁
30여 년이 다 돼가는 교직생활. 고백건대 그간 만난 아이들을 모조리 기억하느냐는 질문의 답은 ‘글쎄’다. 30여 년의 세월로 덧입힌 망각은 기억이 조각내 파편으로 만들어버리긴 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아이들을 기억하기도 한다. 이름, 얼굴, 혹은 표정. 또는 아이들의 말버릇 등으로.그 편린들 사이에 또렷하게 가슴 한 켠에 남아있는 두 아이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제 길 찾아가 잘 살고 있는 아이들. 사람을 사람답게 기르는 것이 인성교육이라면 견실한 직업인으로 제 길을 잘 찾아가 살게 하는 교육이야말로 인성교육이 아니겠나 싶다.●‘
교육은 교사와 학습자 그리고 이들의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교육내용,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그 중에서도 교과서는 교육내용을 담고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그 중요한 교과서에 경고등이 켜졌다. 교과서에서 ‘가치있고 바람직한 것들’이 사라지고, 만들어지는 절차도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정권 ‘입맛’에 맞춰 바뀌는 교과서 내용…가치의 실종올해 신학기부터 6학년 초등학생들은 총 213건이 수정된 사회 교과서를 사용한다. ▲'북한은 여전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148페이지)는 문장이 삭제
지난 3월 1일, 헌법재판소는 수능시험 문항의 70%를 EBS와 연계해 출제하는 정책은 '헌법에 부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EBS가 본래의 취지대로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했으며, 사교육비 경감에 기여한 바가 있으므로 수능을 EBS 교재와 70% 연계하여 출제하는 '2018학년도 수능 시행기본계획'은 학생, 학부모, 교사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정이었다. 또 다른 기각 이유로는 공익이 사익보다 중요하므로 개인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EBS가 질 좋은
2018년 올해에도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사회 교과에는 '경쟁'이 실종됐다. 필자는 2009 개정교육과정의 적용을 받는 고2, 고3 사회 교과 중 를 가르치고 있다. '경쟁'은 2007 교육과정에는 적시돼 있다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부터 누락됐다. 굳이 삭제가 아닌 ‘누락’이란 표현을 쓰는 이유는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진 것에 대한 유감 탓이다. 2007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에서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단원에서 ‘경쟁’이 다루어졌다. 그러나 2009 개정교육과정으로 개편되면서 ‘상징적
진도는 다 끝났다. 종업식까지는 두 시간여 남짓 남은 시점. 문제를 풀자고 해도, 지난 단원들을 복습하자고 해도 아이들의 영혼은 가출한 채 도무지 교실로 돌아올 줄을 모른다.해서 교과서와의 연결 단원을 찾아 시청각 교육을 시도하기도 한다. 물론 고3들의 방황은 좀 역사가 길다. 수능시험 이후 더 이상 수업 같은 수업의 진행은 불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학년말 ‘특수상황’이다.이때 실제로 많은 교실에는 영상이 끼어들어온다. ‘e- 지식채널' 등 온갖 영상물이 풀리는 시즌이다. EBS가 제작한 영상물이 교실 안에 들어온 지는 꽤
이승만이 그렇듯 박정희 역시 역사에서 가장 엇갈리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엇갈리는 평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방학 중 의미 있는 자기연찬을 해보려고 찾은 공부가 ‘박정희 바로알기’였다. ●독재자? 그렇게만 볼 수 없다 박정희를 독재자로 부르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은 당시의 ‘역사적 맥락’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의 중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자면 이런 것이었다.“공도 있고 과도 있다는 식의 평가는 사실 쓸모없는 평가다. 어떤 역사적 인물인들 그렇지 않겠는가. 그것은 ‘모든’인간의 공통된 보편일 뿐이다. 역사
1월 25일 건국대학교에서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제 2차 대입정책 포럼이 열렸다고 한다.급격한 사회변화와 미래의 인간형을 염두에 두고 2022학년도 대입수능 개편이 논의되었으며, 이를 위해 수시와 정시 전형 통합 가능성이 제시되었고 학생부 종합 전형, 수시 II에서 논술 전형을 실시하는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었다.이 날 제기된 토의 내용 중 대학별 고사 혹은 논술전형이 사교육을 가열시킬 뿐이며 미래형 인간형의 양성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는 물음이 있었다. 따라서 그 물음과 그와 관련된 교육 현안 몇 가지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수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