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변이 본격화한 2016년 10월부터 그해 12월까지 석 달간은 32년 넘는 언론계 생활 중 개인적으로 가장 고통스런 시간들이었다. 10월 하순 ‘손석희 JTBC’가 이른바 태블릿 PC보도를 통해 최순실(개명 후 이름 최서원)이 박근혜 정부의 전반적인 국정(國政)을 모두 쥐락펴락한다는 식의 선동적 뉴스를 쏟아내고 거의 전 언론이 이 프레임에 갇혀 매일 마녀사냥식 광기(狂氣)와 말도 안 되는 촛불시위 인원 부풀리기에 빠져 있던 시점이었다. 극좌 운동권의 찌라시 성격 대자보와 그리 다르지 않은 몇몇 매체들이야
1980년대 초반 한국은 정치적 암흑기였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후의 정국 혼란을 틈타 권력을 잡은 전두환 신군부 정권의 철권통치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주요 정치인들은 모두 정치활동 규제에 묶였다. 정당들은 급조된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과 새 권력자들이 허용한 민주한국당 한국국민당 등 투쟁성을 상실한 ‘관제 야당들’로 재편됐다. 언론은 보도통제에 꽁꽁 묶여 신문과 방송만 봐서는 세상을 제대로 읽기 어려웠다. 대학가에는 경찰이 상시 출입해 감시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던 때였다.
문재인 정권 사람들은 ‘촛불혁명’이란 말을 즐겨 쓴다. 문 대통령은 집권 후 국내는 물론 해외에 나가서도 걸핏하면 “우리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고 자랑했다. 합법적으로 출범한 정부를 가짜뉴스와 선동, 군중의 힘으로 임기 도중 쫓아낸 것이 정상적인 외국인들의 눈에는 자랑거리가 아니라 부끄러운 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는 듯하다. 5공화국 이후 최장수 국무총리 기록을 경신하는 이낙연 총리도 이 정권 초반부에는 종종 ‘촛불’을 들먹였다. 이 총리는 명문고와 명문대로 꼽히는 광주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잘 나가던 시
문재인 대통령이 불법과 비리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조국 법무장관을 노골적으로 감싸면서 조국 일가(一家)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아무리 국정운영능력이 떨어지고 온갖 문제가 많은 대통령이지만 그래도 대통령이란 점을 감안해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글을 쓸 때는 기본적인 예우를 갖췄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그럴 수 없다. 도대체 명색이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문재인은 지금 제 정신인가?문 대통령은 27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대독(代讀)하고 방송으로 생중계된 소위 특별메시지를 통해 “검찰 개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 현 정권의 586 실세 중 한 명이 주변에 털어놓았다는 말이 언론계에 나돌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권부(權府)에 몸담았던 그는 “참여정부 경험을 통해 법조와 군(軍), 언론을 우군(友軍), 적어도 정권에 대들지는 못하게 해야 우리가 추구하는 국정 운영을 원만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정권의 힘이 강한 초반부에 사법부를 포함한 각종 권력기관과 군부, 언론을 확실히 장악하는 것의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한다.실제로 현 정권이 들어선 뒤 이 586 인사가 말했다는 구상은 착착 현실
이달 2일 한국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개장과 동시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일본 정부가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을 의미하는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할 것이 확실시된다는 내외신 보도의 충격파였다. 종합주가지수인 코스피는 결국 19포인트 이상 급락하면서 1998선으로 주저앉아 7개월 만에 2000선이 무너졌다. 주가와 함께 원화가치도 동반폭락했다. 이날 저녁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1.5원 올라 달러당 1200.5원으로 치솟았다. 특히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KBS와 MBC의 행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고 민노총 소속 좌편향 언론노조를 대변하는 양승동 최승호 사장 체제가 들어선 뒤 두 방송을 아예 보진 않지만 들려오는 소식마다 한숨이 나온다.KBS는 지난 18일 우리 사회 일각의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을 보도하면서 ‘안 뽑아요’라는 문구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로고를 사용하는 상식 이하의 ‘폭거’를 저질렀다. KBS는 국민이 사실상 강제적으로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국가기간방송이다.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한일(韓日) 갈등에 따른 반일(反
한국에서 노동경제학은 좌파의 입김이 압도적으로 강한 분야다. 얼마 전 정년퇴임을 맞은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학계의 이런 풍토에 정면으로 맞서온 독보적인 자유우파 성향 노동경제학자로 꼽힌다. 대학 강단에서는 물론이고 공개 세미나와 언론 칼럼을 통해 노동시장에서 당사자간 자유선택의 원칙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당사자 선택에 대한 노동규제는 일자리만 없애고 국민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고 경고했다. 민노총으로 대표되는 강성 노조가 근로자 보호단체라기보다는 실제로는 정치적 권력기구 성격이 짙다는 점도 역설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나의
이 칼럼을 쓰기 직전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홈페이지 첫 화면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뉴스룸, 정책소통, 국민소통 광장 , 청와대 알림, 청와대 관람 등 6개의 큰 메뉴로 나뉘어져 있다. 이 가운데 항목은 다시 공개일정, 걸어온 길, 대통령의 말과 글, 김정숙 여사 소식 등 4개의 소메뉴로 구분된다. 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당초 이란 항목으로 돼 있다가 올해 5월 하순 김종형 펜앤드마이크 기자가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6년 4월 좌파 성향 단체인 참여연대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참여연대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를 열었다. 한국 대기업의 약점을 잡아 자주 공격했던 이 단체는 후원회를 앞두고 850개 상장기업과 기업인을 포함한 개인 3500여명에게 후원 약정서가 담긴 초청장을 보냈다. 7개월 전인 2005년 9월 참여연대 창립기념일에 맞춰 개최한 후원회 때 300만 원이었던 후원금 상한액은 500만 원으로 높였다. 초청장을 받은 기업 가운데는 참여연대가 후원행사 이틀 뒤 발표하기로 한 ‘편법 경영권 승계 실태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이하 직책 생략)의 작년 연봉은 5억7300만 원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급여로 5억5500만 원을 받았고 별도로 상여금 1800만 원도 수령했다. 업종 특성상 ‘성장산업’과는 거리가 먼 한국 언론계에서 다른 언론사 임원들과 비교하더라도 이례적으로 높은 연봉이다.민간 언론사에서 임직원 연봉을 얼마로 책정하든 그것은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다. 경영상 지급능력이 있다면 원칙적으로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손석희가 언론인으로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무리 분탕질을 쳐도 그를 맹목적으
얼마 전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저녁모임을 가졌다. 부잣집 자식으로 태어나진 못했지만 대학교수, 변호사, 대기업 고위임원, 중소기업 오너 CEO, 한의사, 예비역 장성 등 각자 자기 역량과 노력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적 성취를 일궈낸 사람들이었다. 벼락출세나 일확천금을 꿈꾸지 않고 대학 졸업 후 30년 넘게 해당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고 소득세를 꼬박꼬박 납부하며 성실하게 살아왔다는 공통점도 있었다.시절이 시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심상찮은 나라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
2014년 2월 나는 당시 몸담고 있던 동아일보에 '박정희 김일성의 백년전쟁'이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1917년생인 박정희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3년 앞둔 시점이었다. 김일성은 박정희보다 5년 전인 1912년에 태어났다.출발은 쿠데타였지만 한국인을 극심한 빈곤에서 탈출시키고 국가도약의 결정적 계기가 된 5.16 군사혁명 58주년을 계기로 오늘 칼럼을 준비하면서 5년 전의 글을 찾아보았다. “박정희와 김일성은 우리 현대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숙명의 라이벌이었다. 같은 민족인 남북한은 두 사람의 시대를 거치면서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의 공통적 특징 중 하나는 사회지도층, 특히 권력자들의 거짓말에 엄격하다는 점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문재인 정권의 한국은 하루가 다르게 후진국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대통령부터 걸핏하면 명백한 허위사실을 입에 올린다. 국무총리나 집권여당도 다르지 않다. 권력자들의 거짓말이 반복돼도 극소수 매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이 자발적으로 정권의 홍위병으로 전락했거나 알아서 눈치를 보다 보니 제대로 추궁하지 않고 유야무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나 대통령 취임 후 내놓은 발언 중에
민간기업 임원을 지낸 뒤 퇴직한 지인이 얼마 전 참석한 점심모임 이야기에 관한 짧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공직자의 재산증식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는데 “이미선(헌법재판관 후보자) 남편과 김의겸(전 청와대 대변인) 부인이 만났더라면 초대박이 났을 것이다”라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한다. 그는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 하고,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 ㅠㅠ”라고 덧붙였다. 보통사람들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탈법과 편법으로 부동산과 주식을 통해 재산을 크게 늘린 의혹이 짙은 고위 공직자들이 배우자가 모두 알아서 했고 자신은 전혀 몰랐
임진왜란 당시 천국과 지옥을 오간 조선 수군의 영욕(榮辱)은 역사적으로 리더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일깨워주는 사례다. 1592년 개전 초 일본군이 파죽지세로 북진하면서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졌을 때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수군은 한산도대첩 등 연전연승으로 조선을 지켜냈다. 그러나 장졸들과 백성에게 신망이 두터운 이순신이 자기 목숨과 자리 지키기에만 연연하던 무능한 군주 선조의 눈 밖에 나 파직, 투옥, 고문을 거쳐 백의종군의 신세로 전락하고 대신 원균이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자 그 막강하던 조선 수군은 칠천량해전 참패로 한순간에 무너
이달 7일 지인의 사무실이 있는 오피스텔 13층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예비역 육군중장)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진태 의원 등 조문객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이례적으로 상당수 일반 시민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도 이 전 사령관을 추모하면서 문재인 정권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일수록 성취는 어렵지만 파괴는 한순간이다. 역사를 읽다보면 뼈를 깎는 노력을 거쳐 자기 분야에서 우뚝 선 사람들이 한순간의 판단착오로 짧은 시간에 처절하게 몰락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특히 요즘 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 석학들이 주목했던 대한민국이 힘들게 일궈낸 국가적 성취를 그보다 더 짧은 시간 만에 무너뜨리고 무너지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연구대상으로 바뀔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길게 보면 1948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선택한 대한민국의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하 경칭 생략)은 이달 초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물의를 빚었다. 그는 9월 6일 지명철회 논란이 커지고 있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를 옹호하는 내용의 글을 썼다.박용만은 "요즘 논란을 보면서 갑자기 내가 아는 유은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면서 "왜냐면 내가 아는 한 유은혜는 늘 옳은 선택을 하고 약자의 편에 서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말수가 많지 않은 대신 상대하는 사람을 어렵게 하는 무게가 있는 사람"이라면서 "단단한 원칙이나 논리가 따뜻한 미소
청와대가 18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동행할 방북단 명단을 16일 발표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 자격으로 공식수행원과 특별수행원 명단 발표를 맡았다.방북단에 포함된 인물 중 문재인 정부의 공직자나 정치인, 지방자치단체장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주목한 사람들은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문 대통령의 방북길에 동행하는 기업인들이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현정은 현대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이 포함됐다. 4대 그룹 중 현대자동차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