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갔을 때였다. 삼거리 교차로에서 신호등이 없을 때 우리와는 낯선 광경이 벌어진다. 각 도로에서 오던 차들은 모두 일단 멈춘 다음 가장 먼저 교차로에 왔던 차가 진행하고 그다음 교차로에 도달해 멈췄던 차량이 진행한다. 1-2-3-1-2-3 이렇게 순서대로 착착 진행하여 통과하는데, 깜박 누가 먼저 교차로에 와서 섰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서로 잠깐 눈치 보다가 (내가 먼저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량에게 먼저 가라고 신호를 보낸다. 그렇게 순간적으로 다시 순서가 정해지면 다시 1-2-3-1-2-3 순서로
고전적이고 기초적인 너무나도 당연한, 이미 결론이 난 얘기가 대한민국에선 마치 아무런 기반 없이 ‘아무말 대잔치’ 식으로 나오는 게 정말 놀랍다. ‘국가주도통제 및 국민복종’이 아무리 조선의 미덕으로 우리의 피 속에 지울 수 없는 향수로 남아있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은 6.25와 월남전 참전을 통해 자유를, 시장경제체제를 통한 경제성장으로 그 자유의 유지기반을 마련했다. 그런데 어느 날 특정세대가 이 나라의 권력을 잡자마자 숨겨왔던 나치즘의 이론까지 나오고 있다.윤석렬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며 대한민국을 전체주의 체제로부터 지킨 맥아더 장군은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단지 사라질 뿐이다(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나는 어릴 때 맥아더 장군의 이 말에 묘한 느낌을 가졌다. ‘죽지 않는다’는 말 뒤에 ‘마음속에 살아있다’ 혹은 ‘다시 온다’ 같은 강력한 반대 의미적 문장이 올법함에도 어찌 보면 ‘죽는다’와 맥락을 같이하는 ‘사라진다’?그렇다고 이 말에 ‘노병은 이제 존재감조차 없다’같은 느낌도 없다. 현역군인 같은 강건한 느낌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기원은 빼고 유사 이래 문명의 역사를 3천년으로 보는 견해에 따르더라도, 민주주의의 역사는 대단히 짧다. 그 짧은 민주주의의 역사를 분해해서 보더라도 과연 民이 主인 경우가 있었는지를 살펴보면 더 줄어든다. 남녀 누구나 선거권을 갖는다는 보통선거권의 정착은 심지어 2차 대전 후 신생국인 대한민국보다 늦은 서구민주국가도 있었다. 말이 민주주의(民主主義)일 뿐, 실제로는 권력집단의 바람몰이로 그 정당성을 부여하는 절차에 불과한 시절도 있었다. 독일 국민은 히틀러와 괴벨스에게 기꺼이 민주주의의 이름으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자가 이사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기부금 모금과정 및 사용처에 대한 의혹이 뜨겁다. 위안부 삶을 살았던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촉발된 각종 의혹에 대해서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당사자 측의 반응은 매우 이상하다. 의혹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하는 것을 “가혹하다”라고 하질 않나, “공개를 원치 않는 기부자가 많아 내역 못 밝힌다”라고 하고 있다. 단체의 활동비로 모금하면서 왜 개인계좌로 받았느냐의 의혹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
선거는 끝났다. 자유우파 진영은 선거에서 패배했다. 아니 득표율로 보면 자유우파가 진 것은 아니며 미래통합당이 진 것일 뿐 자유우파 국민이 진 것은 아니라고 위안할 수도 있다. 그러한 반론에 동의한다. 그러나 자유우파 국민들이 진 것은 아니라는 그 점을 유권적으로 대변할 방법은 없다. 결국 진 것은 진 것이다.각종 언론에서 단말마적 분석들이 나온다. 특히 통합당 쪽에서 나오는 패인을 접하고 나는 오히려 그 잘못된 분석을 보면서 ‘이러니 질 수밖에 없었다.’라는 생각을 했다. 말이 보수고 우익이지 통합당을 지배하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연일 우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이 사태는 조기에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사태고 지금처럼 국민생활이 마비되는 지경까지 온 것은 정부의 대응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어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과 통화할 일이 있었다. 그는 “미국은 처음부터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강한 전염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자마자, 예방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때까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그 시간을 벌 때까지 자국 의료체계의 대처능력 수준에 비례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 나갔다.
설 명절이 지났다. 4월 총선을 앞둔 명절이라 어느 때보다도 정치 주제가 오갔을 명절이다. 밥상머리에서 나온 대화들이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지금 대한민국이 예전보다 훨씬 살기 좋아졌다고 웃음꽃이 핀 집안은 얼마나 될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나라’에서 ‘그동안 겪어왔던 나라’보다 어제보다 오늘이 좋았고 오늘보다 내일이 희망이 있다는 얘기가 과연 오갔을까. 분명한 것은 어떤 주제로 얘기를 하건 모든 이슈가 다 정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지난 2년 반이 그랬다. 모든 것이 바뀌긴 했다.소득주도성장이란 해괴한 경제정책은 권력자의
도대체 시간은 흘러나 가는 것인가 하던 세월은 그래도 흘러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밝았다. 자유 시민들의 새해 덕담 속에서 흐르는 울분과 분노는 새해가 밝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지난 3년간 우리는 우리가 믿어왔던 그리고 옳다는 것이 증명됐던 가치들이 전체주의 파시즘 세력들에 의해서 하나씩 하나씩 무너져 가는 것을 목도해왔다. 2019년 말은 그 절정이었다. 현 집권세력은 헌법을 바꿔 전체주의로 가려던 헌법 개정 시도가 불발되자, 헌법기관의 구성 절차인 선거법을 바꿨다. 헌법을 무력화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법이 아닌 오
개돼지냐, 국민이냐.설마 이럴 줄은 몰랐다. 예상을 못 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막상 구체적 사건으로 드러나니 놀랍다는 뜻이다. 현재도 진행 중이지만, 조국 전 민정수석을 통해서 국민들은 운동권 586들의 집단 생태적 특성을 알게 됐다. 비단 조국 전 수석이 아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불법적인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사퇴했다.두 사람만 꼭 집어서 얘기해서 미안하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운동권 586들의 위선 중에 가장 최근의 일이어서 그렇다. 이들 운동권 586과 그 부역세력은 말로는 인민의 평등을 외치지만 실제 삶은 귀족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그저 일반적인 생활인의 블로그를 보게 됐다. 내용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상품구입 후기였다. 몇 백만 원이 넘는 고가의 카메라와 카메라 렌즈를 구입한 얘기인데, 아이의 예쁜 모습을 찍어주겠다는 내용이나 일명 ‘똑딱이’ 카메라에서 구현할 수 없는 여러 고품질의 사진을 찍는 취미생활을 가지겠다는 내용은 특이할 것 없는 소비동기이고 한두 푼짜리가 아닌 제품에 대해 소비를 할 때 생활인들이 결심을 하는 내용이라 새로울 것도 없다.그런데 재밌는 것은, 일본산 카메라를 살 수 밖에 없는 얘기를 장황하게 쓰면서 자기합리
야누스(Janus)는 로마신화에서 문(門)의 신(神)이다. 문에는 앞뒤가 있다는 점 혹은 앞뒤가 없다는 점에서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여겼으며, 1월을 뜻하는 January는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 Januarius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야누스의 두 얼굴은 지나간 해와 새해를 맞이하는 각 얼굴을 뜻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런 뜻보다는 두 얼굴을 가진 이중적인 사람을 뜻하는 의미로 많이 쓰고 있다.인사청문회에서 보고서 채택은 고사하고 국민적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임명됐다가 어제 사퇴한 조국 법무부장관은 연일 검찰
자고나면 놀랐지만, 자고나도 놀랍지 않다. 이제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 내일은 또 언론에 무슨 보도가 날지 예측할 필요도 없다. 무슨 일이든 또 단독보도로 터질 것이다. 그가 무슨 얘기를 해도 그것과 반대되는 정황에 대한 언론보도가 터지고 있고 그가 무슨 행위를 해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는 이제 정확히 알 수 있다. 딸과 관련한 입시부정 의혹, 이른바 ‘조국펀드’라 불리는 의혹, 힘 있는 자만이 행할 수 있는 증거인멸적 권력행위 의혹 등 지금 각종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내용에 내가 더 보탤 내용은 없다. 사실 ‘
대한민국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는 그 자체는 별다른 가치관을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이 학자와 지성인들의 지적이다. 민주주의라는 말에 주체할 수 없는 감동과 감흥을 느끼는 사람은 이 말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비토할지 모르겠으나 그런 말을 하는 사람조차도 그럼 민주주의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기껏 답하는 것이 ‘다수결의 원리’거나 교과에서 언젠가 봤던 ‘치자와 피치자가 동일하다’는 정도 외엔 말하지 못한다.그도 그럴 것이, 사람모아 데모하고 사람모아 악을 쓰고 사람모아 물건 때려부
고위공직자를 임명함에 있어서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절차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찬반이 있어왔던 논쟁이다. 헌법은 권력분립을 위해, 일정 고위공지자는 국회의 ‘동의’를 요하고 있는데,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이 그렇다. 사법부 주요 인사들에 대해서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것은 사법부의 약한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하기 위해서고 감사원은 원래 기관의 제도연혁 상 국회 산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국무총리는 원래 내각제의 잔재이고 대통령의 고유 인사권에 해당되는 자리라 국회동의를 요하는 것이
홍콩에서 100만이 넘는 인원(주최측 추산)이 시위에 가담했다. 6월 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엄청난 인파(홍콩의 인구가 약 700만이라고 하니 7명 중 1명이 시위에 나온다는 얘기다)의 시위는 홍콩당국이 제정하려던 일명 '범죄인 송환법'에 반대하기 위함이다. 홍콩인들은 이 법안이 제정되면 정치범에 대해서도 수사단계부터 중국의 요구에 의해 홍콩인이 중국으로 송환될 수 있고 이는 홍콩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당초 이 법안은 홍콩인을 중국으로 인도하기 위해 만든 법은 아니었다고 한다. 대만에서 한 홍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 독재국가인가를 가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공권력은 검찰, 경찰, 법원, 국세청 이렇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이 기관들의 특징은 양면적이다. 그 권한을 남용하면 남용할수록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국민을 노예로 만드는 첨병 역할을 수행하나 이 기관들이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기관본연의 자세를 유지하면 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지키는 파수꾼이 된다.내가 이 기관들을 법치주의의 잣대로 주목하는 것은, 이 기관들이 헌법상 가장 중요한 자유권인 경제적 자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학생단체의 활동이 눈부시다. 新전대협이 그것. 과거 80년대 반미친북 전체주의 성향의 학생 운동권 단체 ‘전국대학생협의회’의 약칭을 그대로 땄지만, 성향은 정반대다. 新전대협이 그동안 게재한 ‘왕’ 시리즈 대자보와 최근 경찰이 탄압하는 ‘김정은 서신’ 대자보의 내용을 보면, 자유주의와 反전체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한글만 알면’ 알 수 있다.그런데 갑자기 新전대협에 대한 기사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대자보의 내용을 가지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CCTV를 분석하고 지
드루킹 댓글 사건과 관련하여 김경수 지사에게 실형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던 성창호 판사를 검찰이 소위 ‘사법농단’의 공범이라며 기소했다. 이 사건과 별개라지만, 여당이 김경수 유죄판결을 놓고 성창호 판사에 대해 폭언을 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허긴 정치권이 나서서 판결을 비난하는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좌파전체주의 진영의 오랜 관행이지만, 김경수 지사 유죄 판결에 대해서는 법률해석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궤변으로 사법부를 비난했다. 그래서 그런 것인가, 해당 판사를 검찰이 기소한 것을 우연으로만 보기 힘들다. 야당
지난 3년간, 자유진영 국민들만큼 정치적 혼란을 겪은 사람들이 있을까. 어느 날 닥친 정치적 혼란에 모두들 허탈감, 무력감, 분노의 시절을 보내왔다. 대다수 국민들은 열심히 자기 앞날을 개척하고 살면 그게 인생인 줄 알았다. 좌파세력이 득세해도, 전체주의를 평등이란 이름으로 강요할 때에도 70년 대한민국 역사를 송두리째 뒤엎기는 어렵다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다. 한편으론 “뭐 저런 얘기하는 사람도 있어야지, 때로는 어리광도 받아줘야 쟤네들도 먹고 살지”같은 말로 넘겼다.실제로 그랬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들어섰지만, 한미동맹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