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권에서 중국 근현대 미술사의 교과서로 널리 읽혀온 책이 이번에 한국에서 번역 출판됐다. 전근대 미술사, 이를테면 조선시대 미술사를 교양 차원에서 공부하기 위해서도 동시대 중국과 일본 미술사에 대한 이해는 가히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동아시아 삼국은 큰 시차 없이 유행을 주고받으면서 각자의 처지에 따라 미감을 발전시켜 나갔기 때문이다. 이는 근대 이후 미술사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하지만 근대화의 방향에 있어 워낙 극과 극으로 다른 좌우파 이데올로기의 굴절을 겪었는지라 중국 근현대 미술사는
우리가 오늘날 빈번히 사용하고 있는 '한민족' '중화민국' 'oo민족' '민족oo'하는 '민족'이란 말은 매우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사실 백년밖에 안된다.민족이란 단어, 개념 역시 근대의 산물이다. 그리고 민족(nation)을 구성하는 것으로 한국이라는 개념은, 20세기 초반에 등장했다는 역사적 맥락에서 볼때 좀더 민주적이고 포괄적인 형태의 정치행위를 가능하게 한 근대적 구성물이라고 할 수 있다(헨리 밈, 한국의 식민지 근대성).민족이란 단어는 사실 근대사에서 근대화를 리드했던 일본인이 제일 먼저 만든 신조어다
서양열강이 주도한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근대 100년의 역사는 식민지 시대였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도 한반도가 식민지로, 대륙이 반식민지로 전락되는데 유독 섬나라 일본이 서양열강의 식민지로 되지 않았다.이렇게 명백한 역사 사실을 알면서도 왜 그런 상반되는 결과가 생겼을까? 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근원적인 원인 규명, 인식에 우리들은 오히려 어둡다.우리가 서구 및 일제의 침략, 식민 지배를 당한 그 피지배적 역사에 대해서는 수없이도 강조하고 역사교육으로 주입시키면서도 지배자의 실력대비 비교연구는
우선 우리에겐 아직 생소한 '학지'란 단어부터 해석하기로 하자. 학지는 근년 일본지식사회와 논단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어휘인데, '학문과 지식'이라는 사전적 해석으로 통한다. 메이지 이후 개국시기 서양 학문·지식을 수용, 이입하여 전근대까지 중국 학문에 얽매였던 학문적 해방을 구가하는(또는 비판적 성찰의 심경적 뉘앙스가 다분히 스며 있는) 이 단어는 근대 일본인의 조어이다.물론 아마 그 어원을 따지면 필자의 속단으로는 '중용(中庸)' 제 20장의 한 귀절 '학지이행(學知利行, 인간이
중국은 이번 6월 1일부터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중국 내 무역화물의 경유 항구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이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중국 국내 항구처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 것이다. 그간 중국은 블라디보스토크가 위치한 연해주에 의해 육로로 막혀 있어서 동해에 접근할 수가 없었다. 중국 동북 도시들은 지금까지 서쪽 육로로 물류를 약 1,000㎞가량 운송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번 조치로 인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게 되었다.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의 블라디보스토크 사용권 획득이 기술적, 비용적 의미
매일 저녁 마약 관련 뉴스를 접하는 것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지난 26일에는 130명이 넘는 마약 사범들이 한꺼번에 적발돼 충격을 안겼다. 게다가 같은 날 육군 부대까지 마약이 침투한 것으로 드러나, 극단의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연천의 한 부대에 지난 17일 육군 수사관들이 병사들의 생활관을 예고없이 방문해 수색한 결과, 사물함과 생활관 천장 등에서 대마초가 나온 것이다. 병사들에 대한 마약 간이 검사 결과 5명에게서 대마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충격의 군부대 마약사건, 샤워장에서 대마초 피우고 병영내 판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 사드(THAAD)를 한국에 배치하겠단 이야기가 나왔던 2016년 말 중국이 한국에 외교적 결례로 충분히 간주될 수 있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2016년 12월 26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방한했던 천하이 당시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이 국내 정재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냐"며 "너희 정부가 사드 배치를 하면 단교 수준으로 엄청난 고통을 주겠다"란 발언을 했던 것. 천하이 부국장의 발언엔 중국이 한국을 동등한 외교 상대로 보기는커녕 속국으로 간주하는 듯한 관점이 관측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올해 7월 1일 개최된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중국 공산당은 첫 번째 100년 목표를 달성해 중화 대지에 샤오캉(小康·중산층 수준) 사회를 전면 실현했다.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으며, 앞으로 중국 공산당의 영도 하에서 중국의 꿈을 실현할 것이다.” 그리고 기념식 행사에서 남녀 청년들이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는 노래를 불렀다.이와 같이 시진핑 총서기는 공산당의 영도를 강조하고 있으며, 현재 공산당의 최고의 우선순위는 공산당 자체의 존속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면서, 미중 간 ‘신냉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일본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역사적으로 동아시아에서 다른 강대국이 패권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해 보여주었던 패턴의 하나이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일본, 중국, 러시아에 대해 개입하여 3국가 간의 ‘세력균형’을 만들어 나갔다. 이와 관련, 우리는 미중 간 벌어지는 거대한 전략적 경쟁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향후 우리의 선택지가 명확해진다. 미국이 그간 동아시아에서 실행한 정책을 살
한 시절 천동설(天動說·geocentric theory)이 시대의 정의였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다른 모든 천체는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이론이었다. 코페르니쿠스·갈릴레오가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회전운동을 한다는 지동설(地動說·heliocentric theory)을 내놓았을 때 인류는 경악했다. 코페르니쿠스의 책은 금서목록에 올랐고, 갈릴레오는 종교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가택연금을 당했고, 그의 모든 저서도 금서목록에 올랐다.중세 천주교 시각으로 보면 지동설은 이단이 되듯, 우물 바닥에 앉아
중국에서 공산당 정권이 1949년 수립된 이래 권위주의적 통치체제가 유지되어 왔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2012년 취임 이후 과거의 마오쩌둥(毛澤東) 시기의 극단적인 권위주의적 통치체제로 회귀하고 있다. 국내정치와 대외정책에서 중국이 막다른 골목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권위주의적 통치체제의 지속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쟁이 중국 국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우선 중국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을 보기로 하자. 첫째, 시진핑의 독재 강화와 권력집중화 현상이다. 시는 자신을 중심으로 한 공산당 일당독재체제를 강화하여 마
손 마사요시(孫正義) 소프트뱅크 회장은 일본의 최고 부자가 되었다. 소수자(minority)에 대한 차별이 심한 일본 사회에서 조센징 3세로 태어나 고교를 중퇴하고 미국유학길에 올랐다.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에서 사업을 일으켜 세계 굴지의 기업가가 되었다.그는 1990년에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였다. 사업을 잘하려는 방편으로 국적을 바꾼 것이다. 일본 국적이 아닌 외국 국적으로는 불편한 게 많기 때문이다.손 마사요시는 일본 국적 취득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손’이라는 성(姓)을 지킴으로서 일본인이 아닌
한국 사회에 개인주의적 사상이 어렴풋하게나마 처음 전해진 것은 조선 말, 19세기 중엽이었다. 이 시기 개화파 사상가들은 서구의 자유주의를 수용하면서 처음으로 개인, 자유, 권리와 같은, 한자로 번역된 자유주의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는 박규수, 김옥균 등의 생각에서 자유방임적 시장 경제 원리를 스스로 깨달아가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당시 대원군의 경제 정책은 시장 개입 정도가 아니라 시장 조작에 가까웠는데, 당백전(當百錢) 등의 고액 화폐를 대량 주조하는 등 통화 남발과 가격 조작 행위에 심각하게 의존하고 있었다. 박규
출판사의 보도자료 첫 머리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눈에 띈다. 세계사의 판 위에 우리 역사를 포개놓고 보기. 조선후기부터 개항과 망국까지, 우리가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최초의 이성적인 작업.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조선후기부터 개항과 망국까지, 세계사의 판 위에 우리 역사를 포개놓고 한국 근현대사의 실체와 그 멘탈리티를 찾아가는 최초의 이성적인 작업.책 제목이 『세계사와 포개 읽는 한국 100년 동안의 역사』다. 제1권은 한반도의 깊은 잠, 제2권은 개항 전야. 제1권,
미국으로부터 주(駐)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를 요구받았다는 일방적인 발표를 한 중국 측이 이번에는 미국 대사관이 폭탄 공격과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23일 새벽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자신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국 측이 지적재산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휴스턴의 우리(중국) 총영사관을 3일 내로 폐쇄할 것을 요구했다”며 “이는 미국 내 우리 외교관들에 대한 제재를 가한 전례 없는 정치적 압력에 이은 것으로, 미국 정부가 부채질한 중상모략과 증오의 결과로 주미(駐美) 중국 대사관은 폭탄 공격과 살해 위협을 받
대한제국 멸망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주된 요인을 꼽는다면 고종과 왕비 민씨의 외교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종과 민 왕후는 영국·미국·일본 해양세력이 그토록 우려하는 러시아를 지속적으로 한반도로 끌어들여 왕권을 유지하려 했다. 그 결과 해양세력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자해(自害) 외교를 반복했다.러시아와 손잡고 독립을 유지한다는 고종의 통치는 국제정세를 완전히 오판하여 나라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시대착오와 과대망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 학자들은 고종을 계몽군주니, 일제에 의해 독살
한국과 일본 법률가들이 23일 오전 11시 서울과 일본 도쿄에서 1965년 체결된 한일(韓日) 청구권 협정 존중을 촉구하는 한일 법률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국 측 인사로는 고영주 변호사 등 8명이 참여했으며, 일본 측에서는 니시오카 쓰토무 레이타구대학 객원교수를 비롯해 16명의 법률가들이 공동성명에 뜻을 같이 했다.이들은 “작년 10월30일 선고된 한국의 ‘징용공’ 위자료 청구를 인정한 한국 대법원 판결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하 ‘청구권협정’)을 근저에서부터 파괴하는 것이며 한일관계의 악화를 불러온 중
중국 인민일보가 홍콩 중국 송환법 반대 시위 사태에 관해 미국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자신들이 과거 아편전쟁 때의 중국이 아니라고 경고했다.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 매체 관찰자망(觀察者網)에 따르면 인민일보는 같은날 중국SNS인 웨이보 계정에 “세계에 알린다: 중국은 이미 1842년의 중국이 아니다”라는 글과 함께 영상을 게시했다. 1842년은 중국이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한 뒤 홍콩을 상실한 해다. 중국은 같은 해 8월 난징조약을 맺고 영국에 홍콩섬 등을 영구 할양했다.이 동영상은 1분 25초짜리로 홍콩 시위를 지지하고 중국
2019년 홍콩에서 부는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불어가는 바람일까? 거세게 일지만 힘없이 사라지는 아닌 밤 돌개바람일까? 산을 허물고 물길을 바꾸는 희귀성 슈퍼태풍일까? 그도 아니라면 해마다 찾아오는 아열대의 계절풍일까? 종잡을 수 없는 바람처럼 홍콩의 미래에 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홍콩의 미래를 점치기 위해선 세계사의 큰 판도를 읽어야 한다. 어쩌면 이번에 홍콩에서 일어난 자유혁명의 마파람은 중국을 바꾸는 허리케인이 될 수도 있다.홍콩의 자유화 운동2019년 6월 15일 주최 측 추산 2백만 명의 홍콩시민들이 이른바 “반송중
- “요즘 홍콩 사람들은 모두 이민가야 한다고 말해. 유럽이나 캐나다로. 대륙 사람들은 모두 홍콩으로 오기를 바라고. 하지만 홍콩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가기를 원하지.” / 영화 중에서.1996년에 제작된 영화 은 중국 반환에 대한 홍콩인의 불안을 담고 있다. 당시의 홍콩을 시간적,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주인공으로 설정된 남녀는 중국인이다. 돈을 벌어 성공하겠다는 꿈을 안고 홍콩에 온 소군(여명 분)은 낯설고 힘겨운 현실 속에서 우연히 같은 처지의 이교(장만옥 분)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소군에게는