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51)는 최근 한국 사법부의 좌경화와 반(反)법치주의 움직임에 종종 올곧은 쓴 소리를 하는 몇 안 되는 현직 판사 중 한 명이다. 올해 2월에는 ‘김명수 체제’의 대법원이 소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세 번째 특별조사단을 구성한다고 밝히자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특별조사단이 사법부 내에 사찰 분위기를 조성하지는 않기를 희망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사법 권력을 장악해 기세가 등등한 김명수 대법원장 이하 신주류(新主流) 세력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판사일 것이다.김태규 부장판사가 이달
일본 역사에서 무사(武士) 정권이라고 하면 흔히 가마쿠라 막부, 무로마치 막부, 에도 막부를 일컫는다. 가마쿠라 막부는 1185년, 무로마치 막부는 1336년, 에도 막부는 1603년에 각각 수립됐다. 가마쿠라 막부는 미나모토 요리토모(源賴朝), 무로마치 막부는 아시카가 다카우지(足利尊氏), 에도 막부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막을 열었다.하지만 미나모토 요리토모에 앞서 무장(武將) 출신으로 가장 먼저 권력을 잡은 사람은 다이라 기요모리(平淸盛)였다. 그는 막부를 따로 개설하지는 않았지만 귀족들이 독점해오던 조정의 최고 관직
지난 6월 29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LG그룹 총수에 오른 구광모 신임 대표이사 회장은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인 중 드물게 폭넓은 사회적 존경을 받던 부친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의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불과 40세의 나이에 구인회-구자경-구본무 회장에 이어 한국의 간판 기업 중 하나인 LG호(號)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중압감도 적지 않을 것이다. 두산그룹의 박정원 회장이 2년 전 ‘4세 경영’을 시작했지만 10대 그룹 가운데 ‘4세대 총수’는 구광모 회장이 처음
펜앤드마이크(PenN) 창간 다음날인 올해 1월 3일 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그 칼럼은 흔히 ‘경제 기적’이라는 말이 붙는 독일 일본 중국과 비교해도 20세기 후반 한국의 경제적 성취는 불가능에 가까운 진정한 경제 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개인이 자살하는 것은 봤어도 국가가 자살로 가는 것은 한국에서 처음 보는 것 같다”는 말을 소개하면서 지금 한국은 어렵게 만들어낸 소중한 성취를 물거품으로 돌리고 ‘국가적 자살’로 가려고 작정이나 한 것인가라고 우려했다.비슷한 견해는 다른 지식
전직(前職) 공공기관 임원인 김 모 씨는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겸한 모임을 가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현 시국과 6.13 지방선거가 화제에 올랐다. 대부분 묵묵히 자기 길을 걷다 현역에서 은퇴한 시민이어서 요즘 나라 돌아가는 모습을 걱정하는 대화가 많았다고 한다. 그날 모임에서는 상당수 우파 성향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 관심이 낮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 정도 재력을 갖춘 사람 중에는 여차하면 미국이나 호주로 이민을 떠나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어지럽게
10년 전 이맘때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서울 도심은 주말마다 몸살을 앓았다. 2008년 2월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그해 4월 18일 미국 정부와 쇠고기 수입 재개협상을 타결한 직후인 4월 29일 MBC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란 제목의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상당부분 제작진의 의도적 왜곡이 포함된 함량미달 프로그램으로 나중에 밝혀졌지만 국민의 불안감과 공포를 극대화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포털 게시판 등을 통해 ‘광우병 괴담’은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2007년 12월 대선과 이듬해 4월 총선 패
나는 자유한국당의 이른바 ‘복당파 의원’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극히 비판적이다. 지난 ‘탄핵 정변’ 때 거짓과 선동에 휘둘려 자당(自黨) 소속 현직 대통령을 임기 도중 쫓아내는데 적극 가담했고,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달아났다가 세(勢)불리를 느껴 공개 사과도 않고 슬그머니 복당한 행태를 아무리 생각해도 좋게 볼 순 없다. 복당파의 한 명인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최근 대여(對與)투쟁의 목소리를 높이고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노숙투쟁에 들어갔을 때도 ‘취지와 행동’에는 공감하면서도 썩 미덥진
소니의 공동 창업자로 1999년 타계한 모리타 아키오는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인 중 한 명이다. 지금도 일본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소이치로에 이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의 경제부흥을 상징하는 영향력 있는 기업인이었다. 소니의 국제화에 앞장섰고 1980년대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워크맨 신화(神話)’의 주역이기도 했다.그런 모리타가 생전에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놓은 ‘돌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미래의 기업은 조국의 열망에 따르기를 거부하고 이윤이 가장 크고 규제는 가장 적은 곳으로 이동
정상적인 판단력과 지력(知力)을 갖추고 대한민국 체제를 아끼는 자유우파 성향 한국인에게 지난 1년 반은 분노와 절망의 시간이었다. 명색이 세계 10위에 가까운 경제력을 자부해온 한국 각 분야의 전반적인 수준이 이런 정도로 형편없는지를 절감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10월 이른바 ‘탄핵 정변'이 본격화한 뒤 드러난 정치권 검찰 법원 언론의 민낯을 돌이켜보면 후진국도 이런 후진국이 없었다. 일종의 사회적 광기(狂氣)가 우리 사회를 상당기간 지배했다. 시간이 흐르고 허위와 과장의 커튼이 걷히면서 한때 ‘박
일요일인 18일 펜앤드마이크(PenN)에는 미국 조지메이슨대 윤용준 교수의 특별기고문 ‘악몽처럼 읽은 책 이야기’가 실렸다. 미국 예일대 역사학 교수인 티모시 스나이더의 저서 ‘포악한 정치: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현재 한국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한 글이었다. 윤 교수가 PenN 객원 칼럼니스트인 김행범 부산대 교수를 통해 보내온 원고로 상당히 긴 글이지만 시사하는 내용이 많아 게재를 결정했다.재미(在美) 학자인 윤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히틀러의 나치 독일과 스탈린의 소련 공산주의
2010년을 전후(前後)해 일본에서는 한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한국의 급격한 부상(浮上)에 대한 관심과 위기의식이 높았다. 그해 3월 일본 경제단체 초청으로 필자가 다른 한국 언론인 몇 명과 함께 방일했을 때 만난 일본 경제계 인사들은 일본의 무력감과 좌절감을 털어놓으며 한국 정부와 기업의 ‘활약’에 대해 우리 일행이 민망할 정도로 찬사를 늘어놓았다. 일본인 특유의 겸양과 예의도 섞여 있었겠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과 2009년 일본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렀다. 2010년 성
노무현 정부 시절 나는 몸담고 있던 신문사 경제부장 등으로 일하면서 집권세력의 독선과 오만, 무능과 위선을 지적하는 칼럼을 종종 썼다. 후배기자들이 발로 뛰어 취재해온 내용을 토대로 좌파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이 미칠 폐해와 위험성을 경고하는 기사도 많이 내보냈다. 최악의 거짓과 선동 보도가 홍수처럼 쏟아져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던 무기력한 박근혜 정부와 달리 당시 정권은 자신들의 입맛에 안 맞는 기사는 조금의 허점만 있어도 꼬투리를 잡아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나 고소, 고발을 남발하던 때였다.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가 나가는 날은 트
1980년대 초 한국에서는 ‘정의(正義)’라는 구호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국정 목표로 ‘정의사회 구현’을 내걸었다. 관공서나 경찰서 앞에도 큼지막한 글씨로 써놓은 서슬퍼런 권력의 국정 슬로건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신군부가 급조한 여당의 이름은 민주정의당이었다. 1981년 대학에 입학한 필자는 당시 ‘정의사회 구현’이란 슬로건을 접할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정권의 태생적, 절차적 정통성마저 의심스러운 권력이 다른 단어도 아니고 ‘정의’를 운운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이 생겼다. 이 같은 국정 목표
지금은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고 있지만 아득한 옛날 오랫동안 세계에 군림한 주역은 공룡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2억3000만 년 전인 중생대 트라이아스기(期) 말엽에 지구에 나타나 쥐라기와 백악기에 전성시대를 이루다가 백악기 말엽에 갑자기 멸종된 대형 파충류였다. 1억5000만 년 동안이나 ‘지구의 주인’이었던 공룡이 한 순간에 사라진 원인을 둘러싸고는 여러 학설이 있지만 외계에서 날아온 대형 운석이 지구에 충돌한 영향이라는 것이 유력한 설로 굳어지고 있다. 공룡이 계속 남아있었다면 인류가 오늘날처럼 ‘만물의 영장’ 행세를 하기는 불
언론사에 오래 몸담았다가 몇 년 전 퇴직한 뒤 평온한 인생 후반부를 보내고 있는 분을 지난 연말 만났다. 필자가 새로 둥지를 튼 PenN(펜앤) 창간 소식을 듣고 격려해주기 위해 고맙게도 연락을 주셨다.이제 70대에 접어든 그 선배는 요즘 어린 손주 두 명을 보면서 사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있다고 했다. ‘꼬맹이들’ 이야기를 할 때면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인생을 살면서 희로애락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지금처럼 큰 기쁨을 느낀 적은 드물었다고 했다. “그런데 말이야. 최근 들어 잠든 손주들의 귀여운 얼굴을 보면서 흐뭇해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