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자살은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노무현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죽음에 온정적인 대중 정서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덮어버리고 나아가 상황을 반전시켜 영웅도 될 수 있다는 노무현 모델의 반복이다.노무현 하면 나는 그가 벌인 ‘언론과의 전쟁’이 먼저 생각난다. 누구나 자기가 놓인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이라 그 시기 언론사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노무현은 특히 비판 언론을 적(敵)으로 간주하고 언론에 대한 소송과 고소, 중재 신청을 주저하지 않았다. 또한 공무원들에게 댓글을 달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막판에는
2015년 연말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가 나온 뒤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년을 회고해 보면 박근혜 정부처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시간과 노력을 많이 할애한 정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10억 엔의 피해자 지원금을 출연하기로 의결한 2016년 8월에 나온 발언이었다. 한일 간 최대 쟁점이었던 위안부 문제가 합의에 이어 구체적 조치로 실행되자 40년 베테랑 외교관으로서 지난 소회를 드러낸 것이다.그러나 불필요한 자화자찬이었다. 당시에는 “차라리 아무 소리 말고 가만히 있지”라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었
이번 총선에서 관심 포인트 중 하나는 문재인 정권 들어 급등한 아파트 값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떻게 작용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부동산 값 급등은 문재인 정권의 무능을 드러낸 대표적인 정책 실패로 꼽힌다. 시민단체인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2년6개월 만에 서울 아파트값이 32% 상승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2019년 11월 기준). 금액으로는 서울 아파트 한 채에 평균 4억 원씩 올랐다고 했다. 자고 일어나면 몇 백, 몇 천 씩 집값이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내 집 마련’의 차원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
성 착취 영상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n번방 사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다.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강조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해 조사하고, 회원 중에 공직자가 있는지도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은 너무 나갔다. 세부적인 일은 수사기관에게 맡기면 될 것을 무슨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는지 몰라도 최고 통치자의 ‘값’을 스스로 깎아 내렸다. 대통령의 이런 돌출적이고 충동적인 모습은 전부터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7월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에 대해 특별수사단 구성을 지시했을 때 문 대통령은 인도
현 정권의 정치는 연극을 보는 듯하다. 이름을 붙인다면 ‘문재인 극장’이다. 간판 배우인 문재인은 ‘착하고 반듯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그러나 배우의 얼굴과 실제 됨됨이가 일치하지 않는 일은 흔하다. 이 정부의 실력자였던 조국이라는 사람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연극배우는 본디 각본에 나와 있는 자기 역할을 잘 연기해 내면 될 뿐, 겉과 속이 달라도 상관없다. 문재인 극장 관계자들은 드라마 효과가 정권 유지와 창출을 위해 절대적인 것으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다. 오랜 거리 투쟁을 통해 몸에 배인 기술이다. 이들은 문재인을
새해 들어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협치’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우리 사회가 내부적으로 더 통합적이고 협력적이 되어야 하며 보수와 진보가 서로 이해하며 손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운을 뗐다.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4.15) 총선이 지나고 나면 야당 인사 가운데서도 내각에 함께 하는 노력을 하겠다”며 더 구체적으로 나왔다. 1월 16일에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라디오에 출연해 “바다는 모든 강물을 받아들인다”는 뜻의 ‘해납백천(海納百川)’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1월 30일에는
지난해 연말로 수도권 인구가 전체 한국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주민등록 통계가 나오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체 50.002%가 수도권 인구라고 한다. 일부 단체들은 ‘국가 비상사태’라며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수도권 과밀과 집중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인구 집중은 나쁘고 분산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은 구시대적이다.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조금만 벗어나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그 이유는 도시화 현상이 지구적인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유엔에 따르면 세계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가야본성-칼과 현’ 전시회에 다녀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가야사 복원’을 지시한 뒤 그 뜻에 따라 마련한 행사다. 대통령 코드에 맞춘 문제투성이의 전시회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 구경해 보니 너무 심각했다.혹시 오해가 있을지 몰라 먼저 말해두지만 나는 가야의 역사가 소외 받고 있고 반드시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멸망한 나라들이 흔히 그렇듯이 신라와 백제의 좌우 협공을 받아 6세기 사라진 가야는 우리 역사에서 걸맞는 위상을 갖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즘 하늘을 찌르고 있는 한국 사회의 반일(反日) 감정은 임진왜란과 일제의 식민 지배라는 두 가지 역사적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시기적으로 가까운 식민 지배에 대한 반감이 임진왜란보다 더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7년 침략 전쟁’이었던 임진왜란과 식민 지배를 비교할 때 어느 쪽 피해가 더 컸다고 섣불리 결론 내리기는 힘들다.식민 지배는 1910년 강제 병합으로 시작하면 2019년 현재 109년이 경과했고 1945년 해방을 기점으로 잡으면 74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한국인 대다수가 식민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 맞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종교계 지도자들과 만나 또 다시 국민들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얘기를 꺼냈다. “우리 나름대로 협치를 위한 노력을 했고 많은 분야에서 통합적 정책을 시행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오로지 지지세력만 쳐다보고 달려왔던 게 문재인 정권의 지난 2년 반이었다. 대통령이 협치와 통합을 위해 열심히 나섰는데도 요즘처럼 나라가 두 쪽이 났다면 그 잘못은 반대 편 국민들에게 있다는 말인가.바로 이튿날인 22일에는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있었다. 정치권, 국민들과 소통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저렇게 고집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그 중 하나가 여론조사 지지율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고 있으나 여전히 긍정 평가는 40% 이상으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야당은 분열되어 있으며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탄핵의 역풍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 정도 지지율만 단단하게 유지되면 잘못된 인사든, 사회주의 정책이든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여론조사 동향에 민감한 것은 이전 정권들도 마찬가지였으나 이 정권은 더 심하다. ‘지
결국 ‘지소미아 파기’까지 가버렸다. 일이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돼 가고 있다는 건 외교를 모르는 보통 사람들도 직감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해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더 파국적인 사태가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불길한 공기가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다.실타래가 복잡하게 꼬여 있으면 처음 엉킨 데부터 살펴보는 게 해결의 순서다. 이번 일의 출발점은 1965년 한일협정이다. 대법원은 징용 문제에서 이 협정의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조항과는 달리 일본 기업의 책임을 인정했고
경기도 일산 신도시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신도시들에 비해 침체되어 있다는 박탈감을 갖고 있는 터에 문재인 정부가 일산보다 서울 쪽으로 가까운 위치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계획이 일산에 여러 가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신도시 건설의 주무 장관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일산 지역이 뽑은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배신감은 더 커지고 있다.김 장관 이외에 같은 고양 지역의 유은혜 심상정 의원이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으로 전부터 좌파 성향이 강한
“당파가 나누어진 뒤 선비들에게 공정한 의논이 없어서 동쪽에 그 일을 물으면 그 일이 극히 옳은데 서쪽에서는 그르다고 한다. 장차 어떻게 결정을 내릴 것인가. 나는 다만 나의 안목을 넓게 하고 마음을 공평하게 하여 한결같이 공정한 이치로 볼 것이니, 이렇게 하면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홍재전서’ 권173)조선조 정조가 남긴 말이다. 이때도 지금처럼 나라가 둘로 갈라져 서로 등을 돌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18세기 영조와 정조 때 탕평 인사가 나온 배경이다. 조선시대 군주 이상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과연
중국과 일본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동시에 공격을 가하는 이례적인 일이 이달 초 벌어졌다. 3.1절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이 3.1운동 사망자와 참여자 숫자를 각각 7500명, 202만 명으로 밝히자 같은 날 일본 외무성은 “역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는 숫자를 공공의 장(場)에서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맞받았다.중국의 문 대통령 공격은 미세먼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달 초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이어지면서 국내에서 중국 책임론이 비등하자 문 대통령은 6일 중국과의 공동 인공강우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가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국가보훈처가 김원봉(1898-1958)을 독립유공자로 서훈하려는 움직임이 드러나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번 소식은 어느 날 갑자기 돌출한 게 아니라, 오랜 기간 진행되어온 동선(動線) 위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원봉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5년 12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암살’을 통해서였지만 역사학계에서는 훨씬 전부터 김원봉을 재조명하고 부각시키는 연구 작업을 해 왔다.영화 ‘암살’의 1000만 관객 돌파는 2015년 8월 15일 70주년 광복절에 이뤄졌다. 이
“요즘 대학생들은 소련을 모릅니다.” 명문대에서 정치외교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전하는 말이다. 강의실에서 “소련이라는 나라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온다는 것이다.당혹스러웠지만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소련이 붕괴한 것이 1991년의 일이니, 요즘 대학생들은 그 이후에 태어난 세대다. 하지만 소련을 모른다면 한반도의 분단과 6.25전쟁, 냉전 체제 속의 남북한 대치 등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그 험난한 길목마다 소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우파들이 겪고 있는 곤경은 따
서울 송파구의 헬리오시티라는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혁신학교 반대운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이 아파트 내에 신설되는 3개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려고 하자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지난주 열린 주민간담회에서는 조희연 교육감이 지역 주민에게 등짝을 맞고(경찰 주장), 임산부인 학부모가 부상당해 119구조대에 실려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조 교육감은 혁신학교 지정을 1년 뒤로 미루는 한편 해당 학교들을 ‘예비혁신학교’로 만들기로 했다. 혁신학교 지정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2018년 올해를 대표하는 문화행사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대(大)고려전’을 말하고 싶다. 올해는 고려 건국 1100년을 맞는 해다. 우리 문화유산 중에서 불화 청자 대장경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들은 거의 고려시대에 만들어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대표적인 고려 문화재를 한자리에 모으는 전시회를 전부터 준비해 왔고 드디어 12월 4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 행사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전시회를 제대로 치르려면 해외에 나가 있는 고려 문화재를 상당수 대여해 와야 한다. 뛰어난 유물들이 해외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
# 장면 1111년 만의 최대 폭염이 극성을 부리던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은 한시적인 전기요금 인하를 지시했다. 곧 이어 실제 할인되는 요금이 가구당 월평균 1만원이라는 소식이 나오자 ‘찔끔 할인’이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문제만큼은 문 대통령의 선의를 믿었다. 가뜩이나 더위에 지친 국민들에게 설마 ‘1만원 인하’로 생색을 내려는 것은 아니었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그러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유은혜 교육부총리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면서 내놓은 ‘고교 무상교육 내년 시행’ 발표는 그런 선의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