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지난 수년간의 정치로 인한 심신의 피곤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인생의 소중한 시기에 유튜브의 정치 콘텐츠에 몰두하였고, 인터넷상의 정치 논쟁의 참여하거나, 정당이나 시민단체의 집회 참여 및 정치 후원 등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다.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갖는 허탈함은 생각하는 방향으로의 목적이 이루어졌는지, 바른 선택이었는지, 자신의 선택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과연 올바른 것이었는지에 대해서 자신하거나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많은 시간 소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확실한 정치 상황이 앞에 놓여있다.결과
지난 17일이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갓 출범한 정부에 대해서는 넉넉한 평가를 하는 관행이 있다. 이를 하니 문(honey moon) 이라고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는 하니 문이 없었다.‘한국경제신문’은 윤정부 출범 100일을 앞두고 ‘오피니언 리더 100인’ 설문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지난 15일 공개했다. 100인의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매체가 경제신문이기에 경제학교수, 관료, 연구소 등 민간전문가 풀(pool)로 짐작된다.설문조사 결과는 참담하다. 윤대통령 ‘국정수행능력’ 종합평가를 보면 ‘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하라는 우리 속담대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을 보면 어릴 때 고생한 사람이 많다. 특히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으나 어릴 때 거지나 다름없는 삶을 살았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긴장된 삶은 산사람들이 있다.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경험을 한 사람들로 그들이 종종 위대한 업적을 남기곤 한다. 페데리코 2세(이태리어.독일어 프리드리히)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다. 3살 때 부친이 죽고 4살 때 어머니를 여의었다. 불쌍해서 팔레르모 사람들이 음식을 주기도 했다한다. 황족의 피를 타고 났으나 보잘것 없었던 어린 시
가끔 글감이 떨어져 난감할 때가 있다. 시의성과 얼추 맞아떨어지는 칼럼을 쓸 때 더 그렇다. 사건은 알아서 때 맞춰 터지지 않고 뒷북처럼 시시한 글도 없다. 믿는 게 있다. 국힘당 관련 뉴스를 들춰보면 쓸 게 반드시, 꼭 한 두 개는 나온다. 그것도 대부분 코믹한 내용이어서 쓰면서도 독자들과 재미를 나눈다고 생각하면 매우 즐겁다. 항상 웃긴 것은 아니다. 가끔 그 당 의원들은 끔찍한 발언을 하신다.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따위가 그런 건데 아이 씨 만지긴 어딜 만져!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그냥 댁의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을 보면 동체가 공연히 거추장스러운 날개를 달고 힘들게 올라가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착시일 뿐이다. 실제로는 날개가 양력을 발생시켜 동체를 들어 올린다. 비행기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면 발아래 풍광을 가로막는 날개가 성가시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다시 생각하면 그게 아니다. 날개가 공연히 시야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날개가 있어서 비행이 가능하다. 동체에는 식사와 영화를 즐길 편안한 공간이 있지만 날개는 양력을 발생시키기 위해 혹한의 찬 공기와 부딪쳐야 한다. 세상에는 동체 안에서 편안하게 사는 사람도 있고 날개
타이완이 사상 최대 규모의 동남아 인신매매사건으로 온나라가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등 여러나라를 배경으로 하는데다 피해자가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전례없는 엽기사건이기 때문이다. 어림잡아 올 한해 동안 매달 평균 1000명씩 동남아에 취업하러 출국하는데 반해 고향으로 돌아온 이는 100명 정도에 불과했다. 정확한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인원이 소리소문없이 해외에서 연락이 두절됐다. 사건의 윤곽인 지금 막 드러나고 있지만 규모가 워낙 방대해 전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8월 16일자
장자(莊子)는 “오리 다리가 짧다고 늘리지 말고,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라“ 고 했다. 비슷한 내용이 그리스 신화에도 나온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누이고는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여서 죽였다고 한다. 강제적 획일주의를 비판하는 말들이다.2021년 사학운영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사학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권을 보장하여 사학의 발전을 도와주는 법이지만 사학 통제법으로 전락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도 어느덧 100일이 흘러갔다. 이른바 허니문 기간이 지나간 것이다. 허니문 기간이란 용어는 새로 집권한 정부와 선거에서 패배한 야당이 자리 잡을 때까지 정쟁을 최소화하겠다는 일종의 휴전 기간이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윤석열 정부에게 허니문은 아예 없었다.집권한 정부는 국민들에게 확실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허둥거렸고, 여당은 선거에서 승리한 것이 맞나 싶게 자중지란에 빠져버렸다. 그렇다고 야당이 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온갖 비리와 불법 의혹을 받고있는 이재명 후보 살리기와 윤석열 정부 트집
미남왕 필립4세,오늘날 프랑스 만들어필립4세는 큰 키에 금발이 빛이났고, 피부가 곱고 얼굴이 아주 아름다워 미남왕으로 불렸다. 국민국가를 확실히 다져 오늘의 프랑스를 만든 인물이 잘생기기까지 했다니 신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그의 평판이 썩 좋지 않아 신은 역시 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의 이상은 높았는데 귀족과 성직자 모두를 왕의 직접적인 통제에 두는 중앙집권을 완성하고, 산업기반을 농업에서 상업과 제조업으로 전환하며 프랑스 국경을 피레네 산맥과 라인강까지 확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이상은 거의 다 달성되
1. 새 정부 출범 100일의 의미이번 8월17일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는 날이다. 5년의 임기 중에서 100일은 큰 비중이 아닐 수 있지만, 첫 100일의 의미는 특별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정권이 교체되고 새 대통령이 취임하여 새로운 대한민국을 어떻게 구상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첫 100일이 남은 1,700여 일의 국정운영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첫 100일은 역대 다른 정부에 비해 훨씬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진행되었다. 대선 결과의 근소한 차이
윤석열 대통령은 5월 10일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선언하면서 취임했다. 그러면서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7월 26일에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국정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올해 8월이면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만 30년이 된다. 한중수교가 30년이 된 지금, 양국관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물어보고 큰 매듭을 지을 때가 되었다. 양국은 수교한 이래 30년 동안 서로에 대한 인식과 실제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양국관계가 건강하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국관계에 대한 이러한 우려는 한국의 중국에 대한 선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한국에 대해 강압적으로 대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려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양국 국력의 비대칭이라는 구조적
진보=좌파, 보수=우파라는 명제가 일종의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우파 인사들 중에서도 좌파들을 가리켜 ‘진보 진영’이라고 불러주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좌파가 진보의 가치를 독점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심지어 지금 좌파들의 행보를 보면 진보의 가치관에 가장 적대적이라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한때 좌파가 진보와 동일시되던 것은 진보가 의미하던 것이 비교적 명료하던 시대에 좌파가 가장 비타협적으로 그 가치를 위해 투쟁한다는 의미였다.지금은 진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분명치 않다. 한때 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이 진보적 가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탈환하였으나 순례자들이 안심하고 여행하기에는 여전히 위험했다. 이에 1119년, 프랑스의 기사 위그 드 파앵이 순례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도회 설립을 제안했고, 예루살렘왕이 왕궁의 한 개 동을 내주고 수도회 본부로 삼게 했다. 수도회 이름은 "그리스도와 솔로몬 성전의 가난한 전사들"로서 그 수도사들을 "성전기사단"이라 부르게 되었다. 흰 바탕에 붉은 십자가가 그려진 망토를 걸친 성전기사단은 십자군 전쟁 때 기독교 측의 가장 숙련된 전투병력이었다. 창설 당시 기사단은 대단히 궁핍했다. 기사 두 명이 말 한 마리에
#. 정조대왕 함의 탄생지난 7월 27일, 우리 해군은 네 번째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DDG-995)을 진수했다. 1902년 고종 시절, 지어진 지 22년이 넘은 고물 석탄 운반선 갑판에 소구경 함포 몇 문 달아놓은 것을 순양함이라고 속아서 구입한 지 120년 만의 쾌거다. 고종이 ‘양무호(揚武號)’라 명명한 이 배를 도입한 이유는 자기의 즉위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기념식 때 외국 사절을 위한 예포 발사용이었다고 한다. 이번에 진수된 이지스함은 양무호와는 차원이 완연히 다르다. 가격이 척당 무려 1조 3,000억 원으로 길이 1
2016년에 제작된 ‘아메리카 패스토럴’이라는 영화가 있다. ‘패스토럴(pastoral)’은 ‘목가, 목회’라는 뜻으로, 1960년대의 ‘아메리카 드림’을 완곡하게 비트는 제목이라 할 수 있다. 부잣집 아들에 고교 시절부터 스포츠 스타였고 뛰어난 외모와 따뜻한 성품을 가진 남자 주인공. 미스 뉴저지 출신의 아름다운 여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메리라는 사랑스러운 외동딸을 얻는다. 이들은 한동안 정말 남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다니던 딸 메리가 반정부 단체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이 가정에 불행의 그늘이 드
2019년 11월 7일 판문점에서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 저항하는 귀순 어부 2명을 강제로 북한 땅으로 돌려보낸 것은 용서 못 할 범죄다. 관여했던 안보실장이나 통일부 장관이 그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거짓 해명했다. 귀순 어부들을 “희대의 엽기적 살인마들”이라고 했다. 죽음의 구덩이로 처넣은 문재인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야말로 “희대의 엽기적 살인마들”이다. 북한과 살인을 공모한 흉악범이다. 7월 25일 오후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탈북민 대표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문재인 정권이 벼랑 끝
결론부터 말씀드리고 싶다.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라 호칭하는것이 정녕 부끄럽지 아니한가. 대체 왜 희대의 독재자 이름을 존칭어까지 붙여가며 불러주어야 하는가.김춘수 시인은 ‘꽃’이라는 시에서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것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독재자를 위원장이라 부르면 진짜 위원장처럼 보인다.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된 것’처럼 말이다.지난 문재인 정권 시기 남북정상회담 '쇼'는 한마디로 극적인 연출이었다. 사상 최악의 독재자인 김정은
서울시의회가 발의한 TBS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하는 조례안은 TBS가 서울시민의 공영미디어로 거듭나도록 논의를 활발하게 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현재 TBS는 프로그램 등의 불공정방송으로 TBS의 정체성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가히 ‘TBS 사태’라 할 만하다. TBS 사태는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지만, TBS 관계자 누구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시의회가 TBS를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제외하는 극약처방(?)을 내놓자 TBS 종사자들부터 조례안 철회를 요청하고,
유대인에게 바빌론 유수가 있었다면 카톨릭에는 아비뇽 유수가 있었다. 유대인들은 전쟁에 져서 포로로 바빌론에 끌려갔지만, 아비뇽 유수는 교황이 스스로 선택한 귀양살이였다.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되었는지 그 과정이 흥미롭고,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보니파키우스 8세가 필립 4세와의 정쟁에서 패배하여 선종한 후, 베네딕토 11세가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새 교황은 사건의 몸통인 필립 4세를 파문하지는 못했지만, 보니파키우스 8세를 직접 공격하고 행패를 부려 죽음에 이르게 한 프랑스 재상 노가레 등 관련자 13명을 파문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