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대학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1년간 도쿄에 체류한 적이 있다. 평소 일본에 대해 궁금한 것 중 하나는 왜 일본은 미국에 그토록 고분고분하거나 때론 비굴한 태도를 보일까 하는 점이었다. 최근 3연임에 성공해 일본 정계에서 최장수 총리를 예약한 아베 신조 총리는 외국 언론으로부터 ‘트럼프의 충실한 조수’, 심지어 ‘미국의 애완견’이라는 조롱 섞인 평가를 받는다. 그는 미국의 요구를 전폭 수용하거나 선제적으로 미국의 입맛에 맞는 조치들을 취하곤 한다. 지난달 26일 뉴욕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겠다고 밝
서민을 위한다는 좌파 경제정책이 소득 양극화를 줄이기는커녕 더 심화시켜 가난한 사람들을 울리는 역설을 우리는 요즘 체험 중이다. 똑같은 양상이 벌어지는데도 다수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지나쳐버리는 분야가 있다. 좌파 교육정책이다.전국 17개 교육청 가운데 14곳의 교육 권력을 차지한 좌파 교육감들의 트레이드마크가 혁신 학교다.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경기도교육감 시절에 혁신 학교 근처의 아파트 전세 값이 다른 곳보다 높다고 자랑한 적 있다. 젊은 학부모들이 혁신 학교라는 이름만 보고 솔깃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혁신 학교는
다시 8.15를 맞는다. 1945년부터 3년간의 해방 공간에서 탄생한 여러 기록물 가운데 김구의 ‘나의 소원’은 지금도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새로 만들어지는 우리나라에서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역설해 흔히 김구의 ‘문화강국론’으로 불린다. 이 글의 핵심 부분을 되짚어 보자.‘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富强)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 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
현 정부 들어 ‘공론화 결정’이란 것이 새로 등장했다. 시민들을 1박2일이나 2박3일 합숙시키면서 정부 정책에 대해 찬성과 반대 주장을 들려준 뒤 표결에 부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사를 중단하느냐 계속하느냐를 놓고 처음 공론화위원회가 가동됐다. 대학입시 제도를 바꾸는 일도 다음 달 공론화를 통해 결론내기로 했다. 최근에는 교육부가 초중고 학생생활기록부를 개선하겠다며 시민 100명을 동원한 바 있다.이런 식의 정책 결정은 누가 뭐라고 미화(美化)해도 정부의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정부가 의도하는 방향대로
6.13 지방선거가 있기 직전 어느 신문에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 교수의 인터뷰가 실렸다. 우파와 좌파의 갈등 문제를 연구해온 그의 언급 중에서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는가보다 무엇을 증오하는가에 기반해 투표를 한다”는 말에 눈길이 갔다. 선거가 끝나고 보니 딱 맞아떨어지는 탁월한 예측이었다.이번 지방선거가 자유한국당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 결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시도지사와 기초단체장 자리는 물론 지방의회까지 압승을 거뒀다. 지방행정을 감시해야 할 광역의회의 경우 서울 경기 인
좌파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전성시대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년,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 참여연대 출신들이 즐비하다.시민들이 시민단체를 신뢰하고 지지하는 것은 시민운동가들이 정치적 욕심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시민의 편에서 일할 때다. 문재인 정부로부터 높은 자리를 제의받은 참여연대 관계자 중 몇 명이라도 “시민단체와 정부는 서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정중하게 거절하는 사람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정반대로 몇몇 참여연대 출신들은 사퇴 여론에 직면한 뒤에도 “인사청문회에서 평가해 달라”(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거나 “
네이버가 뉴스 배치 조작을 스스로 인정한 것은 그동안 딱 한번 있었다. 지난해 10월 프로축구연맹 관계자와 네이버 고위층 사이에 ‘검은 거래’가 오갔던 사실이 문자메시지로 드러나자 꼼짝 없이 한성숙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자세한 경위는 이렇다. K리그를 주관하는 프로축구연맹에 비판적인 기사가 네이버에 게재되자 프로축구연맹 관계자가 네이버 고위층에게 청탁 전화를 한 다음 추가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휴일에 전화 드려 죄송합니다. 제가 K리그의 기사와 관련한 부탁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문자를 보낸
요즘 좌파들의 잔칫집 분위기로 봐서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지만 2009년 좌파 진영은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었다. 2007년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정동영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530만 표의 큰 차이로 패배했다. 이듬해인 2008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얻은 의석은 81석에 그쳤다. 지방선거 등 선거마다 참패였다. 이 때 좌파 진영을 고무시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2009년 4월 치러진 경기도교육감 직선(直選) 선거에서 김상곤 후보(현 교육부 장관)의 당선이었다.이 당선을 계기로 좌파 진영은 각종 공직선거에서 대반전을 이룬
6.13 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이 또 다시 유권자들의 선택을 기다려야 할 시점에 와 있으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쪽의 분위기는 밝지 못하다. 우파 세력이 재기를 꿈꾸고 있다면 이번 선거에서 기필코 승리를 거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서울시장 선거다.서울은 좌파 여당의 텃밭이 되어 버렸다. 서울 지역에 배정된 국회의원 47석 가운데 72%인 34석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정세균 국회의장 포함)이다. 25명의 구청장 중에 자유한국당 소속은 5명에 불과하다. 서울의 정치적 선출직 자리를 여당에 거의 몰아주다시피 한 셈이
‘자유’ ‘6 25 남침’ ‘북한 세습’ 등을 삭제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주목해볼 것이 또 하나 있다. 꼭 70년 전인 1948년 7월17일 공포된 제헌헌법에 대한 집필기준이다. 지난달 공개된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기준 시안에는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항목이 있고 첫머리에 ‘제헌헌법이 지향한 민주공화국이라는 틀과 내용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헌법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고 나와 있다. ‘중학교 역사’ 초안에도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월 2일 서울 현충원을 찾아가 방명록에 ‘국민이
중국은 한국에게 갈수록 힘들고 벅찬 상대가 될 게 분명하다. 한중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우리 사회의 고심도 그만큼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 내 시각은 경제 사드 북핵 등 구체적인 사안에 집중되어 있었다. 좀 더 크게는 미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G2 대결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범위를 넓혀서 역사적 차원에서 중국을 되돌아보면 새로운 길이 보일 수 있다.거대한 영토를 지닌 중국은 끊임없는 내분을 겪었다. 지배 세력의 힘이 떨어지거나 허점이 생기면 각지에서 반란 세력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분열은 통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