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왜 저러나 싶었다.어디 달나라에서들 오셨나? 아니면 무슨 남다른 비술이나 도술이라도 닦으셨나?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난데없이 짠, 하고 나타나더니 어느 순간부터 남북한을 오가며 벌이는 두 집단의 어지러운 술수에 새삼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무슨 꿍꿍이가 있으려나? 이번엔 무슨 일로 두 집단의 이익이 맞아떨어졌을까?인민의 피땀과 국민의 혈세를 아낌없이 뿌리며 예술단이 오가고, 특사와 밀사가 왕래하고, 공식 만찬에, 환영 행사에, 심지어 양국 책임자가 판문점 까지 해가면서 저희들끼리만 전례 없이 요란을
서두에 분명히 밝혀두거니와 환란의 시작은 대통령과 정부였다.중국 지도자의 방한에 정신이 팔린 그네들의 과욕과 오판이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 19 변종 살인 바이러스의 유입을 차단하지 않았고, 그렇게 국경을 넘은 바이러스는 본래의 특성에 따라 한국 사회에 안착, 착근한 뒤 일정한 속도와 규모로 연일 맹위를 떨치며 전파, 확산되고 있다.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사회는 마비되고 경제는 파탄이 났으며 국가는 존망의 위기에 서 있다.매일이 피를 말리는 사투의 연속이다. 날벼락이 따로 없고 생지옥이 따로 없다. 거의 모든 국민이 생업이 결딴나
기다리던 봄이 왔다. 사계절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계절은 봄일 것이다.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맞는 봄은 평균 연령으로 따졌을 때 팔, 구 십 개, 채 백 개가 되지 않지만 계절 변화가 극심한 이 척박한 기후에서 그 봄이 없다면 생은 누구에게나 삭막한 지옥일지 모른다. 봄 없는 겨울을 무슨 수로 견디랴. 겨울은 간절히 봄을 기다리는 계절, 그래서 팔, 구 십 개의 봄을 맞이할 때마다 인생은 항상 새롭고 벅차고 설레는 것이리라.봄을 기다리는 마음엔 잘난 사람 못난 사람이 없다. 남녀노소도 없고 지위고하나 부귀빈천도 없다.
오는 3월부터 의 야심작인 일본 여행을 시작한다. 많은 사람이 지금 이런 형국에 일본 여행을 어떻게 하려느냐며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묻는다.과연 일본 여행, 어렵다.우선은 비행기 잡기부터 쉽지 않다. 항공편이 턱없이 줄고 그나마도 백제 유적인 ‘난고손(南向村)’이 있는 가고시마 쪽은 아예 불통이 돼버렸다. 한일 양국의 민심도 그만큼 멀어졌을까?나는 그래서 더 가려고 한다. 그러니까 더 가야 한다. 절반 수준이니까, 아예 불통이니까 어렵지만 한번 해보려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에게도, 일본에게도 기대할 새로운 미래가 있지
다가오는 봄부터 가야 여행을 하려고 현지 답사에 나섰다.김해와 함안을 거쳐 찾은 창녕 가야박물관 맞은편엔 기계와 장비를 동원한 무덤 발굴 작업이 한창이었다. 몇 군데 가야 유적지들을 거치며 나는 이 정부의 국책사업 중 하나라는 이른바 이 현장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발현되는지 확실하게 그 온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가야사는 해당 지역 박물관과 고분군 등지에서 기존의 신라사나 백제사보다 어떤 면에서 훨씬 더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복원(?)되고 있었다. 이쯤 되면 가히 열풍이라고 부를 만했다.박물관을 돌아보고 나오는데 버스 한
20여 년 전, 중국 지도자 등소평의 유언이 세간에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파란만장한 권력 암투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마침내 중국 최고 권력자가 된 사람, 말 한마디로 천하를 호령한 절대 권력자. 그런 사람이 백년 가까이 천수를 누린 끝에 검소한 장례를 부탁하면서 화장한 뼈를 바다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기자 대중들은 크게 감동했다.사람은 누구나 죽으면 한 줌 재로 돌아간다. 이 만고불변의 진리를 우리는 평소 잊고 살아간다. 심지어 죽어서까지 억만금을 들여 호사스러운 명당을 짓고, 온갖 진귀한 석물로 무덤을 치장하려는 수많은
89년에 소설가로 등단해 지난 30년간 전업 작가로 글을 쓰고 살면서 나는 단 한 번도 문인에게 주는 나랏돈을 받지 않았다. 오늘 이 시간까지 문인으로서 정부나 기관의 그 어떤 혜택도 받은 사실이 없다.정부에서 주는 돈이 필요 없을 만큼 잘살아서 그런가?천만에다. 나는 세상이 다 아는 무일푼이다. 게다가 10년간 10권짜리 대하소설에 매달리면서 사정은 최악으로 내몰렸다. 그 10년 동안 돈을 번 건 딱 두 차례, 하나는 신동아에 이란 신년 부록으로 1,500매가 넘는 원고를 써주고 받은 특별 원고료와 연재소설 원고료, 모
내달 계획 중인 김용삼 대기자의 프로젝트 답사차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 정오가 조금 지나 도착한 생가 입구에 싸리비를 든 관리인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을 쓸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본 첫인상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건물이며 주차장, 관리소와 꾸며놓은 기념관의 모습들이 몹시도 소박했다. 약간 뜻밖이지만 왠지 그래야 박정희란 이름에 걸맞은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얼마 전엔 춘천과 화천의 한국전쟁 격전지도 답사한 터라 더욱 소회가 색달랐다.주차장
지난 주말, 펜앤투어 여행객을 인솔해 다시 경주를 찾았다. 프로모션을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여행에 접어든다. 펜앤투어는 특급호텔에서 자고, 좋은 음식을 먹고, 출고한 지 두어 달밖에 안 된 최신 최고급 리무진 버스를 타고 다닌다. 마치 이동하는 호텔 같다. 그래서인지 다소 빡빡하게 짠 스케줄이 별로 피곤하지 않다. 그러면서 제도권 교육이 잘못 꿰어놓은 첫 단추, 고대사와 삼국사의 엉터리 사관을 교정하고, 유적과 기록에 나오는 현장을 찾아 열심히 공부하고 다닌다. 천하에 없는 오감 호강 프로젝트다.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태종무열왕
백제 권역을 여행하는 많은 사람이 낙화암이 있는 부여 부소산성을 찾는다. 그곳에는 백제의 마지막 흔적, 의자왕과 3천 궁녀의 전설이 있다. 부소산에 가면 늘 사람들은 묻는다. 의자왕에겐 정말 3천 궁녀가 있었나요?글쎄, 의자왕 시대에 정말 3천 궁녀가 있었을까? 그 궁녀들이 정말 모두 의자왕의 비빈이었을까? 그리고 마지막에 진짜 3천이나 되는 궁녀가 전부 다 낙화암 벼랑에서 강물로 떨어져 꽃다운 생명을 마감했을까?이런 부정적이고 서글픈 의문들을 끊임없이 반복 재생산하는 백제 역사는 그야말로 유감천만이다.다른 좋은 일도 많은데 왜 하
여행객을 인솔해서 역사기행을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역사를 무척 알고 싶어 하는데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자료가 제도권에 너무도 부족하다는 걸 깨닫는다. 심지어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사람조차도 역사를 알고 싶다고 말한다.역사란 무엇인가?누군가는 읽은 책을 말하고, 누군가는 연표를 외고, 최근에 본 드라마 내용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동명의 우리 시대 필독서 저자인 ‘에드워드 카’의 주장처럼 ‘과거와 현재의 끝없는 대화’라고 학구적 정의를 내리기도 한다.쉽게 말해 역사란 유적과 이야기다. 역사를 인수분해하면 유적과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